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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합병 성공모델 찾기 ① 서언] 합병만이 살길? 모범표본은 아직…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4-08-10 21:16 최종수정 : 2014-09-15 16:56

외환위기 후 숱한 합병 국제경쟁력 제자리
한때 영광 국민+주택, CEO 잘못 만나 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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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합병 성공모델 찾기 ① 서언] 합병만이 살길? 모범표본은 아직…
“해외진출 또한 신규 진출해서 혼자 힘으로 시장 개척을 하다간 하 세월이기 일쑤일 겁니다. 그럴 만한 시장도 별로 보이지 않구요. 그러니 해외 사업 확대이건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 차별화를 꾀하건 결국은 M&A(인수·합병)를 해서 단기 급성장 하는 편이 매력적인 대안일 수 밖에요.” (시중은행 임원 출신 은퇴자 A씨)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조기통합에 나선 것은 선택 옵션이 아니라 필수 옵션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농협금융지주가 등장하면서 많은 분야에서 엇비슷한 은행들이 늘어서는 양상인데 고만고만한 상품과 서비스로 경쟁하는 시장이라면 점포와 고객 기반, 그리고 비용효율성이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절대적 요인으로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죠.” (민간 전문가 B씨)

대한민국 금융사에서 M&A가 어떤 역할을 했을까?

7월 초 하나금융지주 김정태닫기김정태기사 모아보기 회장이 긴급하게 마련한 기자간담회 이후 급격히 추진되고 있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통합 시도가 ‘노사합의’ 전제에 막혀 겉돌고 있는 것을 계기로 진정한 통합과 성공적 통합을 둘러싼 물음과 성찰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금융인들의 일반적 인식 속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어쩔 뻔 했겠냐?”는 반문으로 표출되곤 하는 M&A 소사에 대한 평가는 과연 온당한 것일까. 기본적 믿음이자 확고한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은 이같은 맹신에 대해 확인해 보기로 했다.

◇ 수 차례 위기극복 대형화 덕분이라는데

감독당국 고위직 출신 은퇴자 C씨는 최근 한국금융신문과의 통화에서 “그나마 외환위기를 추스르고 카드대란에서 글로벌 복합위기 등 숱한 고비에도 큰 어려움 없이 지나올 수 있었던 것은 은행권이나마 합병을 통해 은행 숫자를 크게 줄인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통합은행 출범 후 10여 년 째 근무 중이라는 한 대형은행 D팀장은 “사업모델이 유사하다는 비판적 시각이 컸던 게 사실이지만 보란 듯이 은행산업 ‘리딩 컴퍼니’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보다 M&A였다고 믿고 있다”고 자신했다.

일단 은행권 만큼 대대적 구조조정이 진행된 분야가 대한민국 안에는 없다는 지적은 온당해 보인다. 30개를 웃돌던 은행 숫자는 17개로 줄었고 추가로 줄어들 곳이 또 있다.

1997년 말 11만 3994명에 이르던 은행 임직원 숫자는 지난해 말 8만 8712명으로 줄어드는 사이 은행 총자산은 606조 5529억원에서 1276조 8764억원으로 불어났다. 1인당 총자산은 약 53억원에서 146억원으로 불어난 것이다. IT기술 발전보다 위기가 닥치면 점포와 인력을 줄이는 단순한 구조조정에 치우쳤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같은 시장을 놓고 다투는 경쟁자가 줄어드는 대형화가 진척된 것이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됐다는 시각 그 자체로는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대형화 덕분에 경쟁력의 환골탈태 내지는 근본적 괄목상대가 이뤄진 사례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또 다른 심층분석 필요성을 제기하기에 충분하다.

◇ 상업+한일에서 신한+조흥까지 변화 정도는

외환위기 초반 5개 은행 퇴출에 따른 인수 사례를 뺀 진정한 대형 M&A는 1999년 1월 4일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통합이 신호탄이었다. 한빛은행으로 새 출발 해서 평화은행을 흡수한 뒤 우리금융지주 출범과 함께 우리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2001년 11월엔 옛 국민은행과 옛 주택은행이 통합한 국민은행이 출범했고 2002년 11월엔 하나은행이 서울은행을, 2006년 4월엔 옛 신한은행이 조흥은행과 통합한 채 새 출발하는 과정을 거쳤다. 외환위기 전 모든 지표에서 1등 은행은 농협이었다고 임종룡닫기임종룡기사 모아보기 농협금융 회장이 지적한 것처럼 이들 대형 합병이 현재의 경쟁 판도를 형성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좀 더 냉정히 돌아보면 우리 대형은행들의 성장은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벗지 못한다. 합병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랭킹에서는 여전히 100대 은행 숫자가 크게 늘어나지 않았고 객관적 순위 또한 등락을 반복하는 수준에 그쳤다.

한국금융신문이 합병 직전과 합병 후 주요 지표에서 전체 은행권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는 시장점유율을 보면 ‘1+1’이 그냥 2 아니면 2보다 조금 올라 가는 정도에서 대부분 그치고 있다. 오직 국민은행 만이 2005~2007년 황금기를 구가했을 뿐이다.

국민은행은 통합 출범 4년 뒤 즉, 2005년 시중은행 경쟁구도가 국민, 우리, 하나, 신한 등의 4강 구도로 정립됐을 때 총자산 197조 840억원으로 4조 7685억원의 충당금적립전 이익을 내는 전성기 개막을 알렸다. 2001년 말 은행권에서 차지하는 총자산 점유율 22.78%가 22.92%로 소폭 올랐을 뿐이지만 충전이익 비중은 31.28%로 막강한 경쟁력을 뽐냈다.

신한은행 역시 조흥은행과 통합 출범한 뒤 2005년 대비 지난해 지표를 보면 총자산 점유율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예수금 점유율은 약 17%에서 19.30%로 충전이익은 17.62%에서 20.66%로 성장했다.

◇ 우리은행은 절반 하나+서울은 합병효과 무미

상황이 조금 다른 곳이 바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다. 우리은행은 부실을 떨어 내느라 총자산과 예수금 기준 점유율이 낮아졌던 2000년과 2001년에 비해 2005년 이후 과거 명성에 걸맞은 총자산 19%대 안팎으로 외형성장엔 성공했지만 충전이익 면에선 들쑥날쑥 하는 모습을 보이며 통합 효과를 봤다고 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M&A가 크나큰 성과를 가져온다는 믿음을 가장 희석시킨 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외환위기 직후 충청은행과 보람은행을 흡수한 데 이어 2002년엔 서울은행을 인수합병 했다.

1997년 당시 하나, 충청, 보람은행 총자산과 예수금을 합한 시장점유율은 7%대 후반이었고 2001년엔 9%대 초반으로 성장했다. 충전이익 기준으로도 7% 갓 넘던 것을 7%대 후반으로 늘렸다.

이때 까지만 해도 합병효과가 쏠쏠했던 셈이다. 그런데 서울은행과 통합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통합 직전해인 2002년 말 하나+서울 총자산과 예수금 점유율은 13% 안팎이었고 2008년과 지난해 말 역시 비슷하다. 충전이익 비중 역시 비슷하다.

이를 놓고 합병 없이 성장해 온 한 대형은행 간부 E씨는 “서울은행 강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통합이었다면 금융시장 안에서 위상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던 이유가 설명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대한민국 안에서 뿐 아니라 국내은행들의 M&A는 갈 길이 멀다. 성공합병 경쟁력을 키우고 비효율 저효율은 제거하는 통합 모델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는 국내 은행권에겐 아직도 숙제로 남아 있는 셈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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