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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AI’라는 말만으로는 AI 주권을 지킬 수 없다 [장준환의 AI법 네비게이터⑥]

장준환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 2026-06-15 06:00

Stanford HAI가 던진 AI Sovereignty의 질문

요즘 한국에서도 ‘한국형 AI’, ‘K-AI’, ‘소버린 AI’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말은 그럴듯하다. 그러나 그 말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는 순간, 논의는 쉽게 흐려진다. 한국어를 잘하는 챗봇을 만들면 한국형 AI인가. 국내 기업이 만든 모델을 쓰면 AI 주권을 가진 것인가. 아니면 한국이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와 데이터, 모델과 규칙을 실제로 통제할 수 있어야 AI 주권을 말할 수 있는가.

사진출처: AI-generated, AI World M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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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tanford Institute for Human-Centered Artificial Intelligence, 즉 Stanford HAI도 이 문제를 중요한 정책 의제로 다루고 있다. Stanford HAI는 세계 각국 정부가 자국의 AI 미래를 스스로 통제하려는 경쟁에 뛰어들고 있지만, 정작 AI 주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하면 실질적인 정책 진전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AI 주권이라는 말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은 단순한 기술 구호가 아니라, 한 국가가 AI 시대의 가치 흐름을 어디까지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AI 주권은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사진출처: Pixabay, Semiconductor, AI Technology

사진출처: Pixabay, Semiconductor, AI Technology

AI 주권은 단순히 국산 AI 서비스를 하나 만드는 문제가 아니다. AI는 하나의 앱이나 프로그램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반도체,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전력, 학습 데이터, 파운데이션 모델, 응용 서비스, 인재, 법과 제도가 함께 움직이는 거대한 구조다.

한국은 반도체 강국이다. 이는 분명한 장점이다. 그러나 AI 주권은 반도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반도체가 AI의 물리적 기반이라면, 데이터는 AI의 기억이고, 모델은 AI의 판단 구조이며, 법과 제도는 AI가 사회 안에서 작동하는 규칙이다.

따라서 한국이 진정한 AI 주권을 말하려면 질문을 더 구체화해야 한다. 한국은 어떤 데이터를 지킬 것인가. 어떤 산업 데이터를 자산화할 것인가. 한국어와 한국 문화, 한국 기업의 운영 데이터는 누구의 서버에 축적되고 있는가. 한국의 금융, 의료, 제조, 교육 데이터는 어떤 법적 구조 안에서 AI 학습과 산업 발전에 활용될 수 있는가. AI 주권은 “우리도 AI를 쓴다”는 선언이 아니다. AI를 움직이는 핵심 층위 중 무엇을 한국이 확보하고 통제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K’라는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다

필자는 최근 《K가 죽어야 K가 산다》에서 K가 더 이상 감성적 구호나 브랜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썼다. K-팝, K-드라마, K-푸드가 세계적으로 알려졌다는 사실만으로 한국이 산업의 주도권을 갖는 것은 아니다. K가 진짜 살아남으려면 콘텐츠를 넘어 시스템이 되어야 하고, 브랜드를 넘어 규칙이 되어야 한다. AI 주권의 문제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국형 AI’라는 이름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어를 잘하는 AI가 있다고 해서 한국이 AI 주권을 가진 것은 아니다.

한국의 데이터가 해외 플랫폼에 축적되고, 한국 기업의 업무 방식이 글로벌 모델의 학습 재료가 되며, 한국 이용자의 행동 정보가 외국 기업의 알고리즘을 더 똑똑하게 만드는 구조라면, 겉으로는 한국형 서비스를 쓰고 있어도 실제 주도권은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이름이 아니라 구조다. K가 브랜드를 넘어 산업의 시스템이 되어야 하듯, 한국형 AI도 구호를 넘어 데이터, 인프라, 모델, 인재, 제도라는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AI 주권은 보호주의가 아니라 협상력이다

물론 AI 주권이 곧 폐쇄적인 기술 민족주의를 의미해서는 안 된다. 한국이 모든 AI 인프라와 모델을 독자적으로 만들고, 외국 기술을 배제하자는 뜻도 아니다. AI 산업은 이미 글로벌 공급망 안에서 움직인다. 반도체 설계, 장비, 클라우드, 오픈소스 모델, 데이터센터, 인재 이동은 모두 국경을 넘는다. 따라서 AI 주권은 고립이 아니라 협상력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글로벌 AI 생태계 안에서 한국이 무엇을 제공하고, 무엇을 보호하며, 무엇을 교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이다.

한국이 아무것도 통제하지 못한 채 외국 플랫폼에만 의존한다면 협상력은 약해진다. 반대로 반도체, 산업 데이터, 한국어 데이터, 응용 서비스, 법과 제도에서 일정한 자산을 확보한다면 한국은 글로벌 AI 시장에서 더 강한 위치를 가질 수 있다. 이제 한국도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우리도 한국형 AI를 만들 수 있는가”만 물어서는 부족하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그 AI를 움직이는 데이터와 인프라, 모델과 규칙 중에서 과연 무엇이 한국의 손 안에 있는가.

AI 주권은 선언이 아니다. 소유와 통제, 활용과 협상의 구조다. K가 브랜드를 넘어 시스템이 되어야 하듯, 한국형 AI도 이름을 넘어 국가 전략이 되어야 한다. AI 시대에 주권을 가진다는 것은 단순히 AI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AI가 만들어내는 가치의 흐름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형 AI’라는 말만으로는 AI 주권을 지킬 수 없다 [장준환의 AI법 네비게이터⑥]이미지 확대보기
장준환 뉴욕 변호사 (Private Wealth & Investment)
충북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겸임교수/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 고문변호사
미국 뉴욕주 프라이빗 웰스 로펌의 대표 변호사로 자산 구조와 투자전략 설계 전문가다. AI를 비롯한 IT 관련 법률 지식에 정통해 충북대 컴퓨터공학과 겸임교수와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다.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개발사업과 글로벌 갤러리 운영도 하면서 다양한 사회·문화 활동도 하고 있다. 차세대 한인 리더로서 AI 시대의 인간다움을 지키는 인프라를 구축해 입법·제도화한다는 비전을 갖고 오는 2028년 뉴욕주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를 준비 중이다.

장준환 칼럼니스트/뉴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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