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오프라인 가맹점 확장 여부가 성패 좌우](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31103184037127661fnimage_01.jpg&nmt=18)
인프라 기반 구축 미루고 발급 이벤트만 치중
카드결제 본격화되는 티핑포인트 예측 불투명
요즘 신용카드 업계에서는 모바일카드가 그야말로 핫이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관련 소식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 덕분인지 최근 모바일카드 가입자 수가 증가세다. 특히 지난 9월 6개 카드사가 공동으로 어플리케이션 기반인 일명 ‘앱 방식 카드’를 출시한 후 각사는 가입자 수가 몇 십만 명을 돌파했는지 알리기 바쁘다. 데자뷰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과거 신용카드 점유율 경쟁으로 발급장수를 대대적으로 자랑하던 때가 떠오른다.
상황이 이쯤 되고 보니 과도한 마케팅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또 다른 MS경쟁이 시작됐다는 앞선 분석도 제기된다. 카드사들은 모바일카드 시장 활성화를 위한 초기 투자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모바일카드 가맹점이 현저히 부족하고 금융사기 등 보안문제가 우려되고 있는 만큼, 업계가 시장점유율 확대에 치중할 게 아니라 고객의 이용편의성과 보안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이에 본지는 11월 한 달 동안 매주 월요일자로 또다시 점화되고 있는 우리나라 모바일카드 시장을 점검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편집자>
모바일 카드 시장은 태동부터 시장이 막 형성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신용카드 시장에 이름을 내놓은 것은 2007년(OTA)이었지만,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애플 진영과 안드로이드 진영의 스마트폰 경쟁이 본격화된 2010년 이후다. 국내 모바일 카드의 시작은 2007년 신한카드가 내놓은 유심(USIM) 방식의 모바일 카드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기술이었지만 피처폰 사용자 중심의 환경에서 빛을 보기는 어려웠다.
이후 2009년 비씨카드도 비슷한 서비스를 구축했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을 거의 끌지 못했다. 당시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비율이 미미한 것이 주원닫기

다만 카드업계 일각에서는 모바일카드 시장에서 발급좌수나 이용액을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을 산출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지적한다. 아직 초기시장인 만큼 카드사의 프로모션이나 마케팅에 의해 발급좌수나 카드 이용금액이 쉽게 출렁이기 때문이다.
◇ 통신사 주도권 다툼으로 시작된 모바일 카드 경쟁
모바일 카드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장에서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 중순 무렵부터다. 2010년 초 삼성테스코 최고정보책임자(CIO) 출신인 이강태 하나SK카드 대표(현 비씨카드 대표)가 후발주자인 하나SK카드의 모바일카드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선정하고 강력한 힘을 실어주면서 모바일 카드기술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성기윤 비씨카드 컨버전스사업팀장은 “2010년경부터 근거리무선통신(NFC)기능이 탑재된 폰의 공급이 확대되면서 모바일 카드 역시 확산의 전기를 맞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후 2013년 초까지 3년간 SKT가 대주주인 하나SK카드와 KT와 손잡은 비씨카드가 모바일 카드 시장을 양분해왔다.
2011년 2월 KT를 최대주주로 맞은 비씨카드는 전파통신연구원(ETRI)과 손잡고 국내 표준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전까지는 이렇다 할 국내 규격이 없어 `비자(VISA)-마스타(MASTER) 규격’에 따라 관련 기술을 모바일 카드에 도입했다. 2013년 하반기 현재 하나SK카드는 유심계열에서 9월말 기준 발급좌수와 유효회원 숫자가 각각 90만좌, 75만4,000좌에 달하며, 비씨카드 역시 발급좌수가 약 80만좌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일단 `앱형 기반 모바일카드 vs 유심형모바일카드간 경쟁 구도 형성
그러나 올 들어 신한카드를 선두로 한 6개 진영(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이 기술 개발에 착수하고 지난 9월 앱형 모바일 카드를 일제히 시장에 출시하면서 모바일 카드 시장은 사실상 모든 사업자들이 참여한 본격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선발주자들이 모바일 카드를 통한 수익 창출 규모가 100억원대 이상으로 성장하면서 더 이상 늦추기 어렵다는 판단이 자리했다. 이들은 가맹점단에 별도로 설치해야 하는 기기인 `동글’이 필요 없는 앱형의 장점을 앞세워 시장을 빠르게 확장중이다. 유심카드는 근거리이동통신(NFC) 기능이 도입되지 않은 아이폰에서는 사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동글 단말기가 설치되어있는 가맹점에서만 결제가 가능해 모바일카드 이용을 확산시키는 데 큰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앱카드는 바코드, QR코드, NFC 세 방식 모두에서 사용할 수 있다. 가맹점이 10만~20만원에 달하는 동글이를 설치하지 않아도 기존의 바코드 리더기를 업데이트만 하면 결제 가능하다. <표 참조>
앱카드는 세븐일레븐, 바이더웨이, 명동 주변 140여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데 지난달부터는 하나로클럽, 커피전문점, 할인점, 편의점 등으로 확대됐다.
우선 유심형의 선구자격인 하나SK카드의 모바일 카드 매출액은 2010년 10억, 2011년 120억, 2012년 580억으로 급성장했고, 올해는 총 2000억원 돌파를 전망하고 있다. 3년 만에 200배 성장이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이 카드사는 내년에는 월 카드 이용금액 중 모바일카드 결제비중이 5%에 달할 정도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이에 발맞춰 모바일카드 서비스 개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비씨카드는 모바일카드 활성화 및 회원모집에 주력하고 있다. 이강태 비씨카드 사장은 “모바일 리더십으로 신용카드 3.0 시대를 선도하겠다”고 경영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모바일 환경에서 제공 가능한 고객 서비스 개발과 중소형가맹점 전문 매입사업 추진계획도 밝혔다. 이 카드사 역시 올해 1500억원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 ‘모바일카드 활성화’ 가맹점 확장 여부가 관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모바일카드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여신금융협회 최현 카드부장은 “이제 모바일 카드 시장은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며 “아울러 기존 신용카드 사용자들에게 모바일 카드는 새로운 수단이 아닌 이런 방식으로 결제도 할 수 있다는 `대체재’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급격한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모바일카드를 결제할 수 있는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일례로 9월말 기준으로 가맹점은 유심카드가 3만5000개, 앱카드는 8700여개 수준으로 300만개에 달하는 플라스틱카드 가맹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한 카드사 관계자는 “모바일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카드업계가 오프라인 가맹점 확보에 선뜻 나서지 않는 것은 복잡한 이해관계 탓이다. 효과적으로 오프라인 가맹점을 확보하려면 업계가 모바일카드의 공통 표준 규격, 보안 시스템 등을 확정해야하지만 눈치싸움만 바쁘다. 가령 하나SK카드와 BC카드는 이동통신사와 함께 유심칩 기반 모바일카드를 대표 규격으로 밀고 있는 반면 다른 카드사들은 앱카드를 내세운다. 한편에서는 금융 마이크로SD를 내세운 모바일카드까지 등장했다.
정부도 여신금융협회 등을 통해 모바일카드 공통 표준, 보안시스템 등 기반부터 닦아야한다고 권고하고 있지만 업계는 여전히 각자 갈 길이 바쁘다. 각 카드사가 1000원, 2000원 홍보비용을 경쟁적으로 올려가며, 무의미한 고객수를 늘리기만 하는 것은 긍정적인 투자가 아니다. 이제는 두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갈 수 있는 투자를 위해 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할 시기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