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한국거래소에서 제출받은 ‘삼성합병 관련 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내역 현황’에 따르면 삼성물산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관투자가 한국투신운용은 합병 당시 445만9598주(2.85%)의 찬성표를 던졌다.
제 의원에 따르면 한국투신운용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율은 제일모직(0.9%) 보다 세 배 이상 높으며 주주확정일인 지난해 6월 11일 기준 한국투신이 보유한 펀드 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 대한 평가액은 5295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신은 합병 당시 국민연금이 투자위원회에서 찬성을 결정해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게 됐었다. 당시 주총에서 한국투신이 찬성하지 않았다면 합병안은 부결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출석주주의 66.2%(8756만4062주)가 찬성해 의결정족수에 67만표(0.4%포인트)가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한국투신은 지난해 7월 13일 찬성여부를 결정하기 전 운용부문과 리서치부문의 의견이 대립해 의결권행사위원회를 개최한 바 있다.
운용 파트에서는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합병 부결시 지분경쟁으로 삼성물산의 주가가 상승하고 합병비율이 재산정 된다면 기대수익률이 더 높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의결권행사위원장인 운용담당임원(CIO)은 “주주 입장에서 합병을 하기 가장 좋은 시점에 의사결정을 했는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하며 반대의견을 냈다.
코어운용부문장도 펀드의 포트폴리오 포지션을 감안했을 때 반대하는 것이 수익률 관점에서 유리하다며 반대했다. 운용부문 실무책임자인 주식운용본부 팀장도 합병법인의 적정가치가 고평가되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리서치 부문에서는 합병법인의 적정가치를 25만3000원으로 추정하며 찬성 의견을 냈다. 결국 7:3의 비율로 찬성 의견이 우세했다. 현재 삼성물산 주가는 28일 종가 기준 13만9000원이다.
제 의원은 “삼성물산 지분이 세 배 이상 많은 한국투신의 경우 합병비율이 높을수록 절대적으로 유리했다”며 “주가변동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합병비율에 따른 손실액만 계산해도, 한국투신의 손실액은 358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0.43)과 ISS(0.95)가 산정한 적정비율을 적용하면 최소 262억원에서 최대 1428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며 “고객 돈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닌 한국투신이 삼성 편을 들어주다 펀드 투자자들에게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제 의원은 국민연금 뿐만 아니라 한국투신의 합병찬성 과정에서 부정한 거래나 청탁, 외압 등이 없었는지 국정조사나 검찰조사를 통해 철저히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당시 삼성물산 합병 찬성 과정에서 외압이나 부정한 방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고영훈 기자 gy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