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기업은행 실적발표를 끝으로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 등 5대 은행의 상반기 실적과 재무지표들이 공개된 가운데 밖으로 나타난 건전성 지표와 이들 지표 개선에 쏟은 정성은 은행마다 사뭇 다르게 포착됐다. 각 은행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가장 과감한 건전성 개선 의지를 불태웠다. 우리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아 급격히 늘었던 부실을 털어내며 다른 대형은행들과의 격차를 빠른 속도로 좁히고 있다.
기업은행도 적극적인 자산증대 노력으로 이익이 늘자 이를 활용해 건전성 지표 개선에 적극성을 앞세울 수 있었다. 반면에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건전성 개선 속도와 폭에서 우위를 보이지 못했다. 또한 이들과도 달리, 신한은행은 건전성 지표 우위에 따른 여유를 바탕으로 이익창출력 열세를 만회하는 상반된 모습이 나타났다.
◇ 2조원 가까운 개선 우리은행의 맹추격
우리은행은 상반기 대손상각과 자산매각으로 8950억원의 부실을 털어 내고 손실발생에 대비하는 대손충당금 순전입액도 1조 402억원을 쏟아 부었다. 둘을 합하면 무려 1조 9352억원 규모로 은행권 최대치로 추정된다. 이는 은행의 본원적 이익규모를 따지는 충당금적립전이익(이하 충전이익)의 약 71%에 해당하는 비상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적극성을 따지자면 기업은행이 우리은행을 오히려 앞서는데 은행 덩치 차이에 따라 절대 규모는 우리은행에 못 미쳤다. 기은은 상반기 대손상각과 매각으로 털어낸 규모가 8910억원에 이르고 충당금 순전입 규모가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다음으로 많은 5020억원에 이른다. 충전이익 규모의 약 80%에 해당하는 개선 노력을 기울였다. 하나은행도 상각·매각 규모와 충당금 순전입액이 8145억원에 이르러 충전이익에 비하면 56% 수준의 노력을 기울였고 신한은행도 1조 102억원 규모의 개선 움직임을 보였다.
국민은행은 충당금 순전입액 규모만 6005억원을 쏟아 붓는 등 모두 1조 1495억원 상당의 개선 노력을 기울였으나 은행 이익창출력에 비해서는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의 건전성 지표는 다른 대형은행에 뒤지는 모습이 역력하다. 부실채권 비율은 1.84%로 지난해 말보다 0.03%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쳤고 충당금 적립률을 무려 9.1%포인트 끌어올린 123.9%로 개선시켰지만 5대은행 가운데 딱 중간 위치에 머물렀다.
하나은행은 상각과 매각에 집중한 덕분에 부실채권비율은 지난해 말 1.50%에서 1.22%로 선두로 치고 나갔지만 충당금 순전입액을 적게 쓰면서 손실흡수력을 재는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18.1%로 열세를 면치 못했다.
우리은행은 부실채권비율을 0.92%포인트 줄였고 충당급 적립률을 71.1%에서 99.3%로 크게 끌어올리는 개가를 올렸으나 절대 지표 상 열세 만회에는 아직 여정이 적지 않게 남은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이익창출력 면에서 충전이익규모가 2조 1555억원으로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2조 7000억원대에 적잖은 격차가 벌어졌지만 건전성 지표가 워낙 상대적으로 우량한 장점을 누리는 이채로운 모습을 과시했다.
◇ 국민은행 개선 미흡…신한 절대 우위효과 위축 임박
충당금 순전입액 3602억원이나 상각과 매각 규모 6500억원 모두 두드러지는 움직임이 아니지만 부시래권 비율이 1.28%로 선두권을 유지했다. 여기자 충당금적립률은 141%로 부실채권 잔액의 1.4배나 손실이 나도 몽땅 흡수할 정도로 대형은행 가운데 독보적 수준을 형성했다. 신한은행은 건전성 지표 우위 덕분에 충전이익 6000억원의 차이에도 상반기 순이익 규모는 1조 4327억원을 남겨 국민은행 순익에 불과 약 1700억원 가량 못 미치는 실적을 구현했다. 우리은행이 충전이익은 신한은행보다 5700억원 많은 충전이익을 내고도 순익 규모가 신한은행보다 2000억원 정도 적었던 것도 건전성 지표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신한은행의 이같은 우위가 마냥 유지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우리은행이 상반기와 같은 노력을 지속한다면 하반기 이후 건전성 지표 호전세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이 충당금적립전 이익 면에서 국민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앞서고 건전성 지표의 열세를 만회한 이후라면 대형은행간 선두 다툼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 5대은행 건전성 투자 비교 〉
(단위 : 억원, %)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