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부처)최종식 대표와 지난해 4월 열린 서울국제모터쇼에서 (왼쪽부터)이유일 부회장, 최종식 대표이사, 김규한 노조위원장이 나란히 앉아있다. 정수남 기자
취임 당시 업계는 항상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인 최 대표가 긴박한 상황의 쌍용차를 잘 이끌 수 있을 지 우려를 표했다. 당시만 해도 2009년 중국 상하이차와 결별한 흔적이 사내에 남아있어서 였고, 앞서 이유일 부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회사를 크게 성장시켰기 때문이다.
실제 이 부회장은 상하이차와 결별 이후에도 연구개발(R&D) 비용을 적극 투입, 한국 지형에 최적화 된 디젤 엔진을 개발해 2011년 초 코란도 C, 2012년 초 코란도 스포츠, 2013년 초 코란도 투리스모 등 코란도 시리즈를 완성하면서 매년 평균 25%대의 판매 급신장세를 달성했다.
최 대표에게는 상당히 부담되는 실적인 것이다. 취임 1년이 지난 최 대표의 성적표는?
△구관이 명관이다 △형만 한 아우 없다는 우리 속담을 송두리째 바꿨다.
지난해 쌍용차는 1월 선보인 티볼리 가솔린과 최 대표 취임 이후 선보인 티볼리 디젤로 내수 판매에서 전년대비 44.4%라는 업계 최고 성장세를 올렸다. 쌍용차는 지난해 역시 수출을 포함해 14만4542대를 팔아 2011년부터 5년 연속 판매 10만대 돌풍을 이었다.
지난해 성적은 2010년대 들어 가장 높은 판매고이며, 상하이차과 결별하면서 최악의 해를 보낸 2009년보다는 313.7%(10만9605대) 급증한 수준이다. 최 대표가 업계 우려를 말끔히 해소했다는 게 자동차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다.
여기에는 최 대표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7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현대차 미국법인 법인장(부사장)을 역임하는 등 자동차 시장을 보는 시각이 폭 넓은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회사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최 대표는 2010년 쌍용차에 합류해 줄곧 △영업부문 부문장을 맡으면서 영업부문에서 전문가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쌍용차 티볼리가 지난해 경쟁 차량을 압도적으로 제치고 쌍용차의 고성장세를 이룰 수 있던 데에는 최 대표의 영업 노하우가 고스란히 작용했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아울러 최 대표는 임직원들을 통솔하기 위한 리더십도 탁월하다는 평가다. 그는 취임 후 대표이사로서 회사 전반을 알기 위해 평택 본사와 공장에 있는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야간 근무조의 근무 형태와 근무 순환제 등을 파악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애로를 경영에 반영하는 등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경영을 전개했다. 최 대표의 부드러운 미소 속에 숨어 있는 강력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올해 최 대표는 경영의 제로베이스를 목표로 내세웠다. 2009년 이후 꾸준히 적자 폭을 줄인 쌍용차는 지난해 3분기까지 적자 폭을 크게 줄인데 이어, 4분기에는 분기흑자를 기록했다. 분기흑자는 2013년 4분기 이후 8분기만이다. 쌍용차는 4분기에 4만890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3만4800대)대비 17.5% 급증했으며, 전년 4분기 영업손실(-322억원)에서 218억원 흑자를 냈다.
이에 따라 올해 최 대표는 제로베이스를 만든다는 복안이다. 3월 선보이는 티볼리 에어와 이르면 상반기 안으로 선보일 코란도 스포츠 유로6 모델로 판매를 극대화해 매출, 영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의 증감을 ‘0’에 맞춘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최 대표는 내년 경영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최 대표는 노사 화합을 적극 추진한다. 최근 최 대표는 2009년 당시 회사를 떠난 해고자 일부를 다시 받아들이면서 그동안 회사와 대립각을 세운 해고자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최 대표는 앞으로도 회사 정상화를 위해 나머지 해고자들도 지속적으로 채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최 대표는 자동차 트렌드가 친환경임을 감안해 전기차 상용화에도 주력한다. 전기차는 환경부와 공동으로 개발한 코란도 C 전기차 엔진을 티볼리에 얹어, 티볼리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르면 내년, 늦어도 2018년까지는 티볼리 전기차의 양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지만, 국내 전기차 인프라가 부족한 만큼 시장 상황을 고려해 가면서 전기차를 론칭한다는 게 최 대표 계획이라고 회사 측 설명이다.
완성차 업체의 기술력을 대변하는 자율주행차 역시 업계 대세지만 전기차와 같은 이유로 2020년 경 최 대표가 시장에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쌍용차는 자사의 인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란도 C를 자율주행 모델로 선정했다.
최 대표는 “앞으로도 쌍용차는 가장 혁신적이고 존경받는 대한민국 자동차 회사라는 새로운 비전으로 선도적인 SUV기업이자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브랜드로 도약할 것”이라며 “오늘의 쌍용차가 있기까지 한없는 지지와 믿음을 보여준 고객과 사회에 보답하기 위해 기업시민으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최종식 대표는 내달 1일 언론 행사를 시작으로 13일까지 열리는 제네바국제모터쇼에 참석한다. 최 대표의 이번 모터쇼 참석은 취임 후 처음 갖는 해외 행사로 쌍용차가 유독 강세를 보이고 있는 유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최 대표는 언론 행사를 직접 주관해 올해 전략 차량인 티볼리 장축, 티볼리 에어(현지명 XLV)를 직접 소개한다. 최 대표는 자사의 콘셉트카 SIV-2에 대해서도 손수 설명한다. 업계는 이를 두고 지난해 탁월한 실적을 거둔 최 대표가 취임 1주년을 맞아 대외에 쌍용차의 견실한 성장세를 알리려는 전략으로 분석했다.
정수남 기자 perec@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