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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비용절감 경쟁력만 망쳤다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5-06-10 22:47

점포·인력 줄여 아낀 돈보다 수익손실 더 커
미국 4대은행 경쟁에서 꼴찌 추락 ‘타산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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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비용절감 경쟁력만 망쳤다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초대형 은행간 경쟁에서 인력과 점포를 무턱대고 줄였다가는 핵심 분야 경쟁력만 상실할 수 있다는 사례가 소개 돼 눈길을 끈다. 대규모 점포 축소와 감원 덕에 아낀 돈보다 주력 분야 순수익 감소 폭이 훨씬 큰 결과를 빚으면서 결국은 빗나간 비용절감 전략 때문에 시장점유율과 위상만 추락한 사례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Bank of America 비용절감 전략의 교훈’에 따르면 2011년부터 비용절감 프로젝트를 추진한 결과 지난해 말까지 점포 850개를 줄이고 6만 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덕분에 아낀 비용은 21억 달러 규모로 나타났지만 같은 기간 순이익이 더 크게 줄어드는 바람에 수익대비 판관비용률(C/I Ratio) 지표가 더욱 나빠지는 결과만 낳았다는 것이다.

◇ 멀리 못 본 감축정책 화만 불러

연구소 송치훈 수석연구원 설명에 따르면 BoA 경영진이 비용절감에 관심을 기울일 만한 사정은 없지 않았다. 글로벌 복합위기 와중에 부실화된 모기지론 처리와 메릴린치 및 컨트리와이드 통합, 소송 합의금 등 돈 쓸 곳이 늘면서 2009년 667억 달러였던 BoA 이자외 비용이 2010년 831억 달러로 늘어났던 것이다. 경영진의 선택은 2011년 9월부터 대규모 비용절감 프로젝트 ‘New BAC Project’에 착수한 것이었다.

5700여 지점 가운데 14.9%에 이르는 850개 점포를 줄였고 28만 2000명에 이르던 직원 규모에서 20.5%에 해당하는 약 6만 명을 내보내 지난해 말 직원 규모가 22만 4000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이 덕분에 지점 관리비용 4억 6000만 달러와 인건비 13억 6000만 달러를 아낄 수 있었고 시설투자비, 마케팅비, 전문용역비 등에서 아낀 2억 4000만 달러를 합하면 비용절감 프로젝트 효과는 21억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순수익이 2010년 대비 260억 달러 줄어드는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는 것이다.

◇ 상업은행 부문에서 이익 급감

송 연구원은 “BoA 비용감축 프로젝트가 진행된 뒤 수익감소 현상은 거의 모든 상업은행 부문에 걸쳐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상업은행 부문의 영업경쟁력이 훼손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2011년과 2014년 순수익 기준 증감치를 보면 소매부문과 주택대출 양쪽 수익 감소폭이 각각 30억 달러와 37억 달러였고 글로벌 기업대출에서도 9억 달러 줄었다. 그나마 IB분야 순이익이 31억 달러 늘고 증권부문에서 글로벌WM파트와 글로벌마켓파트에서 각각 19억달러와 13억 달러 늘어서 이익 감소폭을 일부 달랠 수 있었다. 무엇보다 2010년 미국 4대 상업은행 가운데서도 최강의 순이익을 달리던 위상은 파탄이 난 게 뼈아픈 상황으로 풀이된다.

◇ 고객 접점 위축 조달비용만 올라

점포를 대거 줄이는 바람에 고객접점이 취약해지면서 예금 부문 시장점유율이 2009년 9.6%에서 지난해 7.4%로 떨어졌고 반대로 조달 비용률은 0.57%로 숙적관계인 웰스파고 0.28%보다 월등히 높아졌다는 것이다.

대면채널 축소로 인한 공백은 모바일과 ATM 등으로 메워 보려했지만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던 까닭도 분명히 드러났다. 4강 구도를 형성했던 경쟁은행들 가운데 JP모건은 지점 수를 소폭 늘렸고 웰스파고는 3.3% 줄이는데 그쳤다. 감원 또한 JP모건과 씨티가 각각 7.2%와 9.4%로 제한했으며 웰스파고는 0.1% 늘리는 전략을 택한 것이 정반대 결과를 낳았음을 입증한다고 송 연구원은 전했다. 총자산 이익률(ROA)는 소폭 개선됐을지 몰라도 순익 1등 은행이 3위로 추락한 뒤 이익창출능력 지표에선 빅4 가운데 최하위로 처지는 결과만 낳았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웰스파고는 지점을 소폭 축소하면서도 영업일선 배치 인력을 오히려 늘리고 교차판매를 활성화해 수익성을 크게 개선시킨 것과 대조적”이라는 평을 얻었다.

“고객의 원활한 접근이 보장되는 지점 네트워크에 기반한 밀착영업과 더불어 고객 관계에 집중한 리스크 관리를 중요원칙으로 내세운 웰스파고 사례를 보면 대면채널이 영업 뿐 아니라 리스크 관리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핀테크 활성화라는 불명확한 바람을 타고 점포와 인력 감원 만이 능사라는 시각이 활보하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계에 던지는 시사점이 이만 저만한 것이 아닌 내용인 셈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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