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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17 도입’ 삼성생명·KDB생명 극과 극

장호성 기자

hs6776@

기사입력 : 2018-03-05 00:00

삼성생명, 최고 수준 RBC…해석위원 배출
KDB생명, 자본확충 불구 지급여력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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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생명 강남 사옥. 사진 = 삼성생명

▲ 삼성생명 강남 사옥. 사진 = 삼성생명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2021년 도입될 IFRS17과 K-ICS 등 보험업 자체의 지형을 바꿔놓을 대격변이 현실화됨에 따라,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움직임도 점차 격화되고 있다.

IFRS17은 ‘부채의 시가 평가’를 중점으로 하는 제도이고 K-ICS는 보험부채의 시가평가와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급여력비율을 산출하는 방식을 바꾸는 제도다. 자본 규제인 K-ICS는 아직 기준서가 발표되지 않았으나 요구자본 산정 방식이 보수적으로 변경되면서 지급여력비율이 급격하게 감소하게 된다.

이미 지난해 보험사들은 역대 최대 규모인 5조 원 상당의 자본확충에 나섰던 바 있다.

한화생명, 한화손보, 교보생명, 흥국생명, DB생명 등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본확충을 꾀했다. 대주주를 두고 있는 동양생명, ABL생명, KDB생명 등은 대주주로부터의 유상증자로 대규모 자본 확충에 나섰다.

다만 새마을금고중앙회를 대주주로 둔 MG손해보험은 유상증자에 실패해 여전히 자본확충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채권 발행기업이 파산했을 때 채무 변제순위에서 일반 채권보다는 뒤지나 우선주나 보통주보다는 우선하는 ‘후순위채권’을 통해 자본확충에 나선 보험사는 NH농협생명,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이었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크고 작은 자본확충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IFRS17을 앞둔 대형 보험사와 중소형 보험사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어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KDB생명 타워. 사진 = KDB생명

▲ KDB생명 타워. 사진 = KDB생명


◇ 삼성생명, 국내 유일 IFRS17 해석위원 배출…체질개선도 순항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생보사 빅3와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손보사 빅4는 상대적으로 IFRS17 도입을 앞두고도 여유로운 표정이다.

삼성생명·화재는 각각 생보, 손보업계에서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국내 최대 보험사로 통한다. 그만큼 회사 내에 전문가들도 많고, 국제 이슈에도 발빠른 대응이 가능해 보험업계는 물론 금융당국조차 삼성 계열사들의 IFRS17로 인한 타격에 대해서는 별다른 우려를 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314.3%의 지급여력 비율을 기록해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인 150%를 크게 상회하고 있어 재무건전성 측면에서 여유가 있다. 삼성화재 역시 350% 이상의 지급여력 비율로 손보업계 최고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삼성생명은 지난해 9월 IFRS17 적용을 지원할 전세계 보험 전문가 15인 중 1명으로 자사 소속 직원인 박정혁 수석이 발탁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이 그룹에는 현재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한국 등 9개 국의 보험회사 소속 전문가와 6명의 회계법인 소속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삼성생명 측은 박정혁 수석에 대해 "IFRS17에 관하여 심도있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업계 내 몇 안되는 실무자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올해 들어 치아보험 시장 첫 삽을 뜨는 등, 보장성보험 위주의 상품 포토폴리오 강화에도 나서 이재용닫기이재용기사 모아보기 부회장의 복귀에 맞춘 체질개선 작업에 돌입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화생명은 고금리 저축성보험 비중이 높아 업계로부터 우려의 시선을 사기도 했으나, 그만큼 선제적인 자본확충에 나선 덕분에 안정성 측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국내 3대 신용평가기관인 한국기업평가·NICE신용평가·한국신용평가는 한화생명의 ‘보험금 지급능력’에 최고 등급인 ‘AAA’를, 등급 전망에도 ‘안정적(Stable)’을 책정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4월 5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2016년 말 198% 수준이던 지급여력비율을 222%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올해 역시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자본증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하며 순항했던 현대해상·DB손해보험 등의 대형 손해보험사들 역시 IFRS17 도입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대형사들도 IFRS17을 앞두고 체질개선을 준비하고는 있지만, 중소형사에 비하면 조급함이 덜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하며, “다만 대형사들 역시 각자 처해있는 상황이 다른 만큼 나름의 생존전략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FRS17 도입’ 삼성생명·KDB생명 극과 극
◇ 생존전략 찾는 중소형사.. 동양-ABL, 안방보험 리스크에 ‘긴장’

IFRS17 도입으로 인해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대형사보다는 중소형 보험사들이다.
KDB생명, MG손해보험 등 경영 난조로 인해 업계 최하위의 지급여력 비율을 자랑하던 중소형 보험사들은 IFRS17로 인해 회사의 존립 자체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대주주로부터의 유상증자로 자본확충에 나서고자 했으나, KDB생명이 산업은행으로부터의 유상증자에 성공한 것에 반해 MG손해보험은 대주주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이마저도 거절하며 더욱 큰 위기에 처하게 됐다.

MG손해보험은 새롭게 바뀐 새마을금고중앙회의 박차훈닫기박차훈기사 모아보기 회장에게 다시 한 번 유상증자를 통한 경영 정상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이지만, 업계는 증자의 성사 여부를 높게 점치고 있지 않다.

KDB생명은 3000억 원의 유상증자 발행 성공으로 107% 수준이던 지급여력 비율을 150%대까지 회복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들은 지난해 초부터 몸집 줄이기에 돌입해 170개였던 지점을 90개로 통폐합하고 900명이었던 직원도 희망퇴직을 통해 700여 명 수준으로 줄이는 고육지책을 폈던 바 있다.

KDB생명은 지난 21일 정재욱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를 새로운 수장으로 맞이하고 경영 정상화를 향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를 위해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계획대로 신종자본증권이 발행된다면 지급여력 비율이 200% 이상으로 끌어올려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대주주인 중국 안방보험의 자본력을 등에 업고 IFRS17 트렌드와는 반대로 저축성보험 판매 강화 전략을 폈던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안방보험그룹이 불투명한 경영 구조를 이유로 중국 정부에 경영권을 빼앗기고 만 것이다. 두 회사는 지난해에도 안방보험으로부터 83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받은 바 있다. 경쟁사들이 보장성보험을 강화하며 IFRS17로 인한 충격에 대비했던 것과는 달리, 안방보험의 우수한 자본력을 믿고 덩치 키우기에 돌입했던 것이다.

그러나 안방보험의 입지가 위태로워짐에 따라 계열사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 됐다. 두 회사의 지급여력 비율은 200% 초반대로 다른 외국계보험사들에 비하면 여유롭지는 않은 상황이다.

안방보험은 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해외 자회사의 사업과 투자에 지속해서 전념하고 자회사의 건강한 발전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당장은 안방보험 리스크로 인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밖에도 DB생명은 DB손해보험의 지원 아래 10년 만기 후순위채 800억 원 발행으로 자본확충 잰걸음을 보이고 있으며, 부동산 매각을 통해 자산 변동성을 낮추려는 보험사들도 속속 등장하는 등 IFRS17을 앞둔 보험업계의 전쟁은 올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TRG 부채 평가방식 확정, 엇갈린 생·손보 운명

이런 상황에서 지난 21일 IFRS17 해석 권한을 가진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산하 ‘IFRS17 실무해석 전문가그룹(TRG)’은 영국 런던에서 회의를 열고 30년 만기 주계약(건강보험)에 3년짜리 특약(실손보험)을 더한 보험상품의 부채 시가 평가 기간을 특약 갱신 시점이 아니라 주계약 만기 시점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3~5년마다 특약을 갱신하는 보험상품에 대한 회계처리 방식은 손보업계와 생보업계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다. 갱신형 보험상품은 시가 평가 기간이 길어질수록 회계상 부채 부담이 커진다.

이 때문에 손보사는 시가 평가 기간을 짧게 잡아 회계상 부채 부담을 줄이려고 한다. 반면 생보사는 암보험 상품 등 특약에서 이익을 내는 구조여서 시가 평가 기간을 늘려 잡을수록 회계상 장래 이익이 늘어난다.

TRG의 결정으로 손보사들은 IFRS17 실행시 수 조 원의 부채를 떠안게 됐다. 반면 생보사들에는 20조 원 이상의 자본 증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해 TRG 회의가 3차례 더 예정되어 있다”고 운을 떼며, “추후 상황을 지켜본 뒤에 보험업계와 관련 기관들이 한데 모여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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