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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을 괴물로 만드는 사람들

장호성 기자

hs6776@

기사입력 : 2018-05-28 00:00

▲사진 : 장호성 기자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보험은 어렵다. 보험에 대해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기자에게도, 보험을 직접 판매하는 설계사들에게도, 심지어 보험회사나 유관기관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공통적으로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그 말대로 보험은 평소에는 듣도 보도 못한 생소한 용어와 암호문을 읽는 듯한 복잡하고 어려운 약관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막연한 거부감을 준다.

많은 사람들은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보험설계사에게 약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나 이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영문도 모르고 고액의 불필요한 보험에 가입하게 되고, 필요한 상황에 제대로 보장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어느덧 보험시장은 이른바 ‘정보의 비대칭성’이 극대화된 ‘레몬마켓’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 결과 보험은 금융업계 전체를 통틀어 가장 민원건수가 많은 업종에 수년째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보험이 ‘불필요한 사치품’으로 여겨지거나, 보험회사나 설계사들을 ‘사기꾼’으로 여기는 등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높아지고, 경제가 어렵다보니 대다수의 청년들이 값비싼 보험 상품 가입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보험업계 전문가들은 ‘종신보험’에 대해 “빨리 가입할수록 좋은 상품”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정을 꾸리고 지출이 많아지는 40대에 종신보험에 가입하면서 가뜩이나 늘어나는 가계 지출에 추가적인 부담이 생기는데다가, 늦게 가입할수록 질병 등으로 가입이 어려워지거나 보험료가 비싸진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역으로 청년들은 종신보험의 비싼 가격 때문에 상품 가입을 망설이거나 애초부터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람들은 ‘보험’이라는 단어 자체에 혐오를 느끼게 되었고, 아예 ‘보혐(보험과 혐오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이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는 보험 산업의 질적인 발전 자체를 저해시키며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 국내 보험 산업의 발달 현황은 그야말로 ‘기형적인 구조’라고 평가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보험사가 어려운 약관과 비싼 가격을 지닌 신상품을 내놓는다. 보험설계사들은 상품을 팔기 위해 지인영업, 선물공세 등 감언이설을 동원해 가입자를 유치한다.

그 뒤 일부 가입자들이 비싼 상품에 가입한 만큼 어떻게든 ‘본전’을 뽑기 위해 보험사기 등 범법행위를 저지르면서 선의의 피해자를 대거 양산한다.

그런가하면 아예 GA나 보험설계사들이 직접 나서서 악덕 의료기관 등과 결탁해 의도적으로 보험사기를 알선하는 행위까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대형 GA 소속 보험설계사 A씨는 본인이 대리운전을 하던 차량에 접촉사고가 발생하자, 본인 소유 승용차를 후진하다가 주차된 차량을 접촉하는 사고가 난 것처럼 사고내용을 조작해 보험사로부터 대물배상보험금을 편취하려다 적발됐다. A씨는 3개월 영업정지의 제재를 받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보험사들 역시 손해율 상승 등의 타격을 입게 되고, 이를 벌충하기 위해 다른 고가 상품을 개발하게 되는 식이다.

보험업의 본질에서 멀어진 상품들의 등장 또한 국내 보험 산업의 기형적 발전을 반증한다. 보험의 본질은 ‘위험 보장’이므로, 은행 등의 투자 상품과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일부 보험 상품들이 ‘높은 수익률’ 등을 세일즈 포인트로 삼은 채 출시되기 시작했다. 물론 보장도 제대로 이뤄지고 수익률도 높게 유지할 수 있으면 좋은 일이지만, 상품의 본질이 ‘보장’보다 ‘수익성’에 치우쳐있다면 ‘보험’상품으로서의 정체성은 옅어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성장 구도를 이어온 보험업계는 보험이라는 상품 판매의 근간이 되어야 할 ‘소비자 신뢰’를 완전히 잃고 말았다.

신상품을 개발하는 보험사, 필드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설계사, 이를 악용해 보험사기를 자행하는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고 보험을 ‘괴물’로 만드는 데에 일조한 셈이다.

보험업계가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본연의 모습을 되찾으려면 여러 요소가 필요하겠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정보 비대칭성의 해소’라고 생각한다.

소비자 개개인이 보험 상품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한 상태에서, 자발적인 보험 상품 선택이 가능해진다면 불완전판매 등의 신뢰성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보험사들이 합리적인 가격과 보장을 제공하는 상품 개발에 매진할 것이고, 가격 부담이 사라진다면 본전을 뽑으려는 ‘블랙 컨슈머’들이 줄어들면서 시장이 자연스러운 자정작용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보험업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와 믿음 위에 세워진 산업이다. 벽에 막혔을 때는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 정답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답보 상태에 빠진 국내 보험업이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 보험업의 가장 기본인 ‘신뢰’에 대해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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