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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순익증가 착시, 어림 없다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5-02-08 21:17

일반은행 순익 고작 5천억원 증가 빈약
부실 많은데 대손비용투자 3조 아낀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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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직전 횡행했던 금융산업의 정책 도구화 움직임이 금융회사들의 극악해진 경영여건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강화될 개연성이 짙어지고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은행권과 현실과 관련해 지난해 당기 순이익이 외환위기가 수습된 이후 두 번째 최악의 해로 기록할 만한 2013년에만 비교하는 착시에 빠져 드는 풍조가 만연한 실정이다. 객관적 수준으로 볼 때도 국내은행 경영실적은 정상 상태로 회복하지 못했지만 금융정책당국은 물론 감독당국 또한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중소기업 지원 강화, IT융합을 통한 혁신성 제고 구호가 난무하면서 앞날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작은 목소리이지만 일선 현장에선 제기되고 있어 귀기울여야 할 때인 것으로 보인다.

◇ 일반은행 순익 모두 합해 딸랑 5조원

가장 대표적인 착시현상 요인이 특수은행 흑자전환이 일어났다는 부분이다. 산업은행 적자에 기인한 2013년 특수은행 전체 적자 폭이 약 6674억원이었다. 이것이 지난해엔 1조 2000억원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흑자전환 덕에 은행권 전체 순이익이 3조 9000억원에서 지난해엔 6조 2000억원으로 훌쩍 성장한 것처럼 착시를 일으켰다.

특수은행 흑자전환 상황을 충분히 간파하고 의미를 곱씹을 줄 안다면 착시라고 부를 이유가 없다. 일반은행 순이익은 2013년 약 4조 5000억원대에서 지난해 5조원으로 고작 5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는 사실도 냉엄하게 볼 줄 안다면 우려를 표할 이유도 없다. 무엇보다 특수은행 전체 적자가 난 것은 외환위기를 졸업한 이후 2013년이 처음일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

◇ 판매관리비 상승 주범은 명퇴비용

일부 전문가들이 실체 규명에 소홀히 하면서 다수의 미디어들의 자주 범하는 오류 중 대표적인 것은 판매관리비 부담이 정규직 장기근속자 증가에서 비롯한다는 막연한 논리비약이다. 국내 은행산업은 지난 2004년과 통계파악이 가능한 지난해 3분기 말을 서로 비교했을 때 점포면에서는 약 1000개(6528→7589), 인력은 3만명 가까이(약 9만→11만 9604명) 늘었다.

하지만 영업수익에서 판매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과대하게 늘었다는 분석은 아직 나온 바 없다. 대신에 128억원이던 1인당 총자산이 2013년 말 181억원으로, 점포당 총자산은 같은 기간 1887억원에서 2877억원으로 1000억원 가량 늘었다는 사실은 간과해 왔다.

은행권 내부의 생산성이 고정돼 있었다면 지금 은행권이 내고 있는 순이익도 사실은 기대하기 어려웠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바로 지난해와 2013년 판매관리비 비용구조를 들여다 보면 비용문제의 새로운 포인트가 드러난다. 은행권 판관비는 2013년 20조 30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21조원으로 불어났다. 물건비는 경비절감 노력 덕분에 8조원 수준에 고정시키는 효과를 봤지만 역시 인건비가 12조 3000억원에서 13조 1000억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인건비 상승은 2013년 3000억원 지출에 그쳤던 명예퇴직급여가 지난해 7000억원으로 늘어난 상황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비용효율화를 꾀하느라 단행한 명퇴급여 증가분을 뺀다면 실질적 인건비 증가규모는 상당부분 줄어들 수밖에 없는 셈이다.

◇ 대손비용 줄었다고 콧노래 웬말?

판매관리비에서 차지하는 급여와 복지비를 문제 삼을 게 아니라 정말 심각한 쪽은 대손비용과 건전성부문이라는 지적의 소리가 그치질 않고 있다. 충당금 및 대손준비금으로 새로 쌓은 돈과 채권매각손 등을 합한 대손비용이라는 쓰임새가 제한적인 항목의 비용은 2013년 11조 9000억원이던 것이 지난해 8조 9000억원으로 무려 3조원이나 줄었다. 전체 당기순익 증가분이 2조 3000억원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권 순익 증가 1등 공신은 대손비용 감소에 있는 셈이다. 대손비용 감소 요인은 증권가 은행업종 애널리스트 다수가 은행주를 사야하는 이유로 꼽는 실정이다.

하지만 결코 은행 건전성이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보면 오산이다. 은행들은 순이익이 줄면서 부실채권 정리규모를 해마다 줄여왔다. 그 덕분에 부실채권 절대 규모는 2010년 24조 8000억원에서 지난해 9월 말 현재 도리어 1조 3000억원 불어난 26조 1000억원이나 된다. 지난해 4분기에도 신규부실이 발생했을 것이고 연간 대손비용을 덜 쓴 것으로 볼 때 정리실적은 그리 많지 않을 공산이 크다.

결국 저금리 강화와 수수료 규제 때문에 벌어들이는 이익수준이 줄어든 상황에서 명퇴에 돈을 더 지출하면서도 당기 순익이 늘어난 것은 건전성 개선 투자를 3조원이나 줄인 덕분에 불과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를 통해 금융산업의 실물경제 지원 기능을 늘리고 수수료 기반을 크게 허물 개연성이 큰 핀테크를 비롯한 IT산업 융합 혁신 제고 등의 정책을 핵심업무로 제시했다.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나 수익성 악화 원인을 통찰하는 내용은 보이지 않았던 것 또한 공통점이었다는 지적이 일선 관계자들 사이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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