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조 사장단 회의 관련 녹취록 공개, 사측 경영현안 점검 차원
현대증권을 향한 기대가 우려로 바뀌고 있다. 올초만해도 김신 사장이 신임 CEO로 선임되며 현대증권의 명가귀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컸다. 김사장은 1963년생, 50세 젊은 CEO로 영업, IB를 두루 섭렵한 베테랑으로 평가받는다. 미래에셋증권 경영서비스부문 대표재임 당시 강한 리더십을 앞세워 연간 영업수익 2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자산관리부진으로 침체에 빠진 미래에셋의 턴어라운드 발판을 마련했다.
이같은 탁월한 경영능력 때문에 당시 미래에셋증권에서 현직 대표이사로 재직중인 그를 현대그룹이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다는 평이다.
부임 이후 자본시장(Capital Market)부문 강화가 주요 내용인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Go Remarkable’ 슬로건으로 품질경영을 선언했으며 그간 자존심을 구긴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현장지점을 방문하는 등 스킨십도 마다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화해무드는 노조가 녹취록을 공개하며 완전히 깨졌다. 특히 그간 회사측이 부인했던 의혹들이 녹취록에서도 드러나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현대증권 노동조합은 지난 7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9월 26일 강남 아셈타워 회의실에서 열린 그룹 사장단 회의관련 녹취록을 공개했다. 현대증권 윤경은 사장 등이 참여한 이 회의녹취록에는 그간 노조가 제기했던 현대증권매각, 노조와해, 저축은행유상증자 등 의혹에 관련된 내용들이 실려있다. 실제 현대증권 매각소문관련 대응결정의 경우 녹취내용대로 회의 다음날 전직원에게 현정은닫기

현대증권 민경윤 위원장은 “이 녹취록에는 민형사상 소송과 노조 집행간부들에 대한 회유와 협박 등 노조 파괴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담겨있다”며 “회사측은 스스로 잘못된 점을 공개하고 관련자에 대해 법적인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윤경은 사장 등 검찰고소, 퇴임요구
현재 노조는 이 녹취록을 근거로 현대증권 윤경은 시장과 임원 등 10여 명을 부당노동행위를 한 혐의로 서울 남부지검에 고소했으며, 윤경은 사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퇴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원칙대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공개한 녹취내용은 그간 현대그룹 증권 관련 루머에 대해 의혹을 해소하고 대응방침을 논의하면서경영현황을 점검했던 것”이라며 “편한 분위기에서 나눈 대화로 노조파괴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강성노조인 그 자체로도 노조활동을 보장한 게 아니냐”며 “지나친 경영간섭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논란을 놓고 시장의 시선은 곱지않다. 업계 관계자는 “관료출신에서 시장전문가로 CEO가 바뀌며 변화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며 “금융회사의 경우 평판(Reputation)이 중요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는 안으론 내부구성원뿐만 아니라 밖으론 고객에게도 신뢰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불확실한 지배구조가 원인”이라며 “증권업의 불황으로 본래의 강점인 리테일, PI투자가 약화되는 가운데 리더십마저 흔들려 회사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