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평균수명은 2015년 기준으로 여성 84세, 남성 77.3세다. 여성이 남성보다 6~7년 더 오래 산다. 평균적인 부부의 경우 아내가 2~3살 정도 연하인 경우가 많다. 이렇게 본다면 아내는 남편보다 10년 정도 더 살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 평균적인 라이프사이클로 보면 아내가 남편의 노년기 간병을 한 후 홀로 남아서 자신의 간병기를 맞이하는 흐름이다. 남성은 배우자의 간병을 받지만 여성은 병간호를 해줄 배우자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고령자들 중엔 혼자 사는 여자가 많다. 통계청이 2015년 가구주 연령이 65세 이상인 고령가구를 조사했더니, 세 집 건너 한 집 꼴(28.9%)로 여자 혼자 살고 있었다. 이들이 혼자 된 원인도 ‘남편과의 사별(死別)’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는 기혼여성만의 문제는 아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30대 여자가 결혼을 하지 않으면 노처녀로 통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몇 살까지는 결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사라지면서 ‘만혼(晩婚)’이 보편화되고 있다. 현재 30대 초반 미혼율은 46.9%에 달한다. 나이가 들수록 배우자를 찾기 힘들어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혼인 자체를 포기하는 고령 미혼여성은 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젊을 때는 부양할 가족이 없는 까닭에 번 돈을 마음대로 쓰고 살 수 있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을 부양해 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실제로 65세 이상 한국 여성들의 빈곤율은 47.2%로 OECD 30개 국가 중 가장 높다. 같은 나이의 남성 빈곤율은 40% 내외로, 여성의 빈곤율이 남성보다 훨씬 더 높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여성들은 단순히 연금이 있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남편이 사망한 다음에도 지속적으로 생활비를 충당할만한 소득원을 준비해야 한다. 결국 자신의 노후는 스스로 챙길 수밖에 없다.
남자보다 열악한 여자의 노후 준비 환경
여자들의 노후 준비가 부족한 건 단순히 관심이나 능력이 부족한 탓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이 상대적으로 노후 준비를 하기에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실제로 노후생활의 버팀목으로 꼽는 국민연금의 경우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이 되면 ‘노령연금’을 수령할 자격이 생기는데, 2016년 기준으로 노령연금 수령자는 413만명이나 되지만, 이중 여자는 108만 9,000여명(26.3%)에 불과하다.
이는 여자들 중 소득활동을 하지 않는 전업주부가 많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고용률은 2015년 기준으로 49.9%에 불과하다. 취업하지 않은 여성이 절반이 넘는다는 이야기다. 취업을 하지 않아도 국민연금에 가입 할 수 있긴 하지만 강제가입 대상이 아니다 보니 가입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여성 스스로의 독립적 자금 설계 필요
여성들의 소득수준이 남성들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 1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여성의 월평균 임금은 178만원으로, 남성근로자 임금(284만원)의 62.8% 수준. 소득이 적으면 당장 노후 대비 저축을 할 여력이 줄어들게 되고, 급여에 비례해 적립되는 국민연금 보험료도 줄어들어 나중에 노령연금을 적게 받게 된다. 상황이 안 좋긴 퇴직연금도 마찬가지다. 남자들에 비해 소득이 적다 보니 급여에 비례해 적립되는 퇴직금도 상대적으로 적다. 게다가 여성의 경우 잦은 이직과 경력단절로 중간에 수령한 퇴직금을 전부 생활비와 자녀교육비로 소진해버리기 일쑤다.
개인연금 가입자도 여성이 남성보다 적다. 우리나라 개인연금 제도는 세액공제를 받기 위한 재테크 수단으로 오랫동안 자리 잡아왔다. 그러다 보니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는 전업주부들보다는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남편들 명의로 연금저축을 가입하는 일이 많다. 따라서 여성들은 자신만의 독립적인 자금설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자신의 고유성 없이 남편과 자녀에게만 쏠려 있어서는 홀로 살아야 하는 10년이 막막할 수밖에 없다.
우선은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택연금은 부부 두 사람중 한사람만 60세 이상이고 9억원 이하의 주택을 보유한 경우 가입이 가능하다. 가장 큰 장점은 주택 소유자와 배우자가 모두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지급한다는 것. 따라서 부부 두 사람 중 누가 오래 살던지 상관없이 노후생활비 걱정을 덜 수 있게 된다. 이런 주택연금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보는 것도 좋겠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