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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당국, 소를 잃어야만 외양간을 고칠 수 있을까

한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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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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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아란 기자

▲사진: 한아란 기자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 운용사들이 내부통제 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번 사태의 핵심 아닐까요.” (자산운용사 관계자)

라임자산운용의 1조원 대 규모 사모펀드가 반 토막이 났다. 라임자산운용은 이달 18일 기준 2개 모(母)펀드의 전일 대비 평가금액이 ‘플루토 FI D-1호’(작년 10월 말 기준 9373억원)는 -46%, ‘테티스 2호’(2424억원)는 -17% 수준으로 조정됐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모펀드로 쏠림현상을 우려하던 공모(公募)펀드 업계도 근심에 빠졌다. 전에는 사모펀드 판이 커지면 커질수록 공모펀드 시장이 위축이 심화돼 걱정이었는데 이제는 사모펀드 시장까지 불신을 받으니 펀드 시장 전체가 얼어붙었다는 것이다.

일련의 사모펀드 부실 사태는 운용구조의 취약성과 도덕적 해이 등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근간에는 이 모든 리스크를 통제할 안전장치가 없었다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 급격한 사모펀드 규제 완화에 가려져 뒤늦게 드러난 허점들이 이제야 자본시장을 위협한 셈이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비공개로 운용하는 펀드다.

금융기관이 관리하는 일반 공모펀드와는 달리 사인 간 계약의 형태를 띠고 비공개로 운영하는 게 특징이다. 현행법상 사모펀드는 전문투자자 등을 제외한 투자자의 수가 49인 이하로 제한된다.

사모펀드 시장은 정부의 규제 완화와 장기간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10월부터 사모펀드 활성화 대책을 펼쳐왔다.

사모펀드 운용사의 자기자본 요건을 낮추고 설립요건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는 등 진입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국내 사모펀드에 글로벌 사모펀드 수준의 자율성을 부여해 자본시장 내에 혁신자금을 공급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 결과 현재 사모펀드 시장은 공모펀드 규모보다 훨씬 커졌다.

2015년 말 200조원에 그쳤던 사모펀드 순자산 규모는 2016년 말 250조원, 2017년 말 289조원, 2018년 말 331조원, 지난해 말 416조원으로 4년 만에 2배 넘게 불었다.

양적 성장세는 가팔랐지만 정작 내실은 갖추지 못한 실상이 라임 사태 등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라임자산운용은 메자닌 등 환금성이 떨어지는 비(非)유동성 자산에 투자하면서 펀드를 개방형으로 만들었다.

펀드 간 자전거래를 통한 수익률 돌려막기도 자행됐다.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가 자체적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준법감시인 인력이 한정적인 데다가 영세한 중소 운용사가 관련 조직까지 구축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금융당국은 한국형 헤지펀드를 도입하면서 자율성을 키우는 대신 증권사를 프라임브로커로 지정해 리스크 관리 등을 맡겼다.

그러나 라임과 알펜루트자산운용 사태에서 드러났듯 증권사들은 프라임브로커로서 위험관리 역할 대신 TRS 계약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사모펀드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었다는 말이다.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규제개선 방향을 발표하면서 외양간을 수리하고 나섰다. 사모펀드 운용사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취약한 펀드 구조를 보완하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제도 미비점을 보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하기에는 잃게 된 신뢰가 너무 크다.

물론 이번 사태를 사모펀드 규제 완화 자체와 연관 지어 지적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금융당국의 말처럼 모든 사모펀드의 문제는 아니기도 하다.

단, 그저 제도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예상치 못한 미비점으로 치부하기엔 아쉬운 점이 많다. 최소한의 리스크를 통제할만한 장치를 마련해두지 못한 건 금융당국의 분명한 실책이다.

완벽한 제도는 없다. 부작용을 우려해서 규제를 계속 유지한다면 시장의 발전도 없다. 그러나 뒤늦은 ‘땜질 처방’ 대신 속도를 늦추더라도 체계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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