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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두물머리 장엄한 합일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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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4-12-17 23:09 최종수정 : 2014-12-17 23:28

정희윤 은행팀장

[데스크 칼럼] 두물머리 장엄한 합일
“저이는 나보다 여유가 있다/ 저이는 나보다도 가난하게 보이는데/ 저이는 우리집을 찾아와서 산보를 청한다/ 강가에 가서 돌아갈 차비만 남겨 놓고 술을 사준다/ 아니 돌아갈 차비까지 다 마셨나 보다/ 식구가 나보다도 일곱 식구나 더 많다는데/ 일요일이면 빼지 않고 강으로 투망을 하러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반드시 4킬로가량을 걷는다고 한다(후략)”

지금으로부터 딱 50년 전인 1964년 김수영 시인이 썼다는 ‘강가에서’라는 작품 앞부분이다.

요즘 정서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 사람의 상태는 사실 시 속의 화자보다 가난해 보이고 짐이 무거워 보이고 훨씬 늙었으면서 여유를 부리는 가련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만 득실대는 틈 바구니 속에서 자꾸만 소심해지면서도 동요도 반성도 없이 자꾸만 소인이 돼 가는 스스로를 반성하는 화자. 끝없이 속된 사람이 되어 가는 운명인지 숙명인지를 거대한 강물을 보고 시인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까.

◇ 관치금융이 더 늙어 보였는데

관치금융 노인네가 이 만큼 늙었으면 이젠 몸져 누울 때도 됐겠거니 하는 새로운 날이 오기는 할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민간 자율혁신 경영을 고대하는 사람들은 소망을 걸어 보았으나 부질 없는 결과로 항상 되돌아 가기 마련이었다.

게다가 요즘은 어느 높으신 어른께서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크게 나을 바 없어 보이는 사람을 미리 내정한 것일까, 궁금증을 양산하는 주체 불명의 낙하산 관치 시대로 흐르고 있다. 일개 금융그룹 수장으로 부적절하다는 증거들이 제시된 사람이 더욱 공공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자리에 발탁되는 현실은 은행산업에 미래가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일깨워 준 예고편인 것은 아닌지.

관치금융 낙하산 인사 폐단이 아무리 성토대상에 올린들 그러한 문제의식과 도전은 정치권력의 견고한 성벽, 그것도 벽체가 아니라 해자조차 넘지 못하고 단호하게 내리 꽃는 살 하나 하나에 저지당하고 만다.

◇ 침해받지 않는 결정권 누구 손에

더욱이 금융당국 관계자마저 누구의 뜻에 따른 결과인지 모른다는 과거 회귀적 상황에 직면하면서 그만 우리 사회는 분별력을 잃고 만다. 도대체 누가 결정한 것인지 파헤치려면 바깥 성벽을 넘어 안쪽 궁궐 핵심에 근접해야 하지만 거기까지 다가갈 출입증 인가자는 극소수에 그친다. 반드시 그가 맡아야 할 이유와 배경 설명도 없이 누구 뜻이 반영된 것인지 알 바 아니라며 익명화 해 버리는 상황에 정말 모처럼 직면하고 나니 익명의 불확실한 대상을 겨누지 못하고 이상한 결정권자들이 밀어 올린 결과, 즉 새로 등장한 인사 개인에게 과녁 삼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또한 동시에 그 오랜 시간 낙하산 인사 결정권을 전유했던 공무원 집단을 측은하게 여기는 동정론일까 옹호론이 대두하는 생경하고 비현실적인 장면까지 연속해서 펼쳐졌다. 일단 결정되고 난 사실에 대해 구체적인 비판에 직면하지 않아도 되는데 나중에 책임질 일이 있을 턱이 없다. 일은 다 벌이고 분명히 주도했으면서도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버티는 전례들을 목격했기 때문일까. 설사 그런 결정의 결과가 어떻게 빗나간들 책임질 이유가 없고 추궁당할 여지가 없다.

◇ 문서 따위 증거없이 추진하는 치밀함

당연히 문서 따위 물증을 남기지 않고 통화기록같은 것도 세심하게 제거한 방식으로 결정권 행사 결과를 입으로 위임하는 방식을 취했을 것이다. 금융계 CEO라면 다수의 추천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표결을 거쳐 내정자를 결정하도록 만들어 놓은 선진적이라던 제도는 이렇게 무력화 된다. 위원회 멤버 중 특정인 또는 소수에게 ‘진짜 힘 센 분의 뜻은 A다’라고 물증 안 남는 방식으로 전달하고 나면 그들은 일회성 확성기가 되어 대세를 확정하는 방식이 작동한다.

현재 직업과 위치를 보아 독립성과 객관성을 지니고 있음직한 ‘훨씬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인데 결정권은 써보지 못하는 가련한 사람들인 줄 누가 알았으리. 간혹 게 중에는 힘센 분을 사칭했다가 실체를 간파당해 탈락한 일도 있었고 윗분의 뜻임을 거듭 주지시켰는데도 간신히 내정되거나 아예 묵살당한 비참한 결과를 빚기도 했다는 후문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적어도 은행권에서 적중률 또는 수용률은 100%라고 금융인과 일반인들은 받아들이지 않을까. 압도적 다수는 그렇게 생각하기까지 누구의 뜻이라는 간접적 증언은 있을지언정 물증을 남기지 않는 안전장치 하나로 버티고 눙치고 넘어 갔던 ‘당국’ 핵심관계자들의 비법은 이제 더욱 진화한 셈이다.

◇ 가야할 길로 합류하고 또 합일하다 보면

거대한 강을 거슬러 가다 보면 가장 먼 발원지가 영험한 깊은 산 큰 샘일 때도 있고 단아한 연못일 때도 있다. 한 줄기 또 한 줄기 모여서 도랑을 이루고 지천을 거쳐 거대한 강이되어 가는데 모든 물방울이 드넓은 바다에 이르지는 못한다는 사실은 주목받기 어렵다.

작은 도랑 단계에서 길을 잘못 들면 바위 틈에 끼었다가 썩어가는 비운을 겪기도 하는 것처럼. 그래도 가야할 길따라 가는 게 물의 속성이고 그 속성이 뜻하는 진리를 배우자는 선현들의 가르침도 많았다.

가본 사람들이 정말 많지만 그렇게 모인 물방울이 이룬 합일이 장엄한 두물머리 큰 물을 이루었다가 황해바다로 급속히 전환하는 흐름을 인간세계에는 아무 계기 없이 대가 없이 기대할 수 없다는 게 결정적 차이일 것이다. 가야 마땅한 길, 아직 나는 괜찮다고 물러서 머뭇거리고 있는 그 곳이 작은 도랑 한 켠 큰 물길에서 벗어난 작은 웅덩이인지 아닌지 한 낱 물방울로서는 알 길이 없을 수 있다.

지식인도 노조도 언론도 명명백백한 잘못에 대해 제한적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그친 것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 그래야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당장 눈 앞의 낙하산조차 물러나게 할 힘으로 뭉치지 못하면서 결정권의 구조적 힘에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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