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감축으로 인한 타격은 순이익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신한·삼성·KB국민·현대·BC·하나·우리·롯데카드 8개사의 당기순이익은 올해 3·4분기 405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0%(170억원) 감소했다. KB국민카드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KB국민카드는 2455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16억원의 이익이 증가했지만 이는 캠코 매각 370억원이 반영돼서 늘은 것처럼 보인다. 캠코 채권 매각 이익을 제외하면 누적 당기순이익은 208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339억원) 대비 10.8%가 감소했다. 올해 4분기도 큰 실적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 어느 때보다 속도감과 추진력을 몰아붙여 2019년도 경영계획을 수립해야하는 시기에 KB국민카드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융당국과 카드업계가 공동 진행 중인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 회의가 끝나지 않아서다. 이 회의에서는 카드 상품에 기본 탑재되는 부가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이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 이와 더불어 금융위원회는 카드사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규제 완화 등 제도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결과에 따라 관련 사업을 빠르게 펼칠 수 있도록 촉각을 세우고 있어야 할 상황이다.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KB국민카드는 내년 경영 계획 방향으로 ‘결제 사업 정교화’와 ‘손익 마인드 제고’의 철저한 내재화를 제시했다. 카드사 본연의 지급결제업을 보다 정교히 다지고, 손익 민감성을 높여 비용 효율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또 사업 수익성 악화를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더욱 섬세하게 비용 절감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기본기를 다지는 내실 경영과 더불어 수익 창출 기반 다각화에도 집중할 전망이다. 먼저 해외 결제 시장 선점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2017년 공식 출범한 ‘KB코라오리싱’은 KB금융그룹이 라오스의 한상기업 코라오와 합작해 설립했다. KB캐피탈 51%, KB국민카드 29%, 코라오홀딩스 20% 출자해 올해 상반기 기준 8억6000만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작년 2월에 첫 영업을 개시하고 1년 반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9월에는 미얀마 중앙은행으로부터 현지 대표사무소 설립 인가를 받고 미얀마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미얀마에서는 할부금융과 신용카드업을 할 수 있는 ‘종합여신전문금융기관’ 형태를 고려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첫 해외 자회사이자 이동철닫기

빅데이터 관련 디지털 사업과 PA(Processing Agency) 사업도 강화할 예정이다. 디지털 시대에 맞춰 빅데이터 역량도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그룹 차원에서 카드·지주·은행 3사가 통합해 신설한 ‘데이터전략본부’에서 카드사 데이터 가공 업무가 진행 중에 있다. 지난 11월에는 빅데이터 사업화를 위한 ‘데이터 오픈 랩’을 열고 민간기업, 공공기관 등이 보유한 각종 데이터를 융합해 분석하고 빅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 기회도 공동 발굴하겠다는 전략이다. PA 사업은 카드 업무 대행을 의미하는데, KB국민카드는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발급부터 결제 승인 업무까지 카드 관련 업무를 대행해나가고 있다. 이런 안정적 수익 기반을 갖출 수 있는 사업을 늘려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사업들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중장기적 투자로드뷰라 가시적인 성과가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해외 진출 사업은 해당국가의 결제 인프라가 갖춰져야 결실을 맛볼 수 있다. 빅데이터 관련 사업 또한 아직 걸음마 단계인 데다 카드사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으려면 뚜렷한 수익 구조를 갖춰야 하지만 뾰족한 묘책이 없는 상황이다.
최근 경기 흐름이 좋지 않은 만큼 리스크 관리에도 나설 전망이다. 카드사 대출 상품인 카드론은 신용카드만 있으면 손쉽게 대출할 수 있어 급전을 마련하는 신용 취약계층이 이용 고객 중 대다수다. 경기 침체 장기화가 예상되는 만큼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서 취약 차주 부실율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얼만큼의 비용 절감을 할 수 있을지 디테일한 수치나 경영 전략을 세울 수 없는 상황이어서 내년에 TF 회의 결과를 보고 유연하게 수정하고 세부 내용을 정해야 한다”고 토로하며 “내실 있는 경영으로 비용 효율성과 연계해 업무 진행 시 불필요한 경비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불확실성이 커 이럴 때일수록 카드사 원천 사업에 집중해, 본래 사업을 잘하는 틀 안에서 다른 신사업을 노려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