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11∼2015년 독일 수주량 추이, 자료 : 독일선박해양기술협회
◇ 독일, 2009년 침체 이후… 정부·금융기관·사용단체 역할 부담 펼쳐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13일 ‘한국 조선·해운산업 위기에 독일 사례 시사점은?’ 보고서를 발표, 최근 관련 산업의 불황을 이겨내고 있는 독일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은 지난 2009년 세계경제 침체와 함께 조선·해운산업의 불황이 시작됐다. 전방산업인 조선·해운업의 불황은 물동량을 1억1000만톤으로 감소시켰고 독일내 주요 선사들은 회사채 발행, 선박 및 주식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분주했다. 기업합병 역시 피해갈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독일은 정부 및 금융기관, 사용자 단체 등이 서로의 역할을 분담하며 새로운 동력을 찾아갔다. 전략적인 합병이 이어졌고 특수시장 공략 및 재취업 교육 지원을 펼쳐나갔다.
KOTRA 측은 “독일은 지난 2014년 대표 해운사인 Hapag Lloyd와 칠레의 CSAV사와의 합병을 통해 글로벌 4위 해운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며 “이후 Hamburg Sud 및 UASC 선사와도 합병을 시도했고, 2009년 구조조정을 감행해 보유 중인 용선의 비중도 절반가량 줄이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펼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 있어 독일 정부는 17억달러(약 2조원) 규모의 정부 대출 지급보증을 제공했고, 함부르크시는 7억5000만유로를 현금으로 지원했다”며 “독일 조선·해운사들도 대형 물류선 외에도 소형선·럭셔리 요트·군수함 등 차별화된 시장을 구축해갔고, 독일 정부는 구조조정에서 발생한 해고 노동자들에게 재취업을 할 수 있도록 기술 습득 및 직업훈련을 지원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최근 독일의 컨테이너 물동량 및 수주는 과거 수준으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동량의 경우 지난 2014년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수주량 및 매출은 작년 43척, 매출은 197만7000CGT를 기록해 전년(157만7900CGT) 대비 25% 증가하는 등 매년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 구조조정서 ‘고도 노동력 유실방지’, ‘대형·중소 조선사 상생 보호장치’ 필요
독일의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통해 KOTRA는 국내 조선·해운업계가 4가지를 심사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숙력된 노동력 유지·발전 △대형·중소형 조선소 협력 및 상생 추구 △사용자 단체·정부·금융기관 총체적 노력 필요 △수주 외 중소업체 납품채널 다변화가 그 것이다.
우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고도 노동력 유실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해운산업 경쟁력은 고도로 숙련된 노동력 및 설비능력에 달렸기 때문이다. 지나친 구조조정으로 우수한 숙련 노동을 유실하는 것은 곧 국가적 손실과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KOTRA 측은 “인력의 구조조정 외 남은 수주 잔량의 건조 속도를 늦춰 일자리를 유지하는 고용유지 방안 및 손실 인력의 재훈련 및 재고용 방안이 적극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며 “한국의 고용유지지원금은 고용유지를 위한 휴업과 휴직, 훈련, 인력재배치 등에 지원되지만, 이를 조선·해운사가 신청해야하는 특성상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조선소와 중소 조선소의 협력·상생을 위한 보호장치 마련도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소 조선사들의 연쇄 도산이 예상되지만 현재 이를 구제할 마땅한 방안이 없어서다. 이에 따라 국내 ‘금속노조 조선분과’에서 제출한 대안과 같이 중소 조선소를 대형 조선소의 블록공장 및 후방업체로 전환시키거나, 플랜트 및 기자재 업체로 육성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밖에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주에만 의존하는 중소업체의 납품 채널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형 선박사 및 조선소로부터의 수주 여부에 따라 기업의 생존이 걸린 국내 중소업체 대다수이기에 이를 수주가 아닌 수출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해외 선박부품업체에 직접 수출, 혹은 납품 제휴와 같은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납품 채널을 넓히고 국제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KOTRA 측은 “중소 조선소는 시장의 수요를 예측하고 다양한 분야를 취급해 어떠한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며 “업계의 노력뿐 아니라 정부 및 금융기관에서도 한국수출입은행이 최근 발표한 LTV 요건 완화, ‘조선·해운산업 상생모델’과 같은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 단위의 산업 정책 및 노동력 관리, 선박 금융 활성화, 중소조선소 동반성장 대책, 고용안정 및 기술교육 시스템 등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