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SBI Holdings, 투자확약서 감독당국에 제출
일본 최대 투자금융그룹인 SBI그룹이 유상증자 참여 등을 통해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 대한 자금 수혈에 나서고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SBI그룹은 자회사인 SBI파이낸스코리아를 통해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지분 20.9%를 보유 중이나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은 채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FI)역할만 해왔다. 재무적 투자자란 기업이나 사업에 자금이 필요할 경우 기업 경영이나 사업 운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수익만을 목적으로 투자자금을 조달해주는 투자자를 말한다.
하지만 이번 자금 지원을 통해 현대스위스저축은행 및 산하의 현대스위스2저축은행, 현대스위스3저축은행, 현대스위스4저축은행에 대해 경영참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SBI 측은 이미 자금 수혈을 위한 투자확약서(LOC)를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으며 2000억원의 자금 지원과 경영참여가 성사되면 이를 통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7% 이상으로 개선할 수 있게 된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전일상 전략기획부장은 “현재 3대 주주인 SBI Holdings 측이 유상증자 등을 실시하기 위한 투자확약서를 감독당국에 제출했다”며 “내년 1월경 감독당국의 승인 절차를 거쳐 2013년 2월 중으로 유상증자를 완료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만약 예정대로 증자가 이뤄지면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현재 1.8%에서 7%대로 높아진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저축은행들이 외자유치 등의 자구노력을 추진하였으나 유일하게 현대스위스저축은행 만이 외자유치에 성공하였으며, 이로 인해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업계 1위의 지위를 공고히 다질 전망이다.
참고로 글로벌 투자금융그룹인 SBI(Strategic Business Innovator) Holdings는 총자산 20조 원의 일본 유수의 투자금융업 관련 지주회사로써 런던, 홍콩 등을 거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투자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 대한 투자를 비롯하여 SBI인베스트먼트, SBI글로벌 인베스트먼트, SBI모기지 및 SBI액시즈를 한국거래소 및 코스닥에 상장시키면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 경영권 협상 10개월 만에 성과 이뤄지나
사실 손정의 회장의 일본 소프트뱅크 투자계열사인 일본의 SBI그룹의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사전 작업은 지난 4월부터 시작했다. 당시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를 밑돌고 있으나 자산이 부채보다 많고 대주주의 유상증자·외자 유치·계열사 매각 등의 노력을 인정받아 금융당국의 퇴출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밝힌 바 있었다.
본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SBI파이낸스는 현대스위스저축은행과 계열사인 현대스위스2저축은행 지분을 각각 9.9%, 19.81% 갖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4월 SBI파이낸스가 보유한 현대스위스2저축은행 지분(19.81%)을 김광진 회장에게 넘기고 김 회장이 보유한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지분 중 일부(11%)를 SBI파이낸스가 받는 주식 맞교환을 했다. 이는 당시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승인을 받은 사항이다.
그 결과 SBI파이낸스의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 대한 지분율은 9.9%에서 20.9%로 늘어났고 김광진 회장의 지분율은 61.2%에서 50.2%로 줄었다. 주식 맞교환은 SBI파이낸스 측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지분율을 높여가며 경영권 인수를 위한 단계를 밟아간 것이었다.
◇ 내년 2월까지 허종길 대표이사 직무대행 체제로
한편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지난 24일 허종길 전무이사를 대표이사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 이는 윤석현 대표이사가 전날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직무정지 결정을 받은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금감원은 현대스위스저축은행과 그 계열저축은행에 불법대출 등을 이유로 중징계 조치했다. 김광진 현대스위스저축은행 회장도 금감원으로부터 해임권고를 받았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현대스위스저축은행과 계열사들은 대주주 특수관계인에 583억원을 대출하거나 동일인 여신한도를 초과한 것이 적발돼 임원 직무정지 등 중징계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허 전무는 내년 2월 임시주주 총회에서 새 대표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방카슈랑스로 올해 7월부터 6개월 동안 20억원의 수익을 올렸고 내년6월까지 연 목표인 40억원을 초과 달성할 것으로도 기대된다. 저축은행 가운데 방카슈랑스 판매를 하는 곳은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유일하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전일상 전략기획부장은 “저축은행은 예대마진 외에는 마땅한 수익원이 없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한 뒤 “하지만 우리(현대스위스저축은행)는 비이자수익인 방카슈랑스를 업계에서 선도적으로 취급해 확고히 자리를 잡았고 현재까지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