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카드사들은 판관비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이기 위해 부가혜택과 무이자 할부서비스 축소에 나섰다. 하지만 우리카드 등 일부 후발 카드사들의 경우엔 고객 유치를 위해 마케팅활동을 강화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에 선발 카드사처럼 허리띠를 바짝 졸라맬 수도 없어 고민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최근 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 지출을 간접 규제하기로 밝혀 카드업계 고민은 커지고 있다.
◇ 가맹점 수수료 하락 여파로 카드사 수익 반토막
신용카드사들은 수익이 악화되자 부가 서비스도 잇따라 줄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개 전업카드사들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46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431억원보다 45.2%나 줄었다. 전년 동기에 비해 주식매매이익이 크게 줄었고 작년 말 시행된 새로운 가맹점수수료체계 영향 등으로 카드부문 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금감원 측의 분석이다. 작년 1분기에는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주식매각이익 4373억원이 차지하는 카드사 전체 순익에 크게 기여했지만 올해는 신한카드의 비자 주식매각이익이 304억원 밖에 없어 순이익이 적어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카드사들은 비용을 줄여 가맹점수수료 감소로 인한 수익 하락을 만회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동현 금감원 여전감독1팀장은 “카드부문의 경우 가맹점수수료 수익이 하락했음에도 모집 및 마케팅 비용도 함께 축소됨에 따라 이익은 소폭 감소에 그쳤다”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이 인하됨에 따라 줄어든 수수료 수익은 991억원. 이에 카드사들은 모집 및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을 1202억원 줄여 타산을 맞춘 셈이다.<그래프 참조>
◇ 신용카드 실적 적은 회원엔 부가서비스 할인 축소
이처럼 가맹점수수료 수익하락 등으로 수익이 감소하자, 카드사들은 고객에 대한 부가서비스 혜택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올 들어 부가서비스를 줄이겠다고 금감원에 알린 상품은 60여개에 달했다. 일반카드 고객들이 누리던 혜택은 이미 20~30% 정도 축소됐고 연회비가 수십만원 이상인 우량ㆍ초우량 고객들도 올해 안에 같은 처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마일리지ㆍ포인트 적립률을 대폭 줄이거나 이용실적이 일정 수준 이상인 경우에만 항공권 업그레이드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는 식이다.
업계 1위 신한카드는 올해 12월부터 5개 카드에 대한 포인트 조정 등을 시행한다고 지난달에 공지했다. ‘러브카드’의 포인트 적립률을 0.5%에서 0.2%로 내리고, ‘더 프리미어 카드’도 포인트 적립률을 1%에서 0.5%로 축소하는 한편 적립 한도를 만들었다. 지난해 5월에 출시된 후 75만장을 발급해 인기카드로 자리잡은 하나SK카드의 ‘클럽SK’는 최근 금감원에 전월 실적을 상향해 부가 혜택을 줄이겠다고 신고했다. 이 카드는 SK텔레콤 통신 요금을 자동 이체하면 월 최대 1만5000원을 할인해 준다. 전월 실적이 30만원 이상이면 최대 1만원, 60만원 이상이면 최대 1만5000원을 할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클럽SK카드의 전월 실적 기준이 구간별로 10만원 가량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전월 실적과 상관 없이 이용할 수 있던 부가 혜택에도 제한을 둘 방침이다. KB국민카드의‘혜담카드’도 지난 4월부터 부가 혜택을 대거 줄였다. 통합할인 한도를 신설해 전월 실적이 20만~70만원은 1만원, 70만~140만원은 2만원 등으로 책정했다. 부가혜택별 할인율도 최대 30%에서 10%로 줄였다. 전월 실적에서 교통, 통신요금 이용액, 아파트관리비, 대학 등록금 등도 제외했다.
현대카드는 7월부터 대표 서비스인 ‘M포인트’적립률을 낮춘다. 외식, 패스트푸드, 패밀리레스토랑의 적립률이 2%에서 1%로 축소된다. 전월 실적에 따라 적립률도 차등 조정된다.
◇ 금융당국 과도한 카드마케팅 규제
이에 금감원은 카드출시 당시 파격적인 부가 혜택을 약속했다가 갑자기 축소하지 못하도록 개선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이 마케팅에 과도한 비용을 쓰지 않도록 간접 규제에 착수했다. 앞으로 카드사들의 경영실태평가에 신용판매 수익 대비 마케팅 비용 지출 비율과 비용 관리의 적정성을 추가하는 것을 통해 간접 규제에 나서겠다는 것. 금융당국은 마케팅 비용 지출 비율을 1~5등급으로 나눠 금융사의 수익성 지표 중 하나로 판단하게 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아무래도 수익성 관리를 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업카드사와 은행계 카드사 전체적으로 업계가 부가서비스와 고객 모집비용, 광고선전비 등으로 지출하는 비용은 5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 중 70~80%가 무이자 할부와 포인트 혜택 등 고객에게 제공하는 부가서비스 시행으로 발생하는 비용이다.
각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이 평균적으로 총수익 대비 25% 정도를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사들보다는 후발 카드사들이 마케팅 비용에 쏟는 비중이 30% 가까이로 더 크다.
카드사들은 이처럼 당국의 규제와 각사의 수익성 악화 사정에 따라 마케팅 비용을 줄여야 하지만 업계 내 경쟁 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부가서비스 등 마케팅 비용을 크게 줄이면 상대적으로 이 비용을 덜 줄인 카드사로 고객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체계 등이 개편되면서 카드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더 많이 쓰면 쓸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로 정착이 돼 버렸다”고 설명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