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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동차 산업위기와 ‘귀족 노조’ 타령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기사입력 : 2019-11-25 00:00

▲사진: 곽호룡 기자

▲사진: 곽호룡 기자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한 가지 틀로만 바로볼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현대차 팰리세이드 대란 사태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지난 1월부터 3개월간 노조와 논의 끝에 물량을 기존 대비 40% 가량 늘렸다. 그럼에도 출고 지연은 더 심해졌다. 5월부터 미국 수출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팰리세이드 월 판매량은 약 6000대에서 3000대로 떨어졌다.

울산 내 다른 공장에서 팰리세이드를 생산하기로 합의한 이후, 지난달에야 월 4000대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지금도 팰리세이드를 받으려면 약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노조를 집중 질타한다. 시장에서 먹히는 자동차를 만들고도 이권 다툼 때문에 회사와 소비자에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경영과 관련한 주요 의사결정이 늘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리가 있는 말이다.

다만 이 문제에서 있어서만큼은 노조 리스크와 큰 관련이 없어 보인다.

자동차는 1대에 들어가는 부품수가 2~3만개에 달한다. 제조사와 당장 차량을 찍어내고 싶어도 협력사와 부품 공급상황 등을 고려하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례로 비슷한 출고지연을 겪고 있는 기아자동차 텔루라이드가 있다.

기아 텔루라이드는 팰리세이드와 차량 골격(플랫폼)을 공유하는 차량이다. 미국에서 생산돼 글로벌 시장에 판매된다. 텔루라이드는 지난 2월 미국 출시된 이후 팰리세이드와 비슷한 판매 ‘대박’을 맞았다. 즉 수요가 생산가능 대수를 뛰어넘은 것이다.

기아차가 텔루라이드 증산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시점은 7월 말이다. 이후 8월부터 글로벌 판매량이 약 7000대로 직전 평균 대비 약 40% 뛰었다.

미국 노조와 합의는 그보다 훨씬 일찍 된 것으로 파악된다. 별다른 잡음이 없었음에도 판매대란 상황과 증산까지는 6개월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판매목표를 낮게 잡은 경영진에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팰리세이드는 해외시장을 목표로 기획된 차량임을 고려해야 한다.

현대차가 팰리세이드 출시 전 잡은 연간 4만대 판매도 당시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보수적인 목표치는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좁은 도로와 주차공간, 높은 기름값 등을 국내 브랜드 가운데서 팰리세이드 같이 도심형 대형SUV를 지향하는 차량은 없었다.

차량 크기가 비슷한 G4렉스턴과 모하비를 다 합쳐도 지난해 2만4000대 가량되는 시장이었다.

결국 시장개척 성과를 낸 상황인데 책임소재부터 찾는게 옳은 일일까.

사실 올해 임금협상 과정을 지켜보면 자동차 노조와 회사간 힘의 균형이 무너진 느낌을 받는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제대로 얻은 것 없이 8년만에 무분규로 합의했다. 소정의 격려금 말고는 회사 주장이 모두 관철됐다.

사실상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한국지엠, 르노삼성차, 쌍용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배경에는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는 자동차 산업에 대한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차 고용안정위 외부 자문위원회는 지난 10월 자동차 제조사가 미래차 시장에 대응하려면 2025년까지 인력을 최대 40% 줄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노조 내부에 닥친 세대교체 바람도 한 이유다. 현대차 노조는 2025년까지 3분의 1이 정년퇴직을 맞는다.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함께 투쟁하는 노조의 모습은 앞으로 더욱 보기 힘들어질 수 있다.

단적인 예로 팰리세이드 이전생산 논의 과정에서 불거진 공장 간 의견차이는 분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개인화, 경험을 중시한다는 ‘밀레니얼’이 자동차 제조사들이 타겟으로 삼는 소비자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귀족 노조’로 표현되는 한국 자동차 노조에 모든 문제를 귀결시키는 태도가 옳은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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