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 정선은 기자
윤종규기사 모아보기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을 무려 12회나 언급했다. “고객을 중심으로 모든 서비스와 프로세스를 과감하게 바꿔나가야 한다”, “리딩 금융그룹의 자격은 당기순이익도, 자산 규모도 아닌, 고객으로부터 ‘최고의 회사’로 인정받을 때 주어진다”, “‘단절없는(Seamless)서비스’, ‘디지털화(Digitalization)’,’기민한(Agile) 조직’ 등 모든 것은 고객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등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 다시 고객이 키워드다.
신한·하나·농협 등 다른 금융지주 수장들과 은행장 신년사에도 금융회사가 아닌 아마존, 스타벅스, GE(제너럴 일렉트릭스) 등 비금융 회사의 혁신 ‘모범사례‘가 등장했다.
은행 등 금융사들이 ‘고객 모시기’에 나선 내막에는 물론 위기 의식이 있다. 한국은행 전자지급서비스 이용현황 통계에 따르면, 2017년 3분기 중 간편송금 서비스는 하루 평균 이용금액이 2분기보다 70% 넘게 증가했다.
이용건수 역시 하루 평균 100만건을 바라보고 있다. 토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비금융 업체를 통해 모바일에 미리 충전해 둔 선불금을 공인인증서 없이 스마트폰 등으로 보낼 수 있다는 편리함이 고객들을 파고든 것으로 풀이된다.
사용자 환경·경험(UI/UX) 극대화를 전면에 내세운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돌풍을 일으킨 점만 봐도 그렇다.
카카오뱅크는 홈 화면에서 바로 보유계좌를 볼 수 있게 하고, 사용자가 찾을만한 서비스를 예상 가능한 위치에 배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고객님’이 다시금 회자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서 디지털화와 맞물려 은행들이 혁신(革新), 말그대로 가죽을 벗겨내는 고통스러운 변화를 감행할 지 올해 지켜볼 만하다. 특히 ‘외부 수혈’된 인사들이 금융사에 디지털 혁신 DNA를 퍼뜨리는 데 얼마나 역할을 해낼 지 관심이 모인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7월 흩어져 있던 디지털 관련 부서를 디지털 그룹으로 통합하고 디지털전략본부 안에 핀테크 새 기술 중심의 6대 랩(Lab)을 신설했는데, 인공지능(AI) 전문가로 영입한 IT출신에게 랩 수장 역할을 맡겼다.
하나금융지주도 지난 연말 그룹 내 디지털 전환을 위한 ‘DT Lab’을 신설하고 총괄 부사장 겸 CTO(최고기술책임자)로 실리콘밸리와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연구소장 출신을 영입한 바 있다.
물론 은행권에 ‘극단적’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 그와 같은 변화가 꼭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금융권에 영입된 한 IT 출신 디지털 부문 담당자는 은행업이 ‘로봇 대(VS) 인간’에 직면하고 있지 않느냐는 기자 질문에 “동화같은 얘기”라며 손을 저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인공지능(AI) 수준이라는 게 무언가 대단하다기보다는 정교한 계산을 빨리 해서 속도(speed)를 따라갈 수 없는 것”이라며 “사람을 완전 배제하고 로봇이 다 해내는 극단적 환경을 세팅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AI의 금융권 도입에 대해 은행권 고위 관계자들은 “로보 어드바이저는 세금·기업승계 등 비정형적 영역에서 인간을 대체하기에 한계가 존재한다”는 인식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다만 은행권이 자의든, 타의든 마지막 순간에 ‘고객 부합’부터 따져보게 된다면, 한 명의 고객으로서 반가운 일이 아닐까 싶다. 은행도, 고객도 한 쪽이 손해보지 않는 법칙이 만들어진다면 말이다.
글로벌로 무대를 확대하면 이미 비금융 분야 ‘공룡’ 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의 말처럼 “시간이 문제이지 가야갈 길은 분명”한 게 아닐까 싶다. ‘어떻게하면 금융이 쉬워질까’라는 은행권의 고군분투를 기대해 본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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