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다른 금융권역에서 캐피탈사의 사업영역을 넘보기 시작했고, 그 동안 대부업계와 맞먹는 고금리 대출이란비난을 받아왔던 개인 신용대출 금리도 25% 내외로 낮춰지만 여전히 서민을 울린다는 인식이 남아 있어 부담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영업환경으로 캐피탈사들에게는 2012년 실적 악화의 한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편집자 주>
“할부나 리스 등 고유 업종과 관련한 경기 둔화세가 결국엔 고객 연체율 악화로 투영된다. 이로 인해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크게 늘어나 올해 순이익 감소는 불가피해졌다.” 서울 소재 대형 캐피탈회사 CEO
올해가 1주일가량 남겨 둔 시점에서 2012년 캐피탈(할부 및 리스금융) 시장을 정리해 보면 기업금융 실적 부진 지속과 개인 신용대출, 자동차할부·리스금융 등 소매금융시장 환경여건 악화 그리고 수익구조 약화 등으로 귀결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PF대출 및 선박금융 침체 등 기업금융시장을 둘러싼 업황 부진이 지난해에 이어 지속되면서 일부 은행계열 캐피탈사들의 실적은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개인 신용대출과 자동차할부·리스금융 등 소매금융시장 역시 플레이어 과잉에 따른 경쟁 과열과 정부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 그리고 고객 연체율 악화 등으로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지난해보다 증가하면서 순이익 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 경기침체 따른 업황부진…좋은 시절 다 가나
카드사를 제외한 할부 및 리스금융, 신기술금융업자 등 총 59개 여신전문금융회사의 2012년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20~30%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리스 등 고유자산 및 대출자산 수익은 소폭 증가했지만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에 따른 비용이 크게 증가하면서 순이익 감소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일례로 캐피탈사들은 할부·리스금융을 50% 이상 영위해야 하기 때문에 마진이 많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자동차 할부금융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금융을 하지 않았던 캐피탈사들은 물론, 은행이나 카드사, 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업권에서도 자동차 할부금융 및 담보대출 사업을 하기 시작했다.
금감원 상호여전감독국의 김동현 여전감독 1팀장은 “캐피탈사의 올해 순이익은 전반적인 실물경제 및 내수 위축에 따라 업황이 부진하고 대손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순익 감소와 함께 연체율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상반기 연체율은 3.05%로 지난해말보다 0.05%포인트 올랐다.
예컨대 지난 상반기 PF대출 연체율이 13.96%에서 9.47%로 하락하면서 기업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말 5.03%에서 4.28%로 다소 개선됐지만 할부금융, 리스자산 및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말 3.49%에서 올 상반기 3.64%로 0.15%포인트 상승했다. 사실 캐피탈사들은 다중채무자 비중이 높아 리스크관리가 가장 취약한 업권으로 꼽힌다.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옥죄면 다중채무자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캐피탈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보다 신용도가 낮은 고객이 이용하는 업종 특성이 있기 때문에 경기 침체나 내수 위축에 따른 연체율 상승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카드사를 제외한 할부 및 리스금융, 신기술금융업자들의 고객 연체율이 조금씩 상승하는 추세를 보임에 따라 금융당국은 리스크 관리 강화에 조직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주요 캐피탈사들 영업실적 부진
이 같은 영업환경 악화 등으로 대부분의 캐피탈회사의 올해 실적 부진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서도 각사별 순이익 희비는 다소 엇갈리고 있다.
우선 국내 캐피탈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은 지난 3분기까지 349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신용대출 금리인하와 경기침체로 인한 연체율 증가 등으로 충당금 부담이 늘어나면서 올해 순이익은 지난해(5074억원) 보다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이 회사는 2009년 4112억원, 2010년 4890억원, 2011년 5074억원 등으로 순이익이 지속적으로 증가했었다. 자산총계는 9월말 기준으로 21조 4987억원으로 지난해 21조 9189억원에 비해 소폭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또 현대캐피탈보다 규모는 작지만 캐피탈업계 2위 회사인 아주캐피탈도 3분기까지 263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는 지난해 순이익 623억원에 비해 크게 부진한 실적이다. 〈표 참조〉
아주캐피탈 재무기획담당 윤보용 상무는 “올해도 영업, 조달, 채권관리 등 부문별로 효율성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한 뒤 “하지만 경기변동성에 대비한 선제적 리스크 관리 강화 등으로 순이익 약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지난해 개인신용대출 실적 호조에 힘입어 창사 이래 최대 순이익(852억원)을 낸 롯데캐피탈 역시 신용금리인하와 고객 연체율 증가 등으로 충당금 부담이 늘어나면서 올해 순이익은 지난해 보다 20%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분기까지 20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신한캐피탈 또한 올해 순이익이 지난해(511억원)에 비해 70% 가까이 줄어들 거스로 보인다. 올해 선박금융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감독당국의 권고 기준치 보다 보수적으로 많이 쌓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 회사는 올해 충당금 적립액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았다.
◇ IBK캐피탈 등 일부 캐피탈사들 실적 호조 ‘왜’
이처럼 대부분의 주요 캐피탈사들이 실적 부진에 깊은 시름에 빠져 있는 가운데 IBK캐피탈 등 일부 캐피탈사들의 실적 호조세가 눈길을 모으고 있다. IBK캐피탈은 올해 회사 설립 이후 최대 실적 달성이 예상된다. 10월말 현재 올해 당기순이익은 372억원으로 지난해의 357억원을 넘어섰다. 연말까지 420억원 이상을 내다보고 있다. 2조7000억원이었던 자산 규모는 IB 부문의 선전에 힘입어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의 괄목할만한 성장의 중심에는 2010년 말 취임 후 IB부문 육성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윤희 대표이사가 있다.
지난 2010년 11월 IBK캐피탈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지난 2년간 차세대 전산개발, 신사옥 이전 등 인프라를 구축했다. 올 6월 중소기업 지원 단체부문에서 지식경제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이 대표이사는 취임 후 IBK캐피탈의 금융자산은 2조2000억원에서 2조9000억원으로, 순이익은 248억원(2010년말 기준)에서 10월말 현재 372억원으로 증가했다. 투자자산 규모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0년 1247억원이던 투자부문 자산은 지난해 1660억원, 올해 10월 기준 2165억원으로 늘어났다. 사모투자전문회사(PEF)를 포함한 조합 결성총액은 6200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실적 향상에 따라 이 윤희 대표는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1년 연임을 승인 받았다. BS금융지주 계열인 BS캐피탈 역시 올해 가파른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다.
최근 집계된 BS캐피탈의 3분기 실적에 따르면 3분기 순이익은 53억원, 2012년 3분기까지 누적순이익은 148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순이익 99억원을 이미 크게 웃돈 수치로 이대로라면 올해 순이익은 200억원을 달성, 지난해의 배에 이를 전망이다. 최근 자동차업계와 주택시장의 불황으로 캐피탈 업계 전반의 실적이 저조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캐피탈업계에서는 자동차·주택시장의 부진으로 주요 캐피탈사들의 자동차 할부금융·리스실적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반해 부산의 경우 서민금융의 핵심인 저축은행의 잇따른 구조조정으로 인해 저축은행 대출자들이 보험사와 캐피탈로 몰린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회사 내부적으로 ‘포스트 영업’의 특성을 파악해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에 공을 많이 들인 것도 출범 2년여 만에 가파른 실적 상승세의 기반이 됐다는 평가다. 수익성 외에 부문별 포트폴리오도 적정하고 연체율도 건전한 편이다. 캐피탈 대출금 가운데 자동차할부부문이 33%, 리스할부 부문이 30%, 나머지가 기업 및 가계 신용대출이다. 또 업계 평균 연체율이 3%정도이지만 BS캐피탈은 2%미만이다.
HN농협금융지주 계열사인 NH농협캐피탈도 올해 순이익이 지난해(134억원) 보다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주요 캐피탈사들 지난 3분기 누적 순이익 현황 〉
(단위 : 억원, %)
(자료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