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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필요한 가상화폐 거래소

구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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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7-11-27 00:00 최종수정 : 2017-11-27 16:44

[한국금융신문 구혜린 기자]
"빗썸 사태는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일종의 하꼬방(구멍가게)이라고 하죠. 그런 곳에서 하루에 6조5000억원이 거래되니 서버가 버틸 수 있었겠어요"

지난 22일 가상화폐 규제 관련 국회 토론회장에서 만난 한 취재원의 말이다. 한국이 전 세계 가상화폐 거래량의 20% 안팎을 차지하는 등 가상화폐 돌풍이 불자 민·관·학계에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가 아직은 여러 면에서 취약함을 지적하며 주의를 당부한다. 특히 빗썸 블랙아웃 사태는 이러한 논란을 가중시켰다.

빗썸 사태가 발생한 지 어제 자로 이주일이 지났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을 이용하는 투자자들은 지난 12일 오후 3시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었다. 비트코인캐시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하자 접속자 수가 과도하게 몰린 탓이다. 문제는 마침 접속이 차단된 그 시간 동안 비트코인캐시 거래가가 280만원에서 오후 5시40분 기준 168만원까지 하락했다는 데 있다.

서버가 정상으로 돌아오자마자 접속한 투자자들은 이미 반타작 난 코인을 손에 쥐고 있었다. 비트코인캐시 가격이 급락하기 전 매도를 하지 못해 대폭 손해를 본 것이다. 한 투자자가 한 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는 블랙아웃으로 인해 권리를 빼앗겼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빗썸은 안전한 거래를 약속하며 가입자에게 수수료를 받은 거래솝니다. 화폐 가치가 급락해서 손실을 볼 순 있지만, 우리는 어느 수준의 손실을 감수하며 매도를 할지 판단할 권리를 빼앗겼습니다" 라고.

"컵라면 살 돈으로 비트코인을 사라"고 말하는 빗썸은 어느 정도 규모의 거래소일까. 사실 가상화폐 광풍이 한국에 불어닥쳤다고 해도 떼돈을 버는 것은 투자자가 아닌 거래소다. 빗썸이 '영세한 스타트업'으로 2014년에 서비스를 시작했을 땐 당해 매출 4000만원에 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었다. 지난해 매출 43억원에 순이익 25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한다면 급성장했다는 말도 무색하다. 최근 빗썸이 하루에 벌어들이는 돈이 9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한 한 대학교수가 "나도 거래소를 차리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차리긴 생각보다 쉽다. 인가제가 아닌 통신판매업자로 신고만 하면 된다. 가상화폐가 법화나 투자상품으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증권사처럼 증권 중개업자로 인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 고객이 가상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서버를 구축할만한 자본만 있다면 오케이다. 이 말은 곧 자격없는 사업자가 이 시장에 뛰어들기 쉽단 얘기다.

거래소 내에서 내부자 거래가 빈번하단 주장이 제기되는 건 어쩌면 이 때문일 것이다. 외부 통제 없이 내부 통제에만 책임을 맡기는 와중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생각을 하기가 더 힘들다. 넥슨의 지주회사인 엔엑스씨(NXC)에 912억원에 인수된 코빗도 적자의 상당 부분이 내부자 거래에 의한 것이 아니냔 의혹이 제기됐었다.

투자자들이 12일 블랙아웃 직전에 빗썸 측에서 매수・매도 물량을 일괄 취소한 것은 시세조종을 위해서가 아니었냐는 지적을 하는 것도 이런 허술함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빗썸 측은 "주문 취소는 블랙아웃 이전이 아니고 서버 점검 및 복구가 끝난 상황에 이뤄진 것으로 시세조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모든 기록은 데이터베이스에 남아있어 차후 이를 입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규제 프리존인 가상화폐 거래 환경에서 피해자들은 그들끼리라도 나서서 배상을 받겠다고 애쓰고 있다. 빗썸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에 참여한 약 2천명의 사람들은 이번 소송이 1년에서 3년 사이의 긴 싸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자로 잃고 남은 돈을 박박 긁어서 소송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간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빗썸 본사를 쫓아다니느라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다고도 주장한다.

"투기판에서 돈 버는 사람은 업자와 타짜밖에 없다" 가상화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피해자들을 이렇게 조롱한다. 감독원 관계자도 "위험성을 알고 투기성 거래를 시작한 사람들을 정부가 보호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가상화폐 거래가 투기냐 투자냐를 따지는 것은 피해 배상 여부를 따지는 데 있어선 무의미한 변론이라고 생각한다.

빗썸을 이용한 고객들은 회사와 계약관계에 있었다. 이들은 가상화폐 투자가 가격변동이 심해 위험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수준'의 사고로 거래 중에 '이런 피해'를 입을 줄은 예상 못했을 것이라고 본다. 빗썸은 '세계 최고 수준의 거래량'을 자랑하는 거래소니까. 마약처럼 거래 대상이 의심의 여지 없이 불법으로 규정된 것이지 않는 한 계약 관계에 있는 상대방은 억울한 사고에 대한 배상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손쉽게 거래소 개업을 하다 보면 비슷한 사고가 조만간 또 발생할 것이다. 투기 열기를 보고 해외 거래소들이 몰려들고 있으며, 국내 거래소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 가상화폐 거래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규제책이 마련돼야 한다. 당국이 가상화폐를 무엇으로 정의하냐는 문제와 무관하게 이번 빗썸 사건을 계기로 거래소를 운영할 준비가 된 사업자에게만 인가를 해주길 바란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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