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심리로 8일 열린 첫 공판 준비기일에서 정준양 전 회장 변호인은 “정 전 회장은 회사에 손해를 끼치려는 의도가 없었다”면서 코스틸 취업 청탁을 비롯해 슬라브 공급 계약에 관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와인을 받은 적도 없다”고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정준양 전 회장은 2009년 군 공항 관련 고도 제한 위반으로 중단된 신제강 공장 공사 문제 청탁을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80)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외주업체 급여·배당금 명목으로 12억원 뇌물을 건넸다는 혐의(뇌물공여)로 지난달 불구속 기소됐다.
정준양 전 회장 측은 “신제강 공장이 고도 제한을 초과한 것은 포항만이 아닌 전국의 군사공항과 관련돼 있어 이 의원이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그의 직무와 관련이 있는 사항도 아니다”라며 “고도제한 문제는 전국 군사지역과 연결돼 국무총리실 산하 행정조정위원회와 이야기해 해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코 임원들이 이 전 의원실에 보고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구 의원이었기 때문에 보고한 것이지 무언가를 해결해주기를 원해서 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이 전 회장 측근 박모씨가 지분을 취득한 것도 제강공장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며 "이구택 전 회장이 해주기로 이미 승인된 사항이며 결정이 정 전 회장 취임 이후 나온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정 전 회장은 2010년 실질적인 인수 타당성 검토 없이 부실기업으로 평가되던 성진지오텍 지분을 비싼 값으로 인수하도록 지시해 포스코에 1천592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지난 11일 재판에 넘겨졌다. 정 전 회장은 박재천 코스틸 회장으로부터 2006년 1월~2015년 5월 슬래브를 공급 청탁을 받고 처사촌동서 유씨를 취업시켜 고문료 명목으로 4억7천200만원을 챙긴 혐의(배임수재)도 있다. 또 골프 접대와 최고급 와인 '로마네콩띠'(490만원 상당)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정 전 회장은 법정에 참석하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꼭 참석할 필요는 없다. 정 전 회장에 대한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내년 1월 25일 오전 10시 3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같은 재판부에서 정 전 회장과 함께 기소된 포스코컴텍 조모(63) 사장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도 열렸다. 조 사장 측 변호인은 "뇌물을 공여한 적이 없고 전체적으로 무죄라는 취지"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조 사장은 포항제철소장으로 근무할 당시 정 전 회장과 공모해 이 전 의원에게 신제강공장의 고도제한 문제 해결을 부탁하고 13억9천여만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 사장의 2차 공판준비기일 역시 정 전 회장과 마찬가지로 내년 1월 25일에 열린다.
전모(55) 전략사업실장과 정 전 회장 처사촌동서 유모(68)씨도 이날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김지은 기자 bridg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