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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슈] 재건축 규제 늪에 빠져 늙어가는 수도권

김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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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5-10 11:13

잇단 규제로 재건축 추진 더뎌
10년 뒤 수도권 주택 3분의 1이 노후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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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김성욱 기자] 재건축 시장의 암울한 기운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재건축 관련 정부의 고강도 규제들이 법제화를 마치고 올해 본격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강화 시행으로 사업 기간이 늘어났고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대출 규제 등으로 재건축 사업 동력도 끊겼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 수주비리를 막기 위한 3진 아웃제가 도입되는 등 재건축 규제가 더 강화될 예정이어서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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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족쇄… 늙어가는 서울과 수도권

재건축 사업은 이미 2018년 초부터 족쇄가 채워졌다. 재건축안전진단 강화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에 이어 8·2부동산 대책을 통해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하면서 사업성은 곤두박질쳤다. 여기에 지난해 4월 양도소득세 중과가 본격 시행되면서 주택 거래량은 확연히 감소했다.

하지만 주택 거래가 위축됐는데도 재건축 아파트값은 오히려 오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중과세를 감수하면서까지 집을 팔려는 매도인이 많지 않다 보니 매물 자체가 줄어서다.

집주인 상당수가 주택을 처분하는 대신 임대주택 등록을 선택했다.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은 수급 불균형 탓에 집값이 상승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재건축을 추진 중이던 기존 단지들은 여전히 ‘사업 올스톱’ 상태다. 생각보다 집값이 쉽게 잡히지 않자 더 많은 재건축 관련 규제가 쏟아진 탓이다.

재건축 초기 단지들은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사업 진입 길목이 틀어막혔고 사업 마무리 단계에 있는 단지는 재건축 부담금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실제로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아파트는 아직 재건축 첫 단계인 안전진단 준비 단계에서 진척이 없다. 모든 단지가 일찍이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정부가 지난해 3월 안전진단 기준을 더 강화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최근 들어서야 5단지가 안전진단 용역 비용을 모금하는 등 재건축 추진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강남구 ‘대치쌍용2차’ 재건축 사업은 지난해 6월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당초 8,000만원으로 예상됐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금이 최대 4억~5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사업 진행을 멈춘 상태다. 이 소식에 바로 옆 단지인 ‘대치쌍용1차’도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미뤘다.

단지마다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주택 노후도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토지주택연구원이 최근 펴낸 ‘노후 주거단지와 주변 지역 연계재생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주택 노후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주거단지 1만 5,976곳 중 재건축 연한(준공 30년)을 초과한 단지는 4.9%(785곳)다.

노후 단지는 수도권에 주로 몰려 있는데 특히 서울에서 30년 초과 단지 비율은 12.5%(295곳)에 달했다. 준공 30년 초과 단지를 시·군·구 등으로 나눠봐도 상위 지역 10곳 중 8곳이 서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강남은 정부가 계획적으로 집중 개발했기 때문에 재건축 연한도 비슷한 시기에 몰려 있다”며 “이대로라면 10년 후 수도권 아파트 3분의 1이 재건축 대상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재건축 사업 차질로 4~5년 뒤 공급 공백기가 올 우려가 있고 수급 불균형 문제가 커질 수 있다”며 “재건축을 막아 집값을 잡으려 하기보다는 재건축·재개발 물량을 통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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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는 재건축 단지들의 고민

하지만 정부의 규제는 오히려 더 강화되는 분위기다. 국토부는 지난 3월 7일 재건축 수주비리를 막기 위해 올 하반기부터 3진 아웃제를 도입하고, 주택 재개발 사업시 현재 최대 15%인 임대주택 건설 의무비율도 최대 20%까지 상향 조정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2019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또 서울시도 최근 내놓은 ‘도시·건축혁신안’을 통해 정비사업 초기 단계에 사전 공공기획을 신설해 정비사업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모든 사업 과정에 시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건축혁신을 위한 뉴 프로세스’에 나서기로 했다.

천편일률적인 ‘성냥갑 아파트’를 줄이고 도시 미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라지만, 재건축조합의 사업 자율성이 침해되고 결국 사업비가 급증할 우려도 크다. 재건축 초기 단계인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 1~14단지, 압구정 재건축 단지 등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주택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조합 스스로 설계에 신경 쓰면 얼마든지 성냥갑 아파트를 탈피할 수 있는데 또 다른 규제를 양산하는 듯싶다”며 “서울시가 개별 아파트 밑그림까지 결정하면 재건축 사업 속도가 더욱 늦어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재건축 단지들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아예 재건축 사업을 늦추거나 리모델링으로 돌아서는 단지도 속속 나타나는 중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한 잠원 한신로얄 리모델링 조합은 2개 층을 수직증축해 237가구의 ‘신반포아이파크’를 짓기로 했다.

잠원동아, 개포대청아파트도 리모델링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광진구 워커힐아파트처럼 일반분양을 포기하고 1 대 1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도 부쩍 늘었다.

심교언 교수는 “지자체가 정비사업에 의지를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 없이 규제(임대가구 비율 확대 등)만 가할 경우 사업성이 떨어져 사업 중단으로 치달을 수 있다”면서 “재건축 사업을 통한 주택 순증 효과가 분명한 만큼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통해 수요를 충족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성욱 기자 ks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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