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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실명거래-과세 초점...거래소 폐쇄 신중모드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기사입력 : 2018-01-15 13:27 최종수정 : 2018-01-16 15:23

가상화폐 실명거래-과세 초점...거래소 폐쇄 신중모드
[한국금융신문 구혜린 기자] 정부가 가상화폐(암호화폐) 규제로 손쉬운 부분부터 손을 대기로 했다. 지난주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추진 안을 두고 법무부와 관계부처가 온도차를 보인 가운데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청와대 청원이 쇄도하는 등 강력한 반발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거래소 폐쇄 카드는 접어두고 거래자 실명확인과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부과 등을 먼저 실행할 방침이다.

국무조정실은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발표된 정부 입장은 △가상화폐 실명제 차질없이 추진 △시세조작 등 불법행위는 검・경・금융당국 합동조사로 엄정 대처 △블록체인 기술 육성 지속 △국무조정실 중심으로 범 정부 입장 조율 등 4개 사항이다.

이날 정부 공식 입장 브리핑에서 '거래소 폐쇄 안'은 주변부로 밀려났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12일 거래소 폐쇄 법안을 정부입법으로 추진하겠다며 "현재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특별법안을 내는 것에 부처 간 이견이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같은 날 청와대는 "거래소 폐쇄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확정 사안이 아니라는 것은 범 정부 태스크포스(TF)가 거래소 폐쇄를 정부입법으로 발의하는 데 만장일치 의견을 내지 않았음을 뜻한다. 정기준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은 "최근 법무부 장관이 언급한 거래소 폐쇄방안은 지난달 28일 특별대책에서 법무부가 제시한 투기억제 대책 중의 하나"라고 선을 그었다.

박상기 장관이 꺼내든 거래소 폐쇄 안은 돌발 발언이 아니다. 지난해 범 정부 TF가 구성된 직후부터 법무부는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데 중점을 뒀다. 몇 차례 차관회의가 거듭되는 과정에서 거래소 폐쇄 법안 발의는 가상화폐 규제 안 중 일부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거래소를 폐쇄할 법적 근거가 충분치 않기에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동의하지 않았으며, 청와대 역시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거래소 폐쇄'에 대한 정부 공식 입장은 당시 청와대 발표를 반복한 수준이다. 부처 간 합의를 이루기 전까지 거래소 페쇄를 추진할 수는 없단 의미다.

정부가 거래소 폐쇄와 관련해 신중론을 펼치는 데는 투자자들의 집단 반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2일 박상기 장관의 발언이 있었던 이후부터 청와대 해명 전까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코인 시세은 급락했으며, 이는 세계 시세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 가운데 박상기 장관과 최흥식닫기최흥식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장 해임 청원까지 등장하는 등 청와대 게시판은 정부의 가상화폐 정책 비판이 쇄도했다.

정부는 가상화폐 규제 법안이 마련되기 전까지 실명제를 시행하며 거래소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이다. 법무부 장관의 발언 이후 신한은행을 선두로 은행권이 실명제 시행에 당장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가상화폐 실명제도 난항에 부딪혔다. 하지만, 이날 정부가 실명제 시행을 차질 없이 진행할 뜻을 밝히자 은행권도 입장을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실명제가 이달 내 시행되면 은행은 거래소에 신규 가상계좌를 개설해줄 수 있다. 기존과 다른 시스템하에서 입금자가 거래소 가상계좌와 동일 은행, 본인 명의의 입출금 계좌를 사용할 때에만 입금 주문이 체결된다. 당초 예상 도입 시기는 22일로 준비된 은행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하기로 했으나 조금 늦춰질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스템 개발을 완료한 은행부터 이달 내 도입할 예정"이라며 "거래소에 신규 발급되는 계좌도 법인계좌의 자(子) 계좌 격인 가상계좌이므로 입금 체결 속도는 전과 다름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가상화폐 과세 방안은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중심 TF가 마련 중에 있다. 김동연닫기김동연기사 모아보기 부총리는 "과세를 어느 방향으로 할지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가상화폐의 성격 정의가 쉽지 않아 양도세・부가가치세 보다 거래세 과세로 방향이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가상화폐 전면 금지보다는 세금 부과, 실명제 시행 등 이견이 적은 쪽으로 규제 방향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장 투기 과열을 잡는 데는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전면 규제가 거래 음성화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인식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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