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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NH 몸집 컸지만 ‘한국형 골드만삭스’ 요원

김수정 기자

sujk@

기사입력 : 2018-10-08 00:00

자본확충 영업 강화에도 IB 수익비중 여전히 미미
“규모 관계없이 종합증권사 추구…자본 활용처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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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김수정 기자]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등 국내 대형 증권사들을 ‘한국판 골드만삭스’로 키우겠다는 금융당국의 목표가 언제 달성될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자기자본 규모 상위 증권사들은 이같은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정책에 따라 빠르게 몸집을 키워왔지만 여전히 IB로 버는 수익 비중이 미미하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권사들이 규모와 상관없이 종합증권사를 지향해온 까닭에 진정한 의미의 IB가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었다고 지적한다.

◇ ‘한국판 골드만삭스’ 정책 좇아 몸집 키운 대형증권사

증권사들은 ‘초대형IB 육성’이라는 정책 목적에 따라 계단식으로 자본을 키워왔다.

IB는 직역하면 투자은행으로 주식·채권 발행 등과 같은 기업 자금조달을 비롯해 인수합병(M&A),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모펀드(PEF) 등과 관계된 업무를 한다.

정부는 2000년대 중반부터 대형 증권사 육성 정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는데 보다 구체적인 움직임을 시작한 건 2011년 말이다.

금융당국은 국내 증권사들을 글로벌 IB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우고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가 프라임브로커 등 신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와 코넥스시장, 대체거래소(ATS) 등이 해당 개정안을 통해 추진됐다. 개정안은 2013년 시행됐다.

이후 금융당국은 2016년 보다 구체화된 초대형 IB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는 기존 증권사들이 할 수 없던 단기금융업무를 인가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증권사들의 자본확충을 유도했다.

정부가 내세운 유인을 따라 기존 대형증권사들은 증자와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며 자본 대형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정부는 작년 11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5개 증권사를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일명 초대형 IB로 지정했다.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초대형 IB 지정 당시, NH투자증권은 올 5월 단기금융업 인가를 획득했다.

초대형IB로 지정된 5대 증권사 자기자본은 2012년 말 17조2478억원에서 올 상반기 26조5155억원으로 53.73% 증가했다. 5개사 평균 약 3조5000억원 정도 됐던 것이 5조3000억원으로 50% 이상 늘어났다.

이 기간 미래에셋대우가 4조517억원에서 8조2538억원으로 자기자본을 103.71% 늘리면서 제일 눈에 띄게 몸집을 키웠다. NH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3조4839억원에서 4조9076억원으로 40.87% 늘어났다.

삼성증권은 3조4825억원에서 4조5961억원으로 31.98%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이 3조2255억원에서 4조4160억원으로 36.91% 증가했고 KB증권은 3조42억원에서 4조3420억원으로 44.53% 늘었다.

◇ 늘어난 자본으로 IB 사업 부진

브로커리지 중심으로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 공격적인 자본 확충은 자기자본이익률(ROE) 악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이 예상보다 지체된 가운데 증권사들은 늘어난 자본을 십분 활용해 IB 고유의 사업을 활성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되고 추가적인 규제 완화까지 이뤄진 현재도 해당 증권사들은 여전히 IB보다 다른 부문에서 훨씬 큰 수익을 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올 상반기 매출(영업수익)이 7조4597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주식, 채권 등 상품 운용과 파생상품 공급 등을 담당하는 세일즈·트레이딩 부문이다. 세일즈·트레이딩 부문 영업수익은 5조5995억원으로 총수익의 75.06%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많은 영업수익을 올린 건 홀세일 부문으로 총 영업수익의 16.62%인 1조2399억원이었다. 이어 자산관리(WM) 부문이 5510억원으로 매출의 7.39%를 차지했다.

IB부문의 상반기 영업수익은 2763억원으로 총 수익의 3.70%에 불과했다. 지난해와 별반 달라지지 않은 상태다. 작년 상반기 IB부문 수익은 1345억원으로 총 영업수익(5조2345억원)의 2.57%였다.

자본 규모로 두 번째인 NH투자증권도 비슷하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영업수익으로 4조9208억원을 벌어들였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자기자본투자를 수행하는 트레이딩 부문이다. 트레이딩부문 수익은 2조4504억원으로 총 수익의 49.80%를 차지한다.

다음으로 많은 수익을 낸 건 본사·기타 부문으로 총 수익의 30.83%인 1조5173억원을 기록했다. 순수하게 IB 수익으로 잡힌 금액은 1839억원으로 전체 수익의 3.73%다. 작년 같은 기간에도 NH투자증권의 IB 영업수익은 1886억원으로 총 수익(5조1550억원)의 3.65% 수준이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올 상반기 트레이딩 부문 수익이 제일 많았고 이어 브로커리지, IB, 자산관리(AM) 등 순이었다. KB증권과 삼성증권 등은 IB부문 수익을 따로 구분하지조차 않고 있다.

◇ 자본규모 관계없이 천수답 사업

대형 증권사 육성 정책 속에서 큰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자본을 확충하고 나서면서 증권업계에서 대형사와-중대형사 간 자본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2012년 말 대형사 5곳의 자기자본은 평균 3조4000억원, 6~10위권 증권사 5곳의 자기자본은 평균 1조8000억원으로 대형사의 자기자본이 중대형사의 2배가 안 됐다.

그러나 올 들어 대형사 자기자본 평균은 5조3000억원으로 중대형사(2조5000억원)의 2배 이상이 됐다. 어떤 산업의 과점 정도를 보여주는 허핀달-허쉬만지수(HHI) 역시 2013년을 기점으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증권업 HHI는 특히 위탁매매와 IB, 자기매매 부문을 중심으로 상승세다. HHI는 특정 산업에서 과점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을 합산해 해당 산업의 시장집중도를 측정하는 수단이다. 값이 클수록 산업의 시장집중도가 심하고 경쟁이 덜 치열하다는 의미다.

벌어진 자본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증권사의 수익 포트폴리오에서 IB와 WM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 최근 ROE가 회복국면에 접어든 것도 증시 활황으로 브로커리지와 트레이딩 이익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지 IB와 크게 상관이 없다.

국내 증권사들이 규모와 관계없이 브로커리지 수수료 중심의 비슷한 수익구조를 나타내는 이유를 종합증권사 모델에서 찾는 의견이 있다. 큰 증권사든 작은 곳이든 특정 업무영역에 특화된 증권사보다는 종합증권사 모델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증권사의 취급 상품이나 서비스가 대개 비슷하기 때문에 특정부문에 집중할 경우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장정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형화에 성공한 증권사들도 자금조달 구조나 수익구조는 중소형사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모두가 종합증권사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증권사 수익구조가 규모에 관계없이 비슷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결국 초대형 IB 플랜이 성공하려면 대형 증권사들이 늘어난 자본을 IB답게 잘 굴려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본의 대형화라는 조건은 어느 정도 충족이 됐다”며 “이제부터 중요한 건 자본을 잘 활용해 IB에 걸맞게 수익모델을 특화하고 고도화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sujk@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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