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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휴면카드 정리에 칼 빼들었다

김의석 기자

eskim@

기사입력 : 2013-09-11 20:37

휴면카드 자동 해지제도에 대한 지도 강화 방침
여신금융협회 공개되는 공시내용도 확대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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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주부 이무영(41세)씨는 최근 휴면 카드를 해지하기 위해 A카드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가 “해지할 경우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해지를 포기했다. 이 씨는 왜 발급이 어려워지느냐고 물었더니 “빠른 목소리로 전문용어를 늘어놔서 알아듣진 못했는데, 혹시나 싶어서 그냥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부터 휴면 카드(최근 1년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카드)는 회원이 별도 해지 의사를 밝히지 않아도 카드사들이 자동으로 해지 절차를 진행토록 하는 제도가 시행되면서 이 같은 전화 마케팅이 늘어나고 있다. 카드 회원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카드사들이 안간힘을 쓰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지난 6월말 기준 휴면 카드 수는 2357만장. 전체 카드의 20.4%에 달한다. 특히 휴면카드 10장 중 9장은 개인이 발급받은 것이며, 후발 카드사들의 휴면카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가 2500여만 명이라 경제활동인구 1명당 평균 약 1장씩 휴면 카드를 갖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의 휴면카드 감축 노력이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앞으로 휴면카드 정리에 속도를 내고자, 휴면카드 자동 해지제 등에 대한 지도를 강화하기로 했다.

◇ 하나SK카드, 휴면카드 비중(전체 카드의 29.0%) 가장 높아

금융감독 당국의 축소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신용카드 5장 중 1장은 잠자고 있는 휴면카드인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은 11일 발표한 ‘휴면 신용카드 현황, 정책추진 경과 및 관리방안’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전체 신용카드 1억1534만장 중 휴면카드는 2357만장으로 20.4%에 달했다. 이는 자동해지제 시행 전인 2013년 3월말(20.6%)보다 0.2%포인트 줄어든 수준이다. 한 때 3129만매(2010년 말) 수준까지 늘어나던 휴면카드는 2011년(3110만매) 하락세로 돌아서 꾸준히 줄고 있다.

그러나 일부 카드사들의 휴면카드는 올 들어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 6월말 기준 KB국민카드의 휴면카드는 작년 말(264만매)보다 43만매(16.4%) 늘었다. 롯데카드(7.3%)와 하나SK카드(6.5%)의 휴면카드도 증가했다.

반면 삼성카드와 신한카드의 휴면카드는 각각 17%, 9.6%씩 줄었다. 이에 대해 신한카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휴면카드 회원들을 대폭 정리했고 경기침체 등으로 신규 가입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업 카드사별 휴면카드 비중은 하나SK카드가 29%로 가장 높았고 현대카드(22%), 우리카드(21.5%), 삼성카드(19.9%), 신한카드(17.6%) 순이었다. 겸영 카드사 중에서는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31.9%로 휴면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그 뒤를 이어 경남은행(29.1%), 전북은행(28.8%), 수협중앙회(27.8%), 광주은행(25.4%), 제주은행(24.6%), 씨티은행(23.2%),부산은행(22.1%), 대구은행(20.8%), 기업은행(20.7%), NH농협은행(18.7%), 외환은행(18.4%) 순으로 나타났다.

휴면카드 비중은 후발 카드사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셈이다. 휴면카드 수로 보면 신한카드가 477만장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국민카드(308만장), 현대카드(290만장), 삼성카드(262만장), 롯데카드(214만장) 등이 뒤를 따랐다. 금감원 이기연 부원장보는 “휴면카드는 회원유치를 위한 소모적 외형경쟁의 부산물”이라며 “카드발급경쟁으로 인해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고객 신용정보가 남용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조사한 지난해 신규 발생 휴면카드에 대한 매몰원가는 약 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 금감원 권고에도 휴면카드 정리에 소극적인 이유는

하지만 카드사들이 휴면카드 회원을 잠재적 고객 군으로 보고 휴면카드 정리에 소극적인 것으로 금융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지난 7월까지 4개월간 전업카드사를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 카드사가 휴면카드의 계약유지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회원에게 통보한 건수는 전체의 64.1%에 그쳤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들은 “해지하지 말라”며 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1년 이내 사용 실적이 없어 매출에 별 도움도 안 되는 휴면 카드인데도 경품까지 주면서 자동 해지를 막기 위해 힘을 쏟는 것은 신규 카드 회원 모집 비용보다 싸고, 회원들의 정보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작년부터 매출 급감 등으로 순익이 반 토막 난 카드사 입장에서는 카드 1장당 발급 비용이 모집인 수수료 등으로 4~5만원에 달하는 것을 생각하면, 휴면 카드라도 유지시키는 것이 낫다는 계산을 하는 것이다.

또 해지를 하면 회원의 정보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점도 카드사들 입장에서는 문제다. 이와 관련 전업 카드사 한 관계자는 “고객이 카드를 해지하면 그 고객의 정보는 삭제되고 향후 매출 기회도 함께 사라진다”면서 “신규 회원 한 명을 유치하는 것보다 휴면 카드를 보유한 기존 회원의 마음을 돌리는 게 비용 측면에서 훨씬 낫다”고 말했다.

여기에 숨은 이유도 있다. 카드 업계 순위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카드 발급을 기준으로 한 회원 수 늘리기에 나서 휴면 카드를 양산해 온 대형 카드사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카드 발급 숫자 기준 업계 순위는 신한이 2708만장으로 1위다. KB국민(1520만), 현대(1316만),삼성(1315만), 롯데(1070만), 우리(731만), 하나SK(647만) 순이다.

이 가운데 하나SK카드가 휴면 카드 비중이 29%로 가장 높고, 현대 22.0%, 우리 21.4% 순이다. 관심을 끄는 것이 업계 라이벌인 현대카드와 삼성카드 순위다. 만약 모든 휴면 카드가 해지되면 신용카드 발급 수 기준으로 업계 3위인 현대카드가 4위가 되고, 4위인 삼성카드가 3위로 올라선다. <표 참조>

◇ 금융당국, 휴면카드 자동 해지제에 대한 홍보 강화

금융당국이 나서서 휴면카드 줄이기에 나섰지만 KB국민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은 휴면카드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양산하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휴면카드 자동해지제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카드신청서에 자동해지에 대한 안내문구 추가, 자동해지 단계별 소비자 앞 고지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자동해지제를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방침이다.

이기연 부원장보는 “제도의 이점이 많지만 국민들께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며 “앞으로 자동해지에 대한 안내문구를 추가하는 등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이와 함께 카드 해지절차 진행과정에서 일어나는 카드사의 불건전 영업행위를 방지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김영기닫기김영기기사 모아보기 금감원 상호여전감독국장은 “앞으로 카드사가 쿠폰 및 사은품 제공 등 과도한 마케팅 수단을 내세워 고객 카드해지를 고의로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참고로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은 회원이 계약해지 신청할 때 신용카드업자의 경제적 이익 제공 및 타 카드 전환 권유 등을 금지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여신금융협회 등에서 공시되고 있는 카드사별 휴면카드 현황도 기간별 비교가 가능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김영기 국장은 “카드사가 휴면기간이 지난 회원 신용정보도 마케팅에 악용해 민원 발생 우려가 크다”면서 “기존 휴면카드를 조기에 줄일 수 있도록 관리 감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신용카드 및 휴면카드 추이 〉

(단위 : 천매, %, %p)

구 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2013년 말 말 말 3월말 6월말 9월말 12월말 3월말 6월말 증감(율)

신용카드 106,989 116,586 122,135 115,661 116,374 117,121 116,227 115,234 115,342 108 발급수(A) (0.1)

휴면카드 30,624 31,288 31,110 23,305 24,195 24,284 23,752 23,729 23,574 △155 수(B) (△0.6)

개인 29,294 29,780 29,291 21,552 22,404 22,432 21,852 21,843 21,664 △179 (△0.8)

법인 1,330 1,507 1,819 1,753 1,789 1,848 1,900 1,887 1,910 23(1.2)

휴면카드 비중 28.6 26.8 25.5 20.1 20.8 20.7 20.4 20.6 20.4 △0.2 (B/A)

(자료 : 금융감독원)



〈 카드사별 전체 신용카드 및 휴면카드 추이 〉

(단위 : 천매, %)

카드사 2010년말 2011년말 2012년말 2013년 6월말

전체 휴면 비중 전체 휴면 비중 전체 휴면 비중 전체 휴면 비중 카드 카드 카드 카드 카드 카드 카드 카드

비씨 24 8 33.3 20 5 25.0 27 4 14.8 27 5 18.5

신한 29,996 8,184 27.3 29,924 7,305 24.4 27,557 5,271 19.1 27,086 4,766 17.6

삼성 12,939 3,141 24.3 13,992 3,863 27.6 13,581 3,155 23.2 13,159 2,620 19.9

현대 13,485 3,199 23.7 13,776 3,123 22.7 13,593 2,827 20.8 13,169 2,895 22.0

롯데 11,523 3,799 33.0 11,822 3,525 29.8 10,435 1,990 19.1 10,706 2,136 20.0

하나SK 5,828 1,835 31.5 6,445 2,176 33.8 6,538 1,764 27.0 6,473 1,878 29.0

KB국민 13,246 2,935 22.2 15,123 2,429 16.1 15,215 2,644 17.4 15,202 3,077 20.2

우리 8,082 2,634 32.6 8,354 2,593 31.0 7,498 1,659 22.1 7,314 1,569 21.4

전업계 95,123 25,735 27.1 99,456 25,019 25.2 94,444 19,314 20.5 93,136 18,946 20.3

SC제일 1,142 464 40.6 1,059 435 41.1 967 269 27.8 956 305 31.9

외환 3,815 1,334 35.0 3,888 1,418 36.5 3,611 729 20.2 3,483 640 18.4

씨티 2,918 657 22.5 3,269 804 24.6 2,980 659 22.1 2,866 664 23.2

대구 974 267 27.4 970 235 24.2 939 182 19.4 949 197 20.8

부산 812 181 22.3 845 195 23.1 832 176 21.1 853 189 22.1

광주 351 97 27.6 340 112 32.9 302 73 24.2 307 78 25.4

제주 87 37 42.5 75 21 28.0 75 23 30.7 69 17 24.6

전북 212 89 42.0 266 91 34.2 222 60 27.0 222 64 28.8

경남 570 119 20.9 620 204 32.9 628 171 27.2 663 193 29.1

기업 3,089 815 26.4 3,203 835 26.1 3,067 546 17.8 3,230 667 20.7

농협 7,345 1,429 19.5 8,006 1,674 20.9 8,067 1,523 18.9 8,518 1,589 18.7

수협 148 64 43.2 138 67 48.6 93 29 31.2 90 25 27.8

겸영은행 21,463 5,553 25.9 22,679 6,091 26.9 21,783 4,440 20.3 22,206 4,628 20.8

총계 116,586 31,288 26.8 122,135 31,110 25.5 116,227 23,754 20.4 115,342 23,574 20.4

주1) 카드 발급 실적은 개인 및 법인카드 포함 (자료 : 금융감독원)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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