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험연구원에서 ‘보험사 수익구조 현황과 개선방안’이란 주제로 비공개 세미나가 열렸다. 보험사들의 수익구조가 비정상적이라는 지적은 예전부터 많았지만 업계 공동으로 수익구조 개선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것은 일반적인 일은 아니다. 저금리 저성장의 여파로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의식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개선의 시초를 마련하려는 행보로 유추된다.
◇ 생보…비차익 중심구조 개선 필요해
보험사는 예측한 위험보험료와 실제 지급된 보험금과의 차이인 사차익(위험률차익), 예정사업비와 실제사업비의 차이인 비차익(사업비차익), 보험료를 운용해 얻은 투자수익과 예정이자의 차이인 이차익(이자율차익)이 주요 이익원천이다. 일명 ‘3이원’이라 불리는 위험률, 사업비, 금리는 보험료 책정의 주요소이기도 하다.
이론적으로 보험사 경영은 사차익을 기반으로 가는 것이 정상이다. 보장성보험에서 위험관리를 통해 얻은 이익을 기반으로 보험료를 운용한 수익과 사업비를 절감해 남은 잔액이 더해져 이상적인 수익구조가 되는 셈이다. 흔히 보험업계 신년사와 사업계획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문구가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 보장성보험 강화’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생보사들은 비차익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일례로 지난 회계연도(2013년 4~12월) 동양생명의 세전순이익은 1102억원, 이 가운데 비차익이 550억원으로 절반에 달했다. 사업비 중에서도 신계약비는 -581억원을 기록했지만 유지비에서 1131억원의 이익이 났다. 지난 5년간 유지비차 마진율은 48~55%까지 50%를 넘나들고 있다.
이는 동양생명 뿐만 아니라 대부분 생보사들이 비슷한 추이다. 특히 사차마진율이 마이너스인 몇몇 생보사들은 비차익 의존도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3이원에서 비차익은 많이 남길수록 문제가 되는 부분으로 보험료 과다책정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다. 2009년 이후부터 사업비 공개를 안 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 비롯됐다.
생보사 관계자는 “3이원 중에서 사업비는 가장 컨트롤하기 쉬운 부분이라 차익내기가 다른 이원보다는 수월한 편”이라면서도 “과다한 사업비 절감은 장래 영업력을 소진시킬 수 있어 마냥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차익과 비차익은 보험료에 직결되는 요소인 반면에 이차익은 맘 편하게 수익 낼 수 있는 분야지만 지금은 역마진 안 나면 다행인 상황”이라며 “저성장으로 영업환경도 어려워져 보장성보험 강화를 통한 사차익 확대는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손보…투자영업익 의존은 성장성 훼손
손보사는 보험영업의 손실을 투자영업이익에서 메우는 구조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장기보험이 주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 현상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받은 보험료에서 보험금과 사업비로 나간 금액의 비율(합산비율)이 100% 미만이면 보험영업이익이 나지만 현재 대부분 손보사들은 100%를 넘어서고 있다.
일례로 현대해상은 지난 1분기(1~3월) 보험영업에서 -893억원의 손실을 냈지만 1765억원의 투자영업이익을 기록해 54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대부분은 장기보험료를 운용해 얻은 수익이다. 자동차보험과 일반보험은 기간이 1~3년에 불과해 보험료를 단기적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어 투자수익 확보가 어려운 종목이다. 온라인 손보사들이 지난해 대거 적자를 낸 이유도 자동차보험의 손실을 메워줄 투자영업이익을 확보하지 못해서다.
반면에 장기보험은 오랜 기간 보험료가 지속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운용자산 불리기가 쉽고 큰 투자처에 장기 운용할 수 있다. 더케이손보가 괜히 종합손보사를 천명하면서 장기보험으로 매출 및 자산 불리기에 나선 게 아니다.
하지만 투자영업이익에 의존하는 수익구조가 정상적이지는 않다. 장기보험이 주류가 되면서 정작 손해보험 고유분야인 일반보험이 위축돼 장래 성장성이 어두워졌다. 자체적인 요율산정과 언더라이팅(인수심사) 능력이 정체돼 스스로의 경쟁력을 갉아먹은 셈이다.
특히 시장성이 가장 좋은 배상책임보험에서는 장래성을 전혀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배상책임보험 시장규모는 0.04%로 일본(0.1%), 영국(0.23%). 미국(0.34%)보다 현저히 낮다.
손보사 관계자는 “배상책임보험은 신성장 동력으로써 메리트가 좋은 분야지만 국내에선 아직 자체요율 산정도 잘 못해 재보험사에게 받아오기 일쑤”라며 “생보업계와 부딪히는 장기보험과 달리 일반보험은 손보 고유의 영역인데다 언더라이팅 역량강화를 통해 보험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영업에만 한정된 장기보험은 포화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며 “해외진출 확대를 위해서라도 일반보험 활성화를 통해 위험률차익 중심으로 방향선회를 빨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