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5월 들어 주요국 통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나타냈다. 눈에 띄는 점은 절상 폭은 원화가 가장 크다는 것이다. 엔화, 유로화는 각각 0.6%와 0.4% 절상됐다. 신흥국인 인도네시아, 인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 등 통화가 0.1~0.6% 절상됐으며, 최근 갑작스럽게 약세를 보였던 중국 위안화도 5월 들어 0.5% 강세를 보였다.
대부분의 통화가 달러 대비 절상된 원인이 미국금리의 하향안정화다. 양적 완화축소가 시작된 2014년 들어 미국 금리는 다시 내림세를 보이면서 2.59%까지 하락했으며, 최근 2%대에서 맴돌고 있다. 오는 2015년 중 금리인상이 단행될 정도로 미국 경제가 강하게 회복하는 것은 아니라는 기대가 확산됨에 따라 달러화는 대부분의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화는 이같은 매크로요인에다 펀더멘털요인이 겹쳤다. 대표적인 것이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다. 지난 3월까지 경상수지 흑자는 151.3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작년 1분기에 기록했던 경상수지 흑자인 104.6억 달러에 비해 45%나 늘어난 금액이다. 이런 속도라면 지난해 경상수지의 기록적인 흑자 규모인 연간 798.8억 달러를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
1020원까지 도달한 시점에서 신흥국 불안이 외환위기 우려로 확산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원화는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의 영향으로 추가강세압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일시적으로 1000원을 하회할 공산이 크다. 단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최근 달러화 약세가 미국연준의 기준금리인상시기의 지연가능성이 반영됐고 △통화 강세를 감당할 만한 경기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환율이 1000원 이하 수준에서 계속 머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연구원은 “원화는 글로벌 달러 약세, 경상수지 흑자, 신흥국 불안 진정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추가 강세 여지가 충분하며, 단기적으로는 1000원을 하회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라며 “다만, 미국 달러화 약세와 미국 금리 인상 지연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주는 영향은 상당히 반영돼 있으며, 수출 성장없는 달러 공급 우위는 원화 강세를 지속하기에 우호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판단에서 1000원 이하의 환율이 오래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