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J트러스트는 최근 SC저축은행·캐피탈 인수에 대한 사전 협의를 완료했다. 통상적으로 대주주 변경 승인 등 공식 승인절차를 앞두고 당국과 사전협의를 진행하는데 이에 대해 협의를 끝냈다는 얘기다.
J트러스트가 SC저축은행·캐피탈 인수에 있어 당국과 합의를 이뤄낸 것과 별개로 SC그룹은 자체적인 매각논의 역시 진행했다. 최근 SC저축은행·캐피탈은 이사회를 갖고 매각 가격 등 내부적인 사항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SC저축은행·캐피탈 매각 행보가 조금씩 수면에 드러나고 있지만, 본격적인 매각 협상은 시간이 오래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매각과 관련된 각 주체간의 입장들이 서로 달라서다. J트러스트의 경우 국내 계열사의 시장 연착률, SC저축은행은 신속한 매각, SC저축은행 노조는 매각 반대의 외치고 있어서다.
◇ 5일 SC저축은행·캐피탈 이사회 개최…“매각가 등 논의 이뤄진 듯”
SC저축은행·캐피탈은 지난 5일 자체적인 이사회를 개최했다. 업계에서는 이날 이사회에 J트러스트와의 매각 협상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 논의가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희망 매각 가격 등 J트러스트와의 매각 협상에 있어 SC저축은행 측의 입장을 정리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SC저축은행·캐피탈이 지난 5일 이사회를 열었다”며 “J트러스트와 현재 매각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SC저축은행의 희망 매각가, 내부직원 고용 요구 등 희망 내용을 합의하는 과정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J트러스트가 금융당국과 SC저축은행·캐피탈에 대해 금융당국과 사전협의를 마친 가운데 5일 이사회는 내부적인 입장을 정리한 자리”라며 “이사회에서 결정된 내용을 토대로 향후 J트러스트와 본격적인 매각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SC그룹 측이 SC저축은행·캐피탈에 대한 매각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이유로는 최근에 틀어진 ‘링스 아비트리지 리미티트(이하 링스)’와의 매각 협상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링스는 작년 12월 금융당국으로부터 SC저축은행·캐피탈의 매각 우선협상자 지위를 획득했다. 당시 J트러스트, BBQ 등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던 여타 희망자들보다 3배 가량 높은 가격을 제출한 링스는 우선협상자 지위를 획득, SC그룹 측과 관련 매각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지난 4월에 링스는 자금조달 등의 이유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저축은행 대주주적격성에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현재 우선협상자 지위가 2순위였던 J트러스트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우선협상자였던 링스와의 협상이 틀어진 전력으로 인해 J트러스트와의 신속한 협상 종료를 원하고 있는 것. 업계 관계자는 “SC저축은행 측은 현재 신속한 매각을 희망하고 있다”며 “작년 12월에 홍콩계 투자사인 ‘링스 아비트리지 리미티트(이하 링스)’와 매각에 대한 논의를 했지만, 무산된바 있어 J트러스트와 빠른 속도로 매각 협상을 마무리 짓고 싶어 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J트러스트가 약 6개월전에 SC저축은행·캐피탈 인수에 참여했을 당시 자산 실사 등의 세부적인 내용이 논의되지 않았다”며 “SC그룹은 정리된 내부입장을 토대로 신속한 매각 종료를 위해 J트러스트와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 SC저축은행·캐피탈 매각을 완료하고 싶어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SC저축은행 노조, “J트러스트-SC그룹간 밀실 매각 반대”
SC저축은행·캐피탈 매각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SC저축은행 노조(이하 노조)가 사측의 매각 추진에 대해서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지난 5일 ‘SC저축은행 매각’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관련 성명을 통해 ‘일본계 대부업체인 J트러스트와 밀실 매각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SC저축은행의 직원들은 저축은행업계의 전반적인 부실과 어려운 경영 상황에서도 수많은 고통을 감내하며 묵묵히 회사를 지켜왔다”며 “그간 SC그룹이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우량한 저축은행을 매각한다는 방침을 정한 작년 8월 이후부터 영업도 타격을 입고, 직원들과 가족들의 생계도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J트러스트는 과거 일본에서 대부업을 주력으로 고금리, 강력한 채권추심, 공격적인 M&A로 사업을 키웠고 이 과정에서 일본 금융당국과의 마찰도 많았다”며 “지난 2012년 미래저축은행을 인수한 후에도 서민금융기관 본연의 역할보다는 대량의 채권매입과 강력한 채권추심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모습을 보였고, 특히 당국의 방침과 달리 대부업체를 추가로 인수하는 등 일본에서와 같이 부도덕한 경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뿐 아니라 SC저축은행 측이 이번 매각 외에도 그간 회사의 앞일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직원들과의 소통을 무시해왔다고 지적했다. 작년 12월 노동조합을 설립한 SC저축은행지회는 사측과 단체교섭을 벌였으나, 노동조합을 협상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탄압만을 일삼아 왔다는 애기다.
이진호 SC저축은행지회장은 “SC저축은행은 지난 4월 선출된 지회장을 부당정직 징계처분 강행, 조합원들에게 ‘파업대비비상계획서’ 제출 강요 등 악행을 일삼았다”며 “이뿐 아니라 임금협상엣도 노조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측 제시안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일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이어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회사의 경영위원들 조차도 ‘SC는 깡패이니 무조건 회사의 지시를 따르라’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얘기할 정도”라며 “설상가상으로 SC그룹은 일본계 대부업체인 J트러스트로의 밀실매각으로 SC저축은행 직원들과 그 가족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J트러스트, “SC저축은행·캐피탈 인수보다 한국 계열사 연착륙에 집중”
이와 관련, J트러스트는 인수를 추진하지만 한국 계열사의 국내 금융시장 연착륙에 우선적으로 경영전략의 초점을 맞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과 SC저축은행·캐피탈 인수에 대한 사전합의를 마친 가운데 친애저축은행을 비롯한 KJI·하이캐피탈·네오라인크레딧 대부의 연착륙에 집중한다는 얘기다.
이는 KJI대부 등 대부업체 인수에 따른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준수를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지난 2월 J트러스트는 KJI대부를 인수하면서 ‘저축은행 인수 후 대부업 자산을 축소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지침에 위반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관련기사 2014년 2월 24일자 ‘금융당국-J트러스트 갈등 깊어지나’>
일각에서는 작년 12월에 SC저축은행·캐피탈 우선협상자 탈락도 금융당국이 이 같은 지침 위반의 ‘괘심죄’의 일종이라는 해석도 제기한바 있다. 최근 J트러스트가 발표한 계열 대부업체의 NPL 사업 전환 역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준수 차원의 일종이라는 것. J트러스트 측은 “SC저축은행·캐피탈 인수는 향후 J트러스트의 한국 시장 전략에 있어 규모 확장 차원에서 부합하는 행보”라며 “최근 KJI대부 인수에 있어 금융당국과 의견 마찰이 있었던 만큼, 이에 대한 대책으로 계열 대부업체의 NPL사 전환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J트러스트가 현재 SC저축은행·캐피탈 인수 우선협상자 지위를 사실상 획득했다”며 “그러나 이 보다는 대부업 자산 40% 축소 등의 행보를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SC저축은행 개요 〉
(기준 : 2014년 3월말, 단위 : 억원)
(자료 : SC저축은행)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