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주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편입 이슈로 인해 자금이 빠져나간 데 이어 6월 들어서는 미·중 무역분쟁 여파가 더해졌다. 여기에 삼성 그룹을 둘러싼 불확실성, 사상 최대 경신 행진에 제동을 건 2분기 실적,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까지 투자 심리를 악화시킨 것으로 관측된다.
◇ 액면분할 후 9.6%↓…기관 2조 팔아
삼성전자는 50대 1 액면분할 작업을 마치고 지난 5월 4일 5만3000원으로 거래를 재개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수급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대내외 악재가 겹치자 기관·외국인 투자자의 팔자 행진이 이어졌다. 이달 들어서는 수급을 주도하던 개미 투자자들까지 매도세로 전환하면서 주가는 4만4900원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지난 26일 종가 기준으로는 액면분할 후 첫날 대비 9.63% 하락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액면분할 이후(5월 4일~7월 26일) 개인 투자자는 삼성전자를 2조508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 투자자는 2조540억원 규모로 순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외국인 투자자도 4706억원어치 매물을 내놨다. 최근 들어서는 개인 투자자가 매도세를 이끌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18일 이후부터는 개인 투자자는 7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가면서 3373억원을 팔아치웠다.
거래량도 주춤하다. 26일 기준 삼성전자 거래량은 1475만주, 거래대금은 6881억원이다. 액면분할 후 첫날 삼성전자 거래량 3957만주에 비해 현재 거래량은 약 63% 줄어든 셈이다. 수급부담으로 작용하던 중국 A주의 MSCI 신흥시장 지수편입 이슈가 일단락되자 달러 강세에 따른 신흥국 전반에 대한 자금유출이 이어졌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도 이에 대한 악영향을 피하지 는 못했다.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지분 매각에 따른 오버행 이슈, 삼성전자 지배구조 이슈, 오너리스크 등 삼성 그룹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반영됐다.
또한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 2016년 3분기 이후 7분기 만에 감소세를 나타내면서 단기적인 악재가 됐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14조8000억으로 전분기 대비 5.37% 줄었다. 삼성전자는 직전 4개 분기 연속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해온 바 있다. 여기에 최근 반도체 디램(DRAM) 업황 고점 논란까지 불거져 조정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 디램 향방은? 업황 전망 엇갈려
메리츠종금증권은 올 하반기 중 삼성전자의 지배력 확대 전략이 추구되며 디램 업황 둔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수익성 위주 전략은 디램의 장기 업사이클을 견인해 왔으나 이익 점유율이 4년 만에 50% 이하로 떨어진 현재 선제적인 전략 수정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기존 69조2000억원에서 63조5000억원으로 8% 내렸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이중 디램 영업이익은 올해 36조3000억원에서 35조1000억원으로 소폭 둔화하는데 그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여전히 견조한 서버 수요와 PC 수요 개선을 감안하면 디램 가격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이후 디램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출하량 증가와 비용 절감을 감안한 가격 하락 폭이 크지 않아 디램 업체들의 이익 증가세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대차투자증권은 디램 가격의 하락 시기를 계절적 비수기인 내년 상반기로 추정했다. 다만 스마트폰의 증강현실(AR) 기능 강화 및 카메라 수 증가,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세를 감안하면 하락 폭은 5%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리콘 웨이퍼의 생산능력(Capa)이 기존 대비 7% 증가하는 내년 하반기에는 오히려 디램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0년부터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2차 빅사이클(Big Cycle)을 경험할 것이라고 점쳤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2020년부터 5G 서비스가 개시될 경우 데이터센터가 이끈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소비자 제품으로 확대되면서 산업 전반적인 초과수요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박스권 내 트레이딩 전략을 구사하다가 하반기부터는 매수 및 보유 전략으로 대응할 것을 권고했다.
◇ 반등 관건은 “실적 개선” vs “이슈 해소”
삼성전자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전망도 나온다. 향후 실적 개선과 밸류에이션 매력 등이 삼성전자의 반등 관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국내 주식 시장에서 반도체 업종의 이익상승이 지난해부터 주가에 거의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투자증권에 따르면 반도체 업종은 전체 업종 중 영업이익 전망치 비중이 지난해 대비 13.4%나 상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 비중은 1.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곧 국내 시장이 작년부터 현재까지 반도체 업종의 이익상승을 주가에 반영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3분기부터는 다시 사상 최대 영업익을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다소 주춤했던 삼성전자의 실적은 3분기 매출액 62조4600억원(전년 대비 +0.7%), 영업이익 16조7000억원(+15.1%)으로 다시 분기 최대 실적을 갱신할 전망”이라며 “3분기에도 하이엔드 스마트폰 판매 부진과 낸드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디램 가격 강세로 인한 메모리 실적 호조와 신규 아이폰 출시에 따른 삼성디스플레이의 수익성 반등이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버행 이슈나 하반기 중 7%가량의 잔여 자사주 소각 이벤트도 긍정적이다. 김선우 연구원은 “금융 계열사 보유 지분의 오버행 이슈 해소와 잔여 자사주 소각 등이 주가 촉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지배구조 이슈와 오너 리스크 등 정성적 주가 하락 요인이 해소될 경우 외국인이 순매수 전환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대두된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은 삼성전자의 정성적 주가 하락 원인이 감소할 경우 비어 있는 수급 채우기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