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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 같은 ISA

구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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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7-03-03 18:40 최종수정 : 2017-03-03 19:26

[한국금융신문 구혜린 기자] 요즘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보고 있으면 계륵이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계륵(鷄肋)은 후한서에서 유래된 말이다. 닭의 갈비란 뜻인데, 버리기는 아깝고 취하자니 실속은 없는 그런 대상을 비유로 이를 때 쓴다.

3월의 첫 영업일, 금융투자협회가 ISA 모델포트폴리오(MP) 1월말까지의 실적을 공개했다. 누적 수익률이 12월말에 비해 소폭 올랐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은 전월 대비 하락했지만, 3개월 수익률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로 전환했다.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 상승세에 힘입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출시한 이후로부터 현재까지 전체 상품의 평균 누적 수익률은 2.08%에 불과하다. 증권사 ISA의 평균 수익률은 그래도 2%대 중반을 상회하나, 증권사보다 가입자가 10배 이상 많은 은행 ISA의 평균 수익률은 1.01%를 기록했다. 즉, 이번처럼 평균 수익률이 반짝 오른 효과는 해외 증시 호조에 따른 해외 주식형 펀드 투자 비중이 높은 상품들의 수익률 상승이 가져다준 결과다.

전체 일임형 ISA 상품의 절반 가까이는 1% 미만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일임형 ISA 상품 193개 중 최근 6개월 수익률이 1%에도 못 미치는 상품은 총 85개로 전체의 44%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그중에서도 6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상품은 33개(17%)나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행, 증권사 할 것 없이 가입자 이탈은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개월 수로 따지면 증권사 고객 이탈이 좀 더 심하다. 증권사 ISA 가입자 순감은 지난 7월을 기점으로 1월말까지 7개월 연속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경우, 가입자 순감이 단 2개월 지속됐는데, 워낙 가입자 수가 타 업권에 비해 많다 보니 이탈 규모도 눈에 띄게 많다. 1월말 기준으로 전월 대비 2만3759명의 가입자가 등을 돌렸다.

고객들이 ISA를 외면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상품 자체의 매력이 여타 상품들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ISA제도를 우리보다 먼저 도입한 영국과 일본의 경우, 순소득에 대한 비과세 한도가 없다. 비과세 혜택 기간도 영국은 2008년부터 영구화했고, 일본은 기본 5년에 1회 연장(5년) 기회를 더해 최장 10년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자유 인출이 가능하고, 모든 성인이 가입 가능하다는 점은 국내 ISA와의 큰 차이점이다.

수익률 문제를 떠나서도 비과세 200만원 혜택을 받기 위해 5년 간 꼼짝없이 돈을 묶어둬야 한다는 점이 고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리 없다. 또한, 근로소득을 증명하기 어려운 주부나 은퇴자의 가입에 제한을 두는 점도 난센스다. 5년간 여유자금을 묵혀두기 좋은 고객군은 오히려 이들이다.

결국, ISA를 살리는 문제는 기재부와 금융위에 달렸다. 가입 자격 문턱을 낮추고, 자유 인출을 허용하며, 세제 혜택 한도를 높이는 일이 실질적으로 가능한 걸까. 업계 관계자는 “가입 제한을 풀면 세제 혜택을 받게 되는 계층이 늘어나는데, 그게 생각보다 많다면 세수가 얼마나 줄어들게 될지 기재부 쪽에서도 시뮬레이션해보고 결정할 일”이라며, “언제, 어떻게 개선될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제 인센티브가 적고, 이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하는바”라며, “이미 공감대가 형성됐고, ISA가 노후준비를 위한 상품이기 때문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도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연초 자본시장정책과제의 일환으로 국민 재산 증식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올 4월, ISA 출시 1주년을 맞아 성과를 평가하고, 3~4분기 중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대략적인 일정만 공개했다. 취재 중 들은 이야기처럼 ISA를 살리기 위한 제도개편 방안이 언제, 어떤 식으로 결정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비과세 한도를 높이거나, 가입 문턱을 낮출 경우 세수가 지나치게 줄어든다고 판단한다면, 제도 개선을 원하는 여론이 묵살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다 언제 ISA 제도가 없어지진 않을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마저 들었다. 이에 자본시장연구원 송홍선 박사는 “정책이란 것은 명분과 장기적인 상황을 보고 결정하는 것”이라며, “ISA는 금융 전업주의 원칙을 깨고, 상품단위에서 금융 겸업을 실천하는 최초의 상품이기 때문에 금융 개혁이라는 큰 틀에서는 좋은 제도다. 이런 제도가 없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명분은 좋지만, 수익률과 상품 매력 모두 떨어지는 ISA. 금융위가 발표한 대로 올 3분기에는 제대로 된 ISA 활성화 방안이 마련돼서 계륵 따위에 비유되지 않길 바란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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