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길정섭 NH-Amundi자산운용 대표이사가 HANARO 글로벌피지컬AI 액티브 ETF 상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NH-Amundi자산운용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 5000’ 공약, ETF 직접 투자 권장 등 정책적 신호가 더해지며 시장 성장세는 한층 가속화됐다. ETF 순자산은 2023년 6월 100조 원을 넘어선 데 이어, 2년 만인 2025년 6월 200조 원을 돌파했다. 올해 들어서만 1~5월 동안 27조 원이 늘었다. 상장 종목 수는 984개로, 연내 1000개 돌파가 유력하다.
상품 다양화는 ETF 시장의 외형 확대를 이끈 핵심 동력이다. 최근에는 단순 인덱스 추종형을 넘어,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 고배당, 방산, 수소경제 등 산업과 정책 트렌드를 반영한 테마형 ETF가 각광받고 있다. 자산운용사들도 이에 발맞춰 적극적인 신상품 출시로 대응하고 있다.
대표 사례로 신한자산운용의 ‘SOL 조선TOP3플러스 ETF(종목코드: 466920)’는 2023년 10월 162억 원으로 출발해, 반년 만에 순자산 1조 원을 돌파했다.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와 기자재 기업들로 구성된 이 ETF는 연초 이후 수익률 77.48%, 누적 수익률 196.82%를 기록하며 주목받고 있다.
신한자산운용 김정현 ETF사업총괄본부장은 “실적으로 검증 가능한 산업에 집중하는 ‘내러티브 있는 투자’를 지향한다”며 “조선TOP3플러스 ETF는 이를 대표하는 사례”라고 밝혔다.
삼성자산운용은 국제 금 표준가에 연동되는 ‘KODEX 금액티브 ETF’를 선보였다. 기존 금 ETF의 괴리율 문제를 개선하고 연간 보수를 0.3%로 낮춰 경쟁력을 확보했다.
TIMEFOLIO자산운용은 K-콘텐츠, 화장품, 바이오 기업을 포트폴리오로 한 ‘TIMEFOLIO K컬처액티브 ETF’를 출시, 연초 이후 33%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정부의 문화산업 육성 기조에 발맞춘 상품이다.
KB자산운용은 테슬라, 엔비디아 등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종목에 투자하는 ‘RISE 미국휴머노이드로봇 ETF’를 내놨다. ‘RISE 수소경제테마 ETF’도 6개월 수익률 64.8%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NH-Amundi자산운용은 자율주행·로보틱스 분야에 집중한 ‘HANARO 글로벌피지컬AI 액티브 ETF’를 출시했다. 테슬라, 웨이모 등과 관련한 기술 구조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각 운용사는 브랜드별 테마 상품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브랜드는 단순한 마케팅 수단을 넘어, 투자자에게 일관된 철학과 전략을 제공하는 신뢰의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액티브 ETF가 증가하면서 리서치 역량과 종목 선별 전략도 수익률을 좌우하는 핵심이 되고 있다. 삼성의 ‘KODEX 미국S&P500버퍼 ETF’는 하락장에서 손실을 방어하고 상승장에서는 제한된 수익을 추구하는 구조로 고변동성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커버드콜 ETF도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신한의 ‘SOL 골드커버드콜액티브 ETF’는 금 현물 ETF에 콜옵션 매도 전략을 결합해 월 배당을 제공한다. 한화자산운용 역시 ‘PLUS 고배당주커버드콜’, ‘PLUS 고정커버드콜’로 월 배당형 시장을 공략 중이다.
정부의 세법 개정으로 해외 ETF의 분배금 유보가 금지되면서, 국내 ETF도 월 분배 방식으로 구조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신한의 ‘SOL 미국배당다우존스TR ETF’는 이름을 바꾸고 분배 정책도 변경했다.
반면 부작용도 존재한다. 유사 테마 ETF가 다수 상장되며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붕어빵 ETF’ 논란이 일고 있다. 투자자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테마 외에도 운용 전략, 보수, 편입 비중 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 ETF, 해외 주식형 ETF 등에서는 기초자산과 ETF 가격 간 괴리율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삼성은 ‘KODEX 금액티브 ETF’를 출시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거래소·운용사·LP 간 시스템 개선이 요구된다.
금융당국도 ETF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 중이다. 금감원은 상반기 중 합성·커버드콜·레버리지·인버스 ETF 실태 점검을 시행하고 있으며, 수수료 구조, 유동성 공급 적정성, NAV 산정 방식 등을 중점 점검할 계획이다.
ETF는 이제 ‘싼 투자 수단’을 넘어, 금융 산업의 혁신 플랫폼이자 개인 투자자의 미래를 설계하는 지렛대로 재정의되고 있다. 누가 더 전략적인 리밸런싱과 리스크 대응, 매력적인 내러티브를 설계하느냐에 따라 ETF 시장의 승자는 결정될 것이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