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R규제폐지, 수탁운용 분리된 자산운용업 현실반영
금융위가 전격적으로 운용사 NCR규제폐지를 발표하며, 자산운용사가 규제완화의 순풍을 탔다. 금융위원회 신제윤 위원장은 지난 9일 간담회에서 “자산운용사의 NCR비율을 없애고, 최소자본금유지 가이드라인만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운용사는 수탁과 운용이 분리돼 NCR규제가 불합리하다는 게 그 근거다.
현행 자산운용사의 구조는 모든 자산을 수탁회사에 맡기고, 운용만을 담당하는 등 수탁과 운용이 명확히 분리됐다. 이같은 시스템아래 구조적으로 건전성이 뒤받쳐줌에도 불구하고 건전성지표인 NCR규제와 겹쳐 NCR비율을 맞추기 위해 쓸데없는 자본금을 많이 가져가야 하는 등 현실과 규제 사이의 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시행을 앞둔 신NCR방안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신탁사 등 2종 금융투자사업자의 NCR비율은 권고 150%, 요구 120%, 명령 100%이다. 이를 없애고 최소자기자본규제로 대체한다는 게 신 위원장의 구상이다. 현행 집합투자업자 라이센스단위 및 자기자본 요건은 종합 80억원, 증권 40억원, 부동산 20억원, 특별자산 20억원이다. 적기시정조치기준을 NCR이 아니라 자기자본 대비 인가최소자기자본비중으로 변경해도 수탁, 고유자산분리로 고객자산의 건전성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자산운용사가 자산운용능력에 따라 연기금 등의 물건을 따와야 하는데, 운용사의 본연능력과 거리가 먼 NCR을 보고 계약을 따온다”라며 “NCR폐지 등 체감도 높은 규제개혁을 통해 자산운용업의 파이를 키우겠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이어 “독자산업으로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운용 - 진입 - 영업 - NCR 규제 등 덩어리 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라며 “자산운용산업이 제대로 발전하고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할 것”이고 덧붙였다.
◇ 해외법인설립 등 적극적 해외진출, 자기자본 활용따른 M&A 활성화 기대
금융당국은 이번 NCR폐지조치로 내심 운용사의 적극적 해외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자기자본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해외법인설립이 활발해지고, M&A, PEF 등 업무영역이 더 다양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물보따리를 받은 자산운용업계는 이번 대책에 대해 무덤덤한 반응이다. 무엇보다 자기자본규모가 크지 않아 물꼬를 터줘도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아서다.
실제 대형운용사들도 자기자본이 약 1조원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제외하면 대부분 2000억원 미만이다. 2위인 삼성자산운용이 2076억원으로 그 격차가 5배 넘게 뒤진다. 압도적으로 덩치가 큰 미래에셋자산운용 외에 NCR규제폐지에 따른 수혜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경쟁운용사 관계자는 “대부분 운용사들은 자본금 규모가 낮아 자기자본투자가 한번이라도 실수하면 한순간에 회사가 망할 수 있다”라며 “웬만한 규모가 아니면 리스크가 거의 없는 운용을 통해 안정적으로 돈을 버는 것이 낫지 자본금을 집어넣는 프로젝트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자산운용사의 본연의 업무는 운용”이라며 “운용트렉레코드가 미흡한 상황에서 리스크자산투자에 따른 자본금운용으로 더 큰 수익을 내면 고객으로부터 본래의 업무에 소홀하고 있다는 오해를 살 수가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자기자본이 많지 않은 운용사들은 무덤덤한 반응이다. 단 출발부터 비정상적 NCR규제가 운용업계의 현실에 맞게 정상화됐다는 점은 반기고 있다.
운용사 관계자는 “원래 NCR은 재정건전성강화를 위해 도입된 지표인데, 운용사는 수탁, 고유재산을 분리하고 있어 운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라며 “불합리한 규제를 되돌렸을 뿐 운용업성장, 수익률제고, 신상품개발촉진 등과 관계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운용사의 NCR폐지를 공식화함에 따라 시행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달중 자산운용사 NCR비율폐지방안을 포함, 금융발전심의회 등에서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친 뒤 ‘금융규제 개혁 종합대책’에 반영, 시행할 예정이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