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럼에도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순간 고객 스스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끌어올리는 만족감을 낳을 수 있도록 한 농협은행과 국민은행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가벼이 보기 어렵다.
◇ 한도 1천억원 더 내놨지만 조기마감 류현진 예금
농협은행이 지난 1월 20일 내놨던 ‘2014 NH 류현진 정기예금·적금’ 가운데 예금 상품은 창구에서 빗발치는 호응 때문에 당초 2000억원 한도보다 1000억원 더 늘려 팔았는데도 지난 6일 마감됐다. 이 예적금의 핵심은 류현진 선수의 메이저 리그 성적에 따라 금리를 추가로 얹어 준다는 것.
메이저리그 초특급 투수들이나 이루는 18승 이상이면 0.4%포인트를 13승 이상이면 0.3%포인트를 10승이상엔 0.2%포인트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예금 기본금리가 2.6%였고 적금 기본금리가 2.8%였기 때문에 금리경쟁력이 크게 높다고 보기엔 미흡한 수준이다. 물론 농협은행 거래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주는 추가 금리까지 생각하면 각각 3.05%와 3.4%까지 꾀할 수 있지만 안정성 높은 중수익 펀드 수익률엔 비길 바가 못 된다.
그런데도 한도 증액해서 팔아야 했고 조기마감 됐다. 이제 남은 것은 누리게 되는 이자수준은 예금보다 높지만 지루하게 돈을 쌓아야 하는 적금 상품 뿐이다.
◇ 그룹 후원 빙상여제 3인방 응원열기 연결도 성공
국민은행이 동계올림픽 빙상 여제들을 응원하면 정말 상징적 수준의 우대이율을 주겠다고 내놨던 예금이 영업일 기준 엿새만에 사실상 동이 났던 사례는 류현진 예금보다 더욱 극적이다.
12일 국민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4일 출시했던 ‘KB트리플빙상여제 정기예금’이 6영업일 만인 11일 영업마감 때 잔여 한도가 24억만 남았고 그나마 12일 영업개시와 함께 모두 소진됐다. 비록 이 예금 판매한도가 3000억원으로 국내 개인고객부문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이 내놓은 것으론 그리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대이율 0.1%포인트를 내건 것 치고는 열광적 반응을 이끈 셈이다.
이 예금은 최근 폐막한 동계올림픽 때 대한민국 국위 선양에 성공한 피겨 퀸 김연아를 비롯해 빙속여제 이상화와 차세대 쇼트트랙 여왕 심석희 선수 등에게 축하메시지 전해 달라고 적어낸 모든 고객에게 우대이율을 제공했다. 때마침 이들 빙상 여제들은 국민은행을 주력자회사로 둔 KB금융그룹이 후원했던 선수들이어서 시너지가 더욱 높았다.
국민은행은 이번 성공적 판매를 두고 “기존 스포츠 금융 상품들과 달리 경기 성적과 연계하지 않고, 고객들과 선수들의 마음을 이어 주는 고객중심 금융상품으로 탄생했던 덕분”이라고 풀이했다. 당연히 이 상품 출시와 더불어 진행했던 ‘KB트리플빙상여제 선수에게 팬레터 보내기’이벤트에도 고객들 반응이 뜨거웠다고 은행 관계자는 전했다.
◇ 스토리 또는 고객 감성만족 최적화 신천지
올림픽 열기와 함께 분출됐던 자긍심을 은행 예금 가입에 연결시켰던 것처럼 또 다른 가치 구현 상품 출시를 국민은행이 약속했다면 농협은행은 류현진 선수를 활용한 마케팅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농협은행은 지난 11월부터 오는 4월 30일까지 류현진 선수를 현장에서 직접 응원할 기회를 주는 이벤트로 이어 가고 있다. 류현진 적금 뿐 아니라 농협은행이 취급하는 정기예금, 적금, 펀드, 신탁, 주택청약, 방카슈랑스, 환전·외화송금 등 8개 상품에 일정 규모 이상 들면 경품 추첨 대상으로 올려 1등 3명에게 미국 LA원장 응원 상품권을 주는 등 푸짐한 경품을 내걸었다.
이같은 두 은행의 행보와 관련 민간 연구기관 한 전문가는 “가격에 집착하지 않고 소비자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에 부합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소비경향은 전혀 낯선 게 아니”라며 “저금리 시대 경쟁력을 보강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모색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