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주거 브랜드 '알링턴 하우스'(왼쪽) 로고와 포스코이앤씨 '오티에르' 로고. /사진출처=각 사
포스코이앤씨가 지난 2022년 선보인 ‘오티에르(HAUTERRE)’는 기존의 ‘더샵’과 차별화한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다. 이 브랜드의 적용 사례는 ▲신반포18차·21차 재건축(오티에르 반포) ▲방배 신동아아파트 재건축(오티에르 방배) ▲노량진1구역 재개발(오티에르 동작) 등 아파트 단지에 한정돼 있다. 아직 입주를 완료한 단지가 없고, 시장 내 인지도 역시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 용산정비창 사업, 단순 아파트 단지가 아니다
포스코이앤씨가 오티에르 브랜드를 제안한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사업은 단순한 주거단지 개발과는 거리가 멀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일대에서 추진되는 이 사업은 아파트 777가구와 오피스텔 894실 및 대규모 상업·업무시설이 함께 조성되는 약 1조원 규모의 초대형 복합개발사업이다. 특히 서울시의 ‘용산 국제업무지구’ 계획과 연계된 국제업무·상업시설과 주거시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글로벌 복합도시의 거점으로도 기대된다.
따라서 브랜드 전략 역시 일반 아파트 단지와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용산정비창 사업은 단순한 아파트 재개발이 아니라 국제업무지구와 연계된 도시개발”이라며 “브랜드 역시 사업 위상에 걸맞은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티에르 용산’이라는 명칭만으로는 이 거대한 개발이 주거·오피스·상업이 융합된 글로벌 프로젝트임을 드러내기 어렵고, 자칫 평범한 고급 아파트 단지 정도로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다.
◇ ‘오티에르’ 브랜드의 낮은 신뢰도와 BI 표절 논란
오티에르 브랜드의 낮은 인지도 외에도 최근 제기된 BI(Brand Identity) 디자인 표절 논란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업계에서는 오티에르의 BI가 영국의 고급 주거 브랜드인 ‘알링턴 하우스’ 로고와 거의 판박이라는 지적이다.
2017년 론칭된 알링턴하우스(Arlington House)는 영문 이니셜 ‘A’와 ‘H’ 조합 로고 스타일이다. 반면 오티에르는 ‘HAUTE’와 ‘TERRE’의 합성어로 ‘H’와 ‘T’가 자연스러운데 굳이 ‘T’ 대신 ‘A’를 넣어 의도적인 표절 아니냐는 논란을 낳았다.
브랜딩 전문가들은 “하이엔드 브랜드는 시각적 이미지보다 철학과 진정성이 중요하다”며 “표절 논란에 휘말리면 브랜드의 신뢰도와 품격 모두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합원 사이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한 조합원은 “사업의 정체성을 담아낸 브랜드 제안을 해도 모자랄 판에, 기존 아파트 명칭을 쓰는 건 자사 브랜드 홍보에 집중하는 모양새로 보인다”며 “정작 중요한 복합개발 콘셉트나 글로벌 이미지에는 소홀한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 글로벌 용산 개발, 격에 맞는 브랜드 전략이 필요
일각에서는 일본 롯폰기힐스가 ‘그랜드 하얏트 도쿄’ 유치로 국제적 위상을 끌어올린 사례처럼 용산정비창 역시 세계적인 브랜드와 결합해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그런 점에서 ‘오티에르 용산’이라는 제안은 글로벌 복합개발의 정체성을 담아내기엔 부족하고, BI 표절 시비까지 겹쳐 이미지에 흠집이 있는 상태다.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은 용산 국제업무지구와 연계된 서울 도심 마지막 노른자위 개발지로서, 사업 완료 시 국제업무, 상업, 주거가 한데 어우러진 글로벌 랜드마크 복합단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용산정비창은 서울의 미래를 상징할 국제복합도시로 조성돼야 하는 만큼, 일반 아파트 수주전처럼 단순한 마감재나 아파트 브랜드를 홍보하는 전략은 맞지 않는다”며 “용산의 미래를 열어갈 복합개발 프로젝트라는 격에 맞는 큰 그림을 그리는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혁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khk0204@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