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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정책해설–정부는 왜?] 비난을 각오한 예타 면제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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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1-31 13:16 최종수정 : 2019-05-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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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정책해설–정부는 왜?] 비난을 각오한 예타 면제
이렇게 정부가 비난을 받은 적이 있나 싶기도 하다. 정말 드물게 진보와 보수라는 진영에 관계없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 사업을 최종 선정했다. 23개 사업으로, 전체 규모는 약 24조 원에 이른다. 국가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가 목적이라고 한다. 예비 타당성 조사는 지난 김대중 정부 시절, 그러니까 1999년에 도입됐다. 국고 300억 원 이상이 지원되는 대형사업의 경제성을 따지는 제도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내용을 검토해서 재정 투입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제도 도입의 이유다. 경제성이 부족하다면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내용을 보완하도록 해서 예산 낭비를 막자는 목적이다.

예비타당성조사에는 정량 평가와 정성 평가가 다 포함돼 있다. 정성 평가는 보건, 복지, 환경, 교육, 문화적인 효과처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사업을 심사하기 위해서다. 원칙대로 하자면 꼭 나라에 필요한 사업이라고 생각되는 경우, 정부가 정성 평가 기준을 좀 달리 조정해서, 규정대로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쳐 사업을 추진할 수도 있다. 사회 공동체 유지와 약자 지원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 이런 정공법은 선택하기 어려웠다.

이번에 선정된 사업들 가운데 정성평가를 강화한다고 해도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사업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사회 공동체 유지와 약자지원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주 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 사업과 울산 산재전문공공병원 사업, 둘 정도에 불과하다. 두 사업 예산은 합쳐서 6천억 원이다. 24조 원 규모의 사업가운데 약 20조 원이 토건 몫 이고 대부분이 도로, 철도, 교통, 물류망 구축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다. 23개 가운데 7개는 과거 이미 조사를 받았지만 탈락했던 사업이기도 하다. 대규모 국책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방침은 돈을 쓰겠다는 차원의 조치고, 조사면제 결정은 지역 토건사업에 쓰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해온 말도 있고 해서 대외적으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정부도 내심 인정한다. 이건 건설투자를 통한 경기부양이다.

물론 토건 사업이라고 해서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토건 사업이든 뭐든 필요한 일은 하는 게 옳다. 낡은 도로와 교량, 철도를 점검하고 보수하는 일은 해야 한다. 남북교류 활성화에 대비한 사회간접자본 투자도 늘려야 한다. 게다가 이런 사업을 통해 일자리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경제가 어렵고 정부도 이를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법규 위반의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거의 모든 법이 그렇듯이 예외 조항이 있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지역 균형발전이나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이라면 예비 타당성조사를 면제할 수 있다.

사실 정부는 이미 작년 10월,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대상 사업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지역경제 파급 효과가 큰 광역권 교통ㆍ물류기반 및 지역전략산업 등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인프라 사업은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해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 당시 발표였다.

17개 시·도가 타당성 조사 면제를 요청한 사업은 모두 33건이었다. 서울 1건, 16개 시도가 각 2건씩이었고 규모로는 모두 60조원을 넘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침은 광역 지방자치단체별 로 1건 정도씩은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초에는 정말 시도별로 하나씩 해서 17개 정도의 사업을 골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최종 선정과정에서 조금 늘어나 23건이 됐다. 대신 사업 규모는 당초 예상보다 줄었다.

정치적 함의가 있는 것은 물론이다. 사업비 4조7천억 원으로 가장 규모가 큰 사업이 김천에서 거제를 잇는 남부 내륙철도사업이라는 데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건 당연하지만, 여론의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야당의 반대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단 야당의 공식적인 반응은 비판 일색이다. 자유한국당은 인기영합 정책이고 선심성 퍼주기라며 비판했고, 민주평화당은 측근을 챙기기 위한 면제라며, 바른미래당은 총선을 겨냥한 술수라며 비난했다. 하지만 이건 모두 공식적인 반응일 뿐이다. 조사면제가 결정된 사업은 이제 조기 착공이 가능하다. 지역 사업이 채택되지 않아서 불만이라면 몰라도, 정부가 나서서 지역사업을 해준다는데 지역구를 가진 어느 의원도 나서서 비난할 수는 없다. 당장 면제 사업이 결정된 곳의 야당 지역구 의원들은 반응이 다르다. 아마 야당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지는 못할 것이다. 만약 정말 야당이 이 사업들을 시작하는데 반대한다면, 그저 예산안을 심의할 때 삭감하면 된다. 목소리 높일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정작 문제는 앞으로다. 2014년 이후 지난 5년 동안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은 사업은 단 1건도 없었다.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이제 지역사업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 노력하기 보다는 조사를 면제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더 집중하게 될 것이다. 이를테면 집단 시위, 로비 또는 정치권을 통한 압력이 그 방법이 될 것이고 전문가가 아니라 정치 집단이 힘을 갖게 될 것이다.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김상철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MBC논설위원/前 인하대 겸임교수/前 금융감독원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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