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 채권 수익률이 소위 ‘대박’을 치면서 브라질뿐 아니라 러시아 등 다른 신흥국 채권들도 날개 돋친 듯 팔린 지난해의 기저를 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신흥국 통화가 약세로 돌아서고 신흥국 위기설까지 확산하면서 당분간 멕·러·브 채권 판매량이 극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 해외채권 전반 판매 감소…러·브 부진 두드러져
27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NH투자증권에서 판매된 해외 채권은 총 3587억원 규모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9.3% 감소했다.
국가별 채권 판매 대금은 브라질 채권 1177억원, 러시아 채권 11억원, 멕시코 채권 9억원 등이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브라질 채권은 65.4%, 러시아 채권은 86.6% 판매량이 감소했다. 멕시코 채권만 판매대금이 약 3배 늘어났다.
NH투자증권은 작년부터 멕·러·브 채권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있다. 신흥국 채권은 10% 수준으로 국내에 비해 월등히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그 중에서도 멕시코와 러시아, 브라질은 최근 글로벌 경기 회복과 경제 지표 개선, 구조 개혁 등으로 양호한 성과를 지속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브라질 헤알화 반등과 이에 따른 국채 고수익을 예측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예측에 따라 2016년 브라질 채권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작년 수익률 대박을 터뜨렸다.
2015년 9월 284원으로 저점을 찍은 원/헤알화 환율이 작년 초 377원까지 30% 넘게 오르면서 안 그래도 연 10%대 고금리를 제공하는 브라질 채권 수익률이 40%에 가까이 치솟았다.
이에 브라질 채권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고조됐었다.
하반기 들어 브라질 국채 수익률 상승세가 둔화하는 듯하자 투자자 관심은 브라질 채권처럼 10% 가까운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러시아와 멕시코 채권으로 분산됐다.
이에 브라질과 러시아, 멕시코 채권이 모두 판매 호조를 나타냈다.
올해 해외 채권 투자액이 감소한 건 지난해 브라질 등 신흥국 채권 판매량이 급증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작년 브라질 채권이 워낙 관심을 모으면서 해외채권 투자액이 급증했었다”며 “올해 1분기도 판매량도 보편적”이라고 말했다.
◇ 악화된 대외여건…
최근 대외 여건을 고려하면 사실상 작년 수준의 멕·러·브 채권 판매량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 들어 미국 금리가 급등하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브라질과 러시아 등 신흥국의 통화 가치가 다시 떨어지고 있다.
올 325원이던 원/헤알화 환율은 지난 21일 290원으로 11% 떨어졌다. 원/루블 환율 역시 19.6원에서 17.5원으로 11% 낮아졌다. 멕시코 페소 환율만 연초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외환경 변화에 특히 취약했던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면서 신흥국 위기설까지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NH투자증권의 멕·러·브 채권 낙관론에는 변함이 없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브라질, 러시아, 멕시코 등 국가를 국채 투자 유망 국가로 꼽았다.
신환종 연구원은 “브라질 경기 회복이 이어지고 있어 2분기 원/헤알 환율 약세가 진행되면 분할매수 기회로 삼을 것을 권한다”며 “멕시코 채권은 원화 강세, 페소화 약세가 예상되는 7월 대선을 전후로 분할 매수할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러시아의 경우 기회와 함께 위기도 상존하고 있다. 신 연구원은 “탄탄한 재정과 외환유동성, 통화정책 신뢰 회복에 힘입어 러시아 신용등급이 투자등급으로 회복됐다”며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가스 사용 의혹 등으로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강화된 가운데 시리아 이슈가 계속되면 추가 제재 가능성이 있어 투자 매력이 작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수정 기자 suj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