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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파월 풋

장태민

기사입력 : 2019-06-1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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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연준 풋'이란 말은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의 유물이다.

주식시장이 비틀거릴 때 그린스펀 의장이 나서서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행위가 그린스펀 풋이었으며, 이 말이 이후 보다 일반적인 명사 형태를 갖게 된 것이다.

풋 옵션은 특정 기초자산을 만기 시점에 정해진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예컨대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투자자들은 풋 옵션을 사서 위험을 헤지하거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

연준의 수장들은 뉴욕 주가 급락 시마다 금리인하 시그널 등을 통해 주가 하락을 막은 경험이 많다.

주식시장이 힘들 때 연준이 등장해 주가 하락을 방어해 주는 행위는 '연준 풋'이 됐다. 그리고 연준 풋은 그린스펀 풋, 버냉키 풋, 옐런 풋에 이어 파월 풋으로 이어졌다.

■ 그린스펀 풋..그리고 2019년의 파월 풋

앨런 그린스펀은 1987년 8월부터 2006년 1월까지 20년 가까이 연준 의장을 지냈다. 특히 그린스펀은 주식시장의 구원자 역할을 자임하는 경우가 많았다.

1987년 10월 19일 블랙먼데이로 S&P500이 하루만에 20.5% 급락하자 긴급 유동성 공급책을 들고 나와 시중금리를 크게 떨어뜨리고 주식시장의 반등을 지원했다.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 사태로 대형 헤지펀드 롱텀 캐피털이 붕괴하면서 주식시장이 크게 휘청거리자 그린스펀은 그해 9월부터 11월까지 3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하고, 40억 달러 가까운 펀드를 조성해 대응했다.

이처럼 주식시장이 힘들어 할 때마다 연준의 정책적 개입이 이어지면서 '그린스펀 풋'이라는 말은 일반명사가 되다시피 했다.

이후 주식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나오는 연준의 금리 인하나 유동성 공급 행위를 '연준 풋'으로 이해하게 됐다.

그린스펀의 유물로 볼 수 있지만, 연준 의장들은 이제 그들의 이름을 딴 풋 옵션이 주목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4일 경기 확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적절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의 이런 스탠스는 금리인하가 가까이 다가와 있다는 인식을 강화시켰다.

이런 발언으로 뉴욕 주가는 한동안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5월 급락장 이후 긴장하고 있던 국내 주식시장도 분위기를 어느 정도 추스릴 수 있다.

파월 풋에 대한 기대감은 궁극적으로 시장금리도 낮췄다. 연준의 금리인하 시사가 주가를 띄우고 위험선호를 강화시켜 미국 금리를 한 때 올리기도 했으나, 미국채 금리도 연중 저점을 낮추려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한편 6월 들어 연준이 금리인하 기대감을 한단계 더 높인 뒤 이주열닫기이주열기사 모아보기 한은 총재도 12일 창립기념사에서 '상황에 따른 대응'을 거론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웠다.

■ 파월 풋..그리고 기대감의 반영 정도

자료=삼성증권

자료=삼성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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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18~19일로 예정된 FOMC에서 금리가 인하될 확률은 낮게 평가된다.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내리기 보다는 인하를 예고하게 될 것이란 인식이 강한 편이다.

미국 금리선물 시장은 7월 인하 확률을 80% 이상으로 높게 반영하고 있다. 파월 풋이 금융시장에 많이 반영돼 있는 만큼 뒤늦게 도비시한 FOMC를 근거로 포지션을 구축하는 것은 실익이 적을 수 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금은 연준 풋을 재평가하는 기간이며, FOMC는 생각보다 신중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엿보인다.

연준에 대한 기대치가 이미 높은 수준에 달한 만큼 시장은 금리인하 기대감을 '확인시켜주는' FOMC보다 '조심스러운' FOMC에 더 예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주 발표된 미국 5월 CPI 부진으로 7월 FOMC의 금리인하 확률은 80%대 중반 수준까지 상승한 상황이어서 연준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면 실망감이 클 수 있다는 견해인 것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이자율 시장에서 미국과 한국 모두 금리 인하 기대감을 2차례 이상 반영한 상황"이라며 "주식시장도 최근 이런 기대감을 상당 부분 반영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확률보다는 의외로 지켜보자는 뉘앙스를 풍길 가능성이 더 높다. 현실적으로는 7월이나 9월 인하를 예고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FOMC 결과가 기대에서 얼마나 벗어나느냐에 따라서 시장에 큰 변동이 초래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장 FOMC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파월 풋이 중장기적으로 금리를 더 낮추면서 주식시장의 메리트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보인다.

아울러 연준이 적극적인 금리인하 의지를 보이지 않더라도, 중기적으로 볼 때 파월 풋 구도가 헝크러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보인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에서 시장의 실망을 자아내는 결과가 도출될 경우 리플레이션 기대는 후퇴하게 된다"면서 "이는 채권에 내재된 기대 인플레이션 감소와 시장의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해 채권 수익률을 끌어내릴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면 시장금리는 자연스럽게 주식의 상대적인 일드 매력을 부각시키게 된다"면서 "MSCI AC world 기준 일드갭은 지난해 평균 3.87% 대비 높은 4.78%로 올랐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 풋에 대한 기대가 채권시장의 단기급등을 유도했지만, 주식시장 반응은 아직 중립적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코스피 배당수익률은 한국 국채10년물 수익률을 약 115bp 웃돌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월 풋이 주식시장의 상대적인 저평가를 부각시켰으며, 이는 향후 주식시장 강세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관점이다. 또 주가지수 상방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면 안전마진 확보 차원에서 고배당주 위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무튼 미중 갈등에도 불구하고 향후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 진입 가능성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의 반등을 고대하는 모습들도 엿보인다.

신한금융투자 곽현수 연구원은 "주가지수가 6개월 이내 고점 대비 20% 내외의 조정을 보였을 때 연준은 어김 없이 금리 인하 또는 완화적 통화 정책을 사용해왔다"면서 "이번에도 20% 조정을 받은 상태이며, 6월 연준은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을 이미 시사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채권시장 차원에선 2년 국채 금리가 6개월 이내 고점 대비 1%p 내외 하락했을 때 연준은 금리 인하로 응답해왔다"면서 "2010년 이후 2년 국채 금리가 6개월 이내 고점 대비 1%p 조정을 보인 적은 한 차례도 없었으며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연준 금리 인하로 신흥국과 한국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이 도래할 것"이라며 "금리 인하로 ISM 제조업 지수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으며, 세계 위험자산선호를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향후 연준의 금리 인하가 경기 침체보다 경기 둔화에 대응하는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금리 인하 횟수가 제한되고 위험자산이 하락하는 폭 또한 제한될 수 있다는 진단도 보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는 이전 3차례 금리인하 국면과 비교할 때 견조한 편이며, 연준이 경기사이클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과거 3차례 이상 금리인하 사이클 당시와 현 경제 상황의 차이점을 감안할 때 미 연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이전처럼 대폭적인 금리 인하가 아닌 1~2차례의 인하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는 "지난 1995년, 1998년 금리 인하 사이클은 경기침체를 동반하지 않은 소폭의 인하에 그치는 미니 금리 인하 사이클 형태였다. 만약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우리 예상처럼 미니 금리 인하 사이클일 경우 심각한 경기침체가 아닌 일시적 경기둔화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가 등 위험자산 가격의 하락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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