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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교육의 양날의 검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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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10-05 00:40 최종수정 : 2015-10-05 15:29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손정국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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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교육의 양날의 검
금융교육이 부각되면 소비자의 잘못된 선택에서도 금융사는 자유로워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를 도출한 후 추진해야

독일에서는 주차시킨 차에 차주가 모르는 사이에 접촉사고가 나면 가해 차량 운전자의 메모와 목격자의 메모 등 몇 개의 메모가 피해 차량 와이퍼에 끼워져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모 종편 방송에 외국 청년들을 모아서 각국의 문화를 비교해 보는 프로가 있는데, 독일 청년에게 유사한 질문이 주어졌습니다. 친구가 음주운전을 하면 동승한 친구가 신고한다는 말이 사실이냐는 질문이었는데 독일 청년은 자신은 그런 경험이 없고 듣지도 못했지만 옆집 할머니가 신고할 수는 있다고 답변해서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스스로도 원칙을 지키고 타인에게도 원칙을 지킬 것을 요구한다는 말이겠지요. 이런 독일의 대표적 자동차 회사 때문에 전 세계가 술렁입니다. 9월 19일에 미국 환경보호당국(EPA)이 폭스바겐의 디젤 차량들이 주행할 때 내뿜는 오염물질이 검사할 때에 비해서 최대 40배나 높다면서 48만대에 대한 리콜 명령을 내렸습니다. 아울러 폭스바겐이 검사할 때만 오염물질 감소 장치를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를 부착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는데, 폭스바겐이 이 사실을 인정하고 소프트웨어를 부착한 차량이 1,100만대나 된다고 고백하면서 문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습니다. 폭스바겐 디젤 차량이 이상하다는 의혹은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이미 2014년 5월에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학의 카더(Daniel K. Carder) 박사팀이 폭스바겐 디젤 차량 일부가 주행할 때 배출되는 배기가스의 오염물질이 검사할 때에 비해서 15배에서 35배나 높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신뢰의 상징이랄 수 있는 독일 굴지의 기업이 엄청난 사기극을 벌였다는 것이 놀랍기는 합니다만, 애당초 기업이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조직이기에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비용을 줄이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되지요. 미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이면서 디젤 엔진의 배기가스를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규제하는 나라입니다. 즉, 미국에서 디젤 차량을 팔려면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한 장치를 부착해야 해서 비용이 많이 듭니다. 게다가 그런 장치가 작동되면 디젤 엔진의 성능이 나빠진답니다. 폭스바겐 입장에서는 대처하기가 꽤나 곤혹스러웠겠지요. 물론 단지 이런 이유만으로 폭스바겐 정도 기업이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디젤 차량의 오염물질 측정이 실제 주행 중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방식도 중요한 원인이 되었겠지요. 전자 기술 발전으로 자동차의 전자제어장치(ECU)가 실험실과 실제 주행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고, 실험실에서만 오염물질을 줄이는 장치가 작동되게 하는 소프트웨어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요건이 모두 갖추어진 위에 속임수가 쉽게 드러나지 않으리라는 판단이 결정적인 한 방이 되었을 겁니다. 소비자들은 자동차 회사가 발표하고 정부가 인정한 수치를 믿고 행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염물질을 측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테니까요. 세계적 기업인 폭스바겐의 명성도 한 몫 했겠지요.

자동차와 금융투자 상품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지만 소비자들이 잘 모르고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같습니다. 금융소비자들이 잘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한 금융상품은 금융회사들에게 좋은 수익원이 됩니다. 골드만삭스에서 17년간 퀀트(전문 지식과 기술을 증권시장에 적용하는 물리학자 또는 응용 수학자)로 일하다가 모교인 컬럼비아대학에 정착한 더만(Emanuel Derman) 교수는 투자 상품이 복잡해지는 이유는 복잡할수록 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고, 고객이 각 조건의 가치를 평가하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2012년 3월에 골드만삭스 런던 현지법인에 근무했던 그렉 스미스(Greg Smith)는 골드만삭스에서 승진하는 지름길이 ‘고객에게 유동성이 떨어지고 설계가 복잡한 상품을 판매하기’였다고 폭로해 이런 문제가 현실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의도적으로 복잡하게 설계한 상품만이 아니더라도 금융소비자들이 금융 상품을 확실하게 알고 선택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지난 9월 초에 보험연구원과 한국금융소비자학회가 진행했던 “보험 상품 이해력 향상을 위한 소비자 교육 방안” 정책세미나에서 금융당국 토론자가 보험 상품의 특성상 이해가 어려울 수밖에 없어서 단순한 교육만으로 이해력을 높일 수는 없다면서 상품을 표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금융업계가 금융교육을 강조하기 위해서 주관한 세미나에 나와서 금융교육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상품 표준화 등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하려는 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인데 아주 적절한 의견이며 마음 깊이 공감합니다.

차제에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모인 금융업계가 금융교육에서 얻을 수 있는 손익을 찬찬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금융교육을 통해서 금융소비자들이 현명해지고 합리적 금융행동을 하게 될수록 금융업계는 금전적인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쨌든 금융업계의 주된 수익원은 고객이 지불하는 돈이니까요. 그렉 스미스가 골드만삭스에서 승진하는 지름길로 밝힌 것이 두 가지 더 있었습니다.

‘잠재적 수익성이 없어 회사가 처분하려는 애물단지를 고객에게 떠넘기기’와 ‘회사에 이익이 될 고객을 잘 끌어오기’입니다. 기대 이익은 앞에서 언급한 정책세미나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금융교육이 부각되면 무엇보다 금융업계가 금융상품의 복잡성에 따른 선택의 어려움과 그 결과 나타나는 잘못된 선택의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집니다. 책임의 많은 부분은 금융교육을 받지 않았거나 금융교육을 받았지만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금융소비자의 몫이 되겠지요. 금융상품의 표준화와 같은 직접 규제를 피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아집니다. 금융소비자를 위해서 금융교육을 추진하는 양심적 업계라는 평판과 함께 기존 또는 잠재 고객에게 업계를 인지시키는 덤도 기대할 수 있겠지요. 금융교육 추진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이득이 예상되는 손해보다 작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이루어졌다고 추정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고객 지향 기업이라는 좋은 평판을 얻어서 장기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단기적 평가를 받는 전문경영인이 자신의 단기 실적이 나빠질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맡은 기업의 장기 이익을 도모한다고 기대하기는 솔직히 어렵지요. 경영학 교과서도 정반대 현상인 “대리인 문제”를 다루고 있으니까요.

금융교육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지만 결코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금융교육은 이론적으로 국민 대다수를 대상으로 하기에 엄청난 비용이 수반되므로 도달할 수 있는 현실적 목표를 명확하게 도출한 후 추진해야 합니다. 이룰 수 없는 목표까지 맹목적으로 지향하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실질적 금융소비자 보호’를 더 멀어지게 만들 우려도 있습니다. 양날의 검은 잘 휘두르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좋은 무기가 되지만 잘못 휘두르면 스스로를 지키기는 고사하고 다치기만 합니다. 지금의 금융교육이 딱 그렇습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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