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꾼 등장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과 자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알고리즘 기반의 포트폴리오 관리를 하는 자산관리 서비스다. 기존의 자산관리는 고액의 자산가가 전문가를 직접 만나 각종 투자를 포함한 전체적인 자산을 관리 받는 PB(Private Banking)서비스가 주를 이루었지만, 많은 재산을 가진 자산가가 아니고는 의뢰하기가 쉽지 않았고, 큰 금액을 맡긴 만큼 많은 수수료 또한 지급해야 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보통 투자성향, 자산규모 등 투자자가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채권, 주식 등 약 2,500여개의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는 포트폴리오로 자금을 운용한다. 이론적으로는 알고리즘 분석을 통해 금리 인상이나 국제정세 변화 등 금융 변동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끊임없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 있다.
빠르게 커지는 시장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처음 형성된 미국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의 성장률은 연평균 20%에 달한다. 지난해 3,000억달러(약 341조원)였던 시장 규모는 2020년 2조2,000억달러(2,506조)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미국을 필두로 전 세계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5년 이후 뱅가드(Vanguard), 찰스 스왑(Charles Schwab), 블랙록(Brackrock) 등 전통적인 대형금융사도 시장에 진입해, 빠른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특히 뱅가드와 찰스 스왑은 순수 알고리즘 투자가 아닌 사람이 고객관리의 일부를 담당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보수적인 고액 자산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이브리드 로보어드바이저는 자산관리 규모가 큰 고객일수록 여전히 자문인력이 개입된 서비스의 선호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여기에 일반적인 투자 일임 보수율이 0.7~1.0%인 상황에서 자문인력 관리가 더해진 서비스가 0.3%의 보수율로 제공되는 것도 매력적이다.
국내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 경쟁 ‘후끈’
국내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말부터 42개 로보어드바이저를 대상으로 ‘테스트베드(시험운영)’를 진행했고 올 5월 1차로 26개를 통과시켰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우리도 2021년경에는 1조 9,000억원대 자산을 로봇이 운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는 크게 해외 ETF 자산배분 형태의 안전추구형 서비스와 국내 ETF와 주식에 집중하는 수익추구형 서비스로 구분된다. 안전추구형은 ETF를 통한 안정적인 자산배분이 목적으로, 연 4~9%의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한다. 이에 비해 수익추구형은 주식과 ETF를 사용한 투자수익이 목적이기 때문에 연 10% 이상의 고위험 고수익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테스트를 통과한 증권사들도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키움증권은 증권업계 최초로 특허 출원한 로보 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을 활용해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자체 개발한 로보 어드바이저 모델 ‘ROKI1’은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에 분산투자해 최적의 자산배분과 리밸런싱을 선보인다.
대신증권도 자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자문형과 펀드형, 일임형 랩(Wrap)의 3가지 형태로 내놨다. 대신증권은 운용자가 로봇인 점에 착안해 별도 운용보수 없이 수익이 나면 수익금의 10%를 성과보수로 받는 구조로 설계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5월 1차 테스트 베드에 내놓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QV 글로벌 로보랩’을 통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사람의 개입 없이 매매가 가능하도록 만들었고, SK증권 로보어드바이저는 글로벌 자산배분으로 국내 상장된 펀드에 투자하며 중장기적으로 연 4~8% 수익률을 추구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주된 투자흐름 될 것
현재 국내 로보어드바이저와 개인투자 서비스 시장은 초창기로, 규제완화와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 2010년부터 국내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 수요가 증대됨에 따라 자본시장 내 온라인 자산관리 브랜드 및 전용 플랫폼을 출시해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현재 주식거래의 60.9%, 펀드 판매의 1.5%, ELS 판매의 14.9%가 온라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의 주요 투자수단으로 주목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미국과 같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규제완화와 함께 서비스의 다양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가장 큰 장벽인 ‘비대면 일임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소액투자자들도 온라인으로 합리적인 자문/일임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기존 금융사들의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진입을 통해 보수적인 개인투자자를 유입시켜 시장 자체의 규모를 키워야 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ETF 자산배분, 주식형 뿐만 아니라, 고객의 니즈와 현 시장에 적합한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 도입도 필요하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