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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일갈등 미래 먹거리 싸움 성격 강해..미중 첨단기술 경쟁 축소판 관점서 접근 필요 있어

장태민

기사입력 : 2019-07-1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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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최근 한일 갈등과 관련한 정치적 해석이 많았다. 과거사, 강제징용 문제 등으로 그간 한국과 일본 사이에 많은 앙금이 쌓였다.

하지만 내심 본질적인 문제는 '기술경쟁' 아니냐는 진단을 하는 사람도 많다.

미중 무역갈등이 단순히 미국의 대규모 대중 적자라기 보다는 미래의 먹거리, 즉 기술패권을 둘러싼 싸움인 것처럼 한일 갈등 악화도 그렇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일본이 핵심 소재 수출 금지와 같이 강력한 경제 재제를 해 온 것은 여태 보지 못했다"면서 이번 한일 갈등을 미래를 둘러싼 기술 경쟁의 산물로 풀이했다.

■ 일본의 EUV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타겟팅이 주는 시사점...상대방 기술발전에 대한 경계심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달 1일부터 한국으로 수출하는 전략물가와 기술에 대한 규제와 절체를 변경했다.

4일부터 불화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에 대한 개별 수출 절차가 강화됐다. 공급사는 매번 거래내역과 상품에 대한 검증,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이 품목들의 일본 수입 비중은 포토레지스트가 93.2%, 폴리이미드 필름이 84.5%, 불산이 41.9% 순이었다.

이 품목들은 이제 각 거래 건별로 관련 상품이 실사용자에게 전달돼 사용되는 지 여부와 국제 평화와 안전을 해치지 않는 목적으로 사용되는지 여부, 또 실제 사용자가 해당 상품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관리하는 지 등을 확인 받는다.

이 귀찮은 과정에 90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관련된 국내 업체들엔 비상이 걸렸다. 또 현재 의견수렴 중인 '화이트 리스트' 국가에서 한국이 제외되면 일본은 훨씬 더 많은 상품에 대해 전략물자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추가적인 부품 규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가운데 일단 일본이 규제한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3품목 가운데 한국의 일본 의존도가 높은 포토레지스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포토레지스트는 노광공정에 사용되는 감광제다. 일본이 포토레지스트 가운데 가장 앞선 제품의 기술의 통제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신증권의 이수빈 연구원은 "국가 안보환경에 대한 수출 통계 타격은 EUV 포토레지스트"라며 "일본의 수출규제는 ArF 또는 KrF 포토레지스트가 아닌 가장 앞선 기술인 EUV 포토레지스트가 타겟"이라고 밝혔다.

수출입은행의 이미혜 연구원은 "불산과 폴리이미드는 일정부분 대체가 가능하나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포토레지스트는 일본기업 대체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포토레지스트는 광원의 파장 길이에 따라 KrF(불화크립톤, 248nm(나노미터)), ArF(불화아르곤, 193nm), EUV(13.5nm) 등으로 분류하며 파장이 짧을수록 미세화에 유리하다.

이 연구원은 "차세대 노광기술인 EUV(극자외선(Extreme UV))용 포토레지스트는 일본기업 대체가 어렵다"면서 "EUV 포토레지스트는 일본의 독과점 구조이며, 한국의 주력제품은 KrF이고 ArF는 개발했으나 EUV 포토레지스트는 생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세정·식각공정에 사용되는 불산에 대해선 지난해 11월 일본의 불산 수출 일시중단 등으로 인해 대안을 모색해왔다"면서 "OLED 등에 사용되는 폴리이미드는 한국의 투자 확대로 중기적으로 대체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최근 미국이 화웨이에 이어 중국의 슈퍼컴퓨터 업체 중커수광을 거래제한명단에 올린 데는 남 다른 이유가 있다는 의심들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지난 3월 인텔과 미국 에너지부는 오는 2021년까지 최초의 엑사플롭(exaflop)급 슈퍼컴퓨터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중커수광이 초당 100경 회 연산이 가능한 엑사급 슈퍼컴퓨터를 이르면 내년에 완성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기도 했다. 물론 아시아 최대 슈퍼컴퓨터 업체 중커수광은 미국으로부터 스파이 혐의도 받아왔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에 대한 경계감을 늦추지 않는 것처럼 일본도 미래 기술경쟁과 관련해 한국의 예봉을 꺾고 싶어한다고 볼 여지도 있는 것이다.

■ 한일 갈등, 첨단산업 관련 경쟁의 산물..미중 갈등과 본질 같다는 평가들도

한일 갈등을 단순히 정치적으로만 해석해서는 곤란하다는 시선들이 적지 않다.

앞으로 글로벌 경제는 4차산업으로 일컬어지는 반도체 등 혁신산업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각국의 치열한 기술경쟁을 무시하고 현재 한일 갈등을 단순히 과거사 문제 등으로 해석해선 곤란하다는 평가들이 많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도 반도체 굴기 정책 등을 통해 반도체 등 IT산업에 국가적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이에 미국 정부는 위협을 느끼게 되어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정부는 2030년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시스템 반도체 비전과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면서 "이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 육성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 간다면 일본은 물론 미국마저도 한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결국 일본의 규제는 향후 비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경쟁에서 한국이 한발 더 앞서가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적 규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현 상황이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을 둘러싼 한-미-중-일 간의 경쟁이라면 미중 무역갈등이 봉합되더라도 향후 반도체 산업을 두고 미국 및 일본의 경제 규제가 장기화될 수 있다"면서 198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미일 반도체 갈등이 1990년대 초중반대까지 지속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사실 1980년대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과 일본의 주도권 싸움은 심각했다. 당시 레이건 행정부는 자국 반도체 기업 보호를 위해 일본에 통상압박을 지속했으며, 미국은 90년대 중반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한국은 반도체를 키웠다.

첨단산업 관련 기술력 확보 여부는 한 국가의 미래경제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중요하다.

또 한일 갈등과 관련해 일본이 미국의 동의를 구했는지 여부, 또 미국은 어떻게 나올지 여부 등도 상당한 관심이다. 미국이 중국의 기술에 위협을 느끼듯이 일본도 한국의 기술에 적지 않은 위협을 느꼈을 수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첨단기술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시대에 상대방의 기술이 더 올라오기 전에 빨리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대일 외교 실패는 마땅히 비난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각국의 미래 먹거리를 둘러싼 첨예한 기술 경쟁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 과거·현재 보다 더 중요한 '미래'

자료=신한금융투자

자료=신한금융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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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일본에 대해 늘 적자를 기록해 왔다. 21세기가 들어서도 이런 양상은 시정되지 않았다. 한국이 원유를 대거 수입하는 사우디보다 일본에 대한 적지 규모가 더 클 정도다.

한국의 많은 업체들이 품질이 뛰어난 일본산 중간재를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결과다. 한국이 '바이어'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쉽게 큰 소리를 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일본의 규제는 한국 산업들의 미래와 관련돼 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평가들도 나오고 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의 규제가 당장 한국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수출 규제 대상에 거론된 품목들은 현재 공정에 주력으로 사용되는 품목이 아니라 향후 공정에 사용될 품목이다. 플루오르 폴리이미드는 플렉서브 디스플레이에, 레지스트의 경우 차세대 노광장비 EUV에, 불화수소는 미래 먹거리로 거론되는 비메모리 생산에 사용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탄소섬유 역시 차세대 자동차나 항공기 등 미래 소재로 부각된다"면서 "일본의 규제는 한국의 현재보다 미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일본이 한국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5% 수준이다. 수출은 5.0%, 수입은 10.2%로 수입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향후 일본은 추가적인 공세로 나올 수 있다.

하 연구원은 "대일본 수입 상위 20개 품목(MTI 3단위)은 기계류, 철강, 플라스틱, 전기기기, 광물성 연료, 운송장비, 화학제품 등 다양하다. 해당 수입 품목의 일본 비중은 대부분 50%를 상회한다"면서 "지금은 반도체 소재에 국한됐으나 일본 언론은 공작기계, 탄소섬유 등 품목 확대 가능성을 거론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어쩌면 한국은 일본의 공세에 대해 올해 남은 기간 등 가까운 시기가 아니라 좀 더 먼 미래를 더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최근까지 한국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노령화와 젊은층 인구 소멸 등으로 한국의 미래는 암담하다는 평가들도 많다. 이런 시기에 일본이 한국의 성장 잠재력을 한 단계 더 꺾기 위해 공세를 취하고 있다는 의심이 적지 않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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