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훈 삼성화재 노조위원장(가운데)이 노조설립증을 들고 있다. / 사진 = 유선희 기자
3일 삼성화재 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동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노조 출범식 및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삼성화재 노조는 이날 오후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으로부터 노조 설립 신고증을 교부받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노조에 따르면 삼성화재에 '진성노조'가 생긴 건 1952년 회사 창립 이래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김동명닫기김동명기사 모아보기 한국노총 위원장은 “삼성화재 68년 역사상 처음으로 진성노조가 생겼다”며 “삼성은 ‘무노조 경영’이라는 아집을 버리지 않으면 삼성이 발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상훈 삼성화재 노조위원장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노조라는 두 글자는 입에서 꺼내기 조차 두려운 단어였고 사내 금기어였다"며 "사측은 대외적으로는 윤리경영을 얘기하면서 대내적으로는 전제없는 인사권을 갖고 직원들이 노조를 설립하지 못하도록 통제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사측의 노조 활성화 방해를 규탄하기도 했다. 오 위원장은 "무노조 경영의 대명사였던 삼성에 노조가 생긴다는 것은 더욱 건실한 기업이 된다는 의미"라며 "노조 활성화를 방해하는 행위를 멈추고 회사의 건전한 발전을 견인하는 참여경영을 실천해달라"라고 말했다.
삼성화재 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현재 오 위원장을 통해서만 노조 가입 원서를 받고 있다. 노조원의 개인 신상은 오 위원장만 알 수 있다는 뜻이다. 노조 가입 사실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기 위한 조치다. 오 위원장은 "노조 가입 원서를 익명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회사의 현실이 부끄럽다"면서 "현재까지 가입 의사를 밝힌 직원은 150명 가량"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안에 과반수 노조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이라고 덧붙였다.
오 위원장은 삼성화재의 현 상황을 '계급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삼성화재는 신라시대 골품제처럼 삼성그룹에서 파견된 성골, 그룹에 다녀온 진골, 조직에서 성장한 6두품, 나머지 평민으로 이뤄졌다"며 "5%도 안되는 성골과 진골이 조직을 지배하고 귀족이 평민을 괴롭히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에게 (노조)가입을 권유하면 다윗과 골리앗을 싸움이라고 걱정하지만, 골리앗은 삼성 하나지만 다윗은 우리 모두"라며 "노조는 대한민국 국민 20%에 달하는 가입자와 임직원 권리를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화재 노조는 지난해 12월 설립 총회를 열고 지난달 23일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마쳤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손보시장 점유율 22.6%, 고객 수 1000만명의 업계 1위 기업이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