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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22] 믿음 잃은 병자, 만신창이 금융업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4-03-02 21:15 최종수정 : 2014-03-05 21:53

생명근간 신뢰상실 심각…“고객에게 돌아 가자”
세 번 위기 겪고도 약골신세, 체질 완전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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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22] 믿음 잃은 병자, 만신창이 금융업
만나는 사람마다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일시지간 어려움에 빠진 기업체 이야기가 아니다. 신용을 바탕으로 불특정 다수가 맡긴 돈을 필요한 사람이나 기업 등에 중개해 주는 금융, 그것도 금융업 전체를 걸고서 대한민국 사회가 요청하는 것이 바로 ‘신뢰’라는 두 음절의 낱말이라니. 금융권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보니 전반적으로 활력이 떨어졌다.

갑오년이 밝은 지 오래건만 금융업계 전반에 걸쳐 소비자 입맛을 바짝 달구는 신상품이나 귀를 솔깃하게 잡아끄는 혁신적인 서비스가 선보이는 일이 드물어졌다.

동계올림픽에서 승전보를 알린 선수를 후원하고서도 드러내 놓고 공격적으로 홍보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입이 열 개 있어도 할 말이 없는 신세로 전락할 때까지 금융인들의 책임이 적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전직 임원 출신 한 은퇴자는 지적했다.

감독기구 출신 한 금융인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대내외 경제여건이 우호적인 상태로 돌아 서느냐 마느냐가 중대사였다면 지금은 어떻게 생존경쟁력을 확보할 것인가가 절대 과제로 다가 와 있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경기가 호전되면 부실이 줄어들고 이자마진이 늘어나며 금융자산에 투자하러 점포를 찾는 발길이 늘어날 것이니까 내내 경기 호전을 기다리다가 금융업 본연의 경쟁력을 되돌아 봐야 하는 처지다.

◇ 자산 3000조원 굴려 이익률은 0.6% 밑돌아

이제는 비단 동시다발 사고로 번져 나갔던 고객 정보절취 여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 있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금융권이 어떤 실천으로 답할 것이냐가 생존경쟁력 회복의 첫걸음이 될 전망이다. 금융업 어깨 위로 떨어지는 호된 ‘죽비’ 중에는 “정보 절취 사태가 없었더라도 위기였다”는 질책마저 섞여 든다.

은행권을 비롯해 생·손보업계와 여신전문금융업계 자산총계와 증권업계 부채 및 자본총계를 합한 주요 금융업계 외형은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2990조 1702억원에 이른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그러니까, 1997년 외환위기 암흑 계곡의 끝을 향해 달리던 2000년 자산규모가 978조 440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덩치는 무려 2.05배 성장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허우대만 멀쩡할 뿐 약골 체질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이젠 아예 만만치 않은 지병까지 얻은 신세라고 진단해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어 보인다. 관련 업계 수익성을 알아 보면 덩치만 커졌을 뿐 경영효율성은 극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위기만 오면 처참한 실적 천수답 상태

외환위기 탈출 선언이 이어지던 2001년과 2002년 적자 터널에서 벗어났던 금융업계는 카드대란에 직면하자 한 차례 더 링에서 쓰러지고 만다. 법인세차감전 이익규모를 기준으로 2003년 5조 3685억원으로 떨어졌다. 이듬해 14조 4083억원을 내고 2005년과 2006년 23조원대를 거둔 뒤 역사적 최대 순익인 31조원대에 올라선 2007년엔 드디어 금융산업이 주력산업에 올라서나 싶었다. 하지만 우리 경제 펀더멘틀은 괜찮은데 선진국에 찾아온 위기로 인해 겪어야 했던 간접적 악영향은 다시 고랑을 판다.

2008년과 2009년 법인세차감전 수익은 16조 5469억원과 17조 756억원으로 쪼그라 들었던 것이다. 위기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2010년 다시 한 번 힘을 내 22조원으로 올라서고 2011년 28조원에 근접하는 기염을 토해봤지만 2012년 20조원 턱 밑에서 멈춰 섰고 지난해는 15조원조차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익 규모만 놓고 보면 다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아니면 2004년 카드대란 잔존 후유증에 시달리던 때로 돌아간 모습이다. 게다가 이들 업계 자산이 끝없이 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생산성 또는 수익창출력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물론 카드대란 때보다 더 나쁘다고 봐야 한다.

◇ 2011년 그 많다던 이익규모도 착시 불과

외형은 2배 커지는 동안 자산이나 자본을 활용한 이익률은 지난해엔 0.6%를 밑돈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금융사상 최대 순익을 낸 2007년은 1962조 3450억원의 외형으로 31조 6322억원의 법인세차감전이익을 냈다. 무려 1.61%라는 꿈의 이익률을 거둔 것. 그런 셈법을 들이댔을 때 2007년 다음으로 많이 낸 2011년은 어떨까? 2649조 1431억원이나 되는 외형으로 27조 7839억원 내는데 그쳤다. 이익률은 1.05%에 불과하다. 비슷한 이익률은 카드대란 이듬해라서 실적이 좋지 않았떤 2004년에도 낸 적이 있다.

정부 정책 덕분에 시대 흐름이 금융자산으로 돈이 흘러 들게 될 수밖에 없었던 덕에 손쉽게 자산을 늘릴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이익창출력을 보면 자산운용 규모가 갑절로 뛰는 동안 운용하는 솜씨는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는 비판을 면하기엔 크게 역부족인 상황이다. 비록 시장 점유율이 높은 일부 카드사 고객정보 절취 피해 사태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이긴 했지만 단지 역사적으로 다시 경험하기 어려운 일회성 쇼크 때문에 신뢰가 깨어진 것이 아니라는 지적의 소리가 높다.

2금융권 금융사 한 고위관계자는 한국금융신문과 통화에서 “카드사와 외국계 은행 고객정보 절취 사태에 앞서 동양그룹 사태도 있었고 불완전판매 이슈에 시달린 업계도 있었기에 묶어서 신뢰실추 원인으로 지목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경영실적 변동성이 크다면 더욱 근본적이고 치명적인 신뢰 위기에 직면할까 두렵다”고 말했다.

◇ 고의적 금융사고 말고 반복 누적 되는 악재 막아야

그는 “고객 정보를 팔아 돈 벌겠다고 의도적으로 달려드는 외주업체 직원 또는 내부 비정규직 직원을 근절시키는 건 불가능한 일인 반면에 반복적이고 누적적으로 커지는 금융사고나 고객불만족 내지는 피해사례를 못 막으면 그것이 진짜 아프고 괴로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에게 제대로 설명해주고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지 않는 등의 부주의나 업무소홀로 발생하는 불완전판매는 직원 교육과 훈편으로 개선할 수 있지만 더 근본적 신뢰 위기 가능성은 수익창출력이라고 지목하는 시각도 드물지만 뜻 깊게 다가온다.

한 국책은행 임원 출신 은퇴자는 “지금이야 국내 금융회사끼리의 경쟁이니까 넘어갈 수 있다지만 금융사가 수익을 제대로 못 낸다는 인식이 자꾸 쌓인 뒤에도 그런 금융사에 돈을 맡기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통제 불가능한 일회적 사고보다 경영효율성과 이익창출력에 대한 신뢰에 의문이 간다면 생명연장 가능성이 사라지는 곳이 금융서비스업이라는 것은 따로 특별히 배우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국내 금융업계는 과연 이같은 우려로부터 안전한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직시한 가운데 살아 남기 위해서 처절하면서 장구한 몸부림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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