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틴 아이헨바움(Martin Eichenbaum) 노스웨스턴 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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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목표가 왜 상충할 수밖에 없는가?
트럼프는 대규모 감세와 방위비 및 인프라 투자의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현재 사실상 완전고용상태에 있어 이 같은 확장적 재정정책의 대내 효과는 작을 수밖에 없다. 결국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늘어난 총수요 증가분은 해외 상품의 수입을 늘이는 방식으로 흡수되기 때문에 오히려 미국의 무역수지적자를 더 키우는 결과를 낳는다. 게다가 긴축적 통화정책 (이자율 인상)은 미국 달러화 강세를 통해 무역수지적자를 더욱 부채질하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 마디로, 레이건 행정부에서 경험한 것과 유사한 쌍둥이 적자 (재정수지적자와 무역수지적자)의 확대를 맞이할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상주의식으로 자국의 무역수지를 개선시키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다른 나라들이 불공정 교역행위를 하고 있고 환율도 조작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길 밖에 없다. 트럼프가 말한 대로 수입관세를 높이고 기존의 자유무역협정을 폐기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는 거대한 무역 전쟁 (a Great Trade War)로 빠져들게 되고, 한국처럼 수출의존도 높은 국가들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 올 지도 모른다.
▲ 스티븐 데이비스(Steven Davis) 시카고 대학교 교수
트럼프 당선으로 인해 미국 경제 정책의 거대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밝은 면은 법인세 인하와 규제완화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우려는 트럼프의 중상주의 무역정책이 낳게 될 결과들에 관한 것이다. 글로벌 공급사슬을 망가뜨리고, 생산비용과 물가를 높여 결국에는 미국 내 일자리와 임금을 높이려는 노력 자체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의 권한으로 추진하고 집행할 수 있는 무역정책의 수단들은 상당히 많은 편이어서 트럼프 행정부의 反중국 무역정책은 중국을 넘어 일본, 한국, 대만으로 확대되며 세계를 무역 전쟁 속으로 빠져들 게 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반대로, 최근 수십년간 글로벌 공급사슬이 확대되어 세계 교역비중에서 중간재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져 있어 트럼프 행정부가 결국엔 그런 중상주의 무역 정책을 포기할 가능성 역시 있다.
문제는 그런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이 교역관련 부문의 투자를 줄여 경제성장에 해가 된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에 정치적 그리고 정책상의 불확실성을 퍼뜨리게 될 것이다.
아무쪼록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진짜 문제를 인식하길 바란다. 트럼프가 걱정하듯 중국이 환율조작이나 무역을 통해 일자리를 훔쳐가는 게 아니라, 중국 정부가 미국 기업들의 기술 노하우를 포기하게 압박하고,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제대로 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미국 기업들을 옥죄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말이다.
▲ 베리 아이켄그린(Barry Eichengreen) 캘리포니아 대학교-버컬리 교수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첫째 감세와 인프라 투자를 통한 재정확대, 둘째 관세 부과를 통한 자국산업의 보호를 꼽을 수 있다. 한편 미국의 통화정책은 긴축 국면(이자율 인상)에 놓여 있다.
사실 우리는 재정확대와 통화긴축이라는 정책 조합의 효과에 대해 상당히 잘 알고 있다. 이들 정책조합은 달러 강세를 이끌게 되는데 이는 필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늘이게 된다. 미연준이 갖고 있는 모델에 따르면, 5%의 달러가치 상승은 1년 후 미국의 실질수출을 1.5%, 3년 후엔 3%까지 줄이는 반면, 실질수입은 각각 그 절반 정도의 폭으로 늘이게 된다. 그리고 이는 미국의 실질GDP를 3년에 걸쳐 0.75% 줄이는 효과를 낳는다.
이렇게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커지면 트럼프 행정부는 선거 기간 중 공언했던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대응하려는 유혹을 더욱 크게 받을 수 있다. 더구나 대통령 권한 내에서 할 수 있고 또 매우 대중의 눈에 잘 띄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장벽을 높이려는 유혹에 더 깊이 빠질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의 미국 여건 (완전고용에 가까운 낮은 실업률 4.6%과 궤도에 오른 인플레이션 2.2%)에 비춰 볼 때 이러한 관세장벽이 미국경제에 단기적으로는 별다른 긍정적인 효과를 갖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나아가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보호무역이 국내 기업의 R&D 투자 활성화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미칠 수 있는 효과가 없다는 데 있다.
결국 트럼프 당선 이후 세계의 주식시장은 상승 반응을 보였으나 곰곰이 살펴보면 사실 합리적 근거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