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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한수 vs 고육지책…롯데시네마·메가박스 합병 들여다보니

손원태 기자

tellme@

기사입력 : 2025-05-14 06:00

국내 멀티플렉스 2·3위 주자의 깜짝 합병
OTT 강세에 소비침체까지…영화산업 위축
CGV는 해외로 공략…롯시·메박은 내수 커
"영화 투자, 배급에도 힘 합쳐 콘텐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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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신과 함께',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서울의 봄' 포스터. /사진=각 사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신과 함께',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서울의 봄' 포스터. /사진=각 사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극장에서 영화를 대신해 스포츠 중계나 콘서트 실황, 미술관 전시 등이 나오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극장은 소비자들의 발걸음에서 멀어졌고, 빈 자리는 넷플릭스를 주축으로 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으로 채워졌다. 이에 국내 멀티플렉스 2·3위 주자인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합병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각에서는 두 회사의 합병이 '신의 한 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내 멀티플렉스 산업에서 CGV가 압도적인 독주 체제를 형성한 만큼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만남이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승부수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영화 산업 전체로 보면 상황이 녹록지 않다.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으로 소비 침체 현상마저 장기화하면서 극장가는 갈수록 위축되는 모습이다. 영화 한 편 보는 데 OTT 한 달 구독과 맞먹는 수준의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도 영향을 줬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하나가 되기로 했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더는 물러설 수 없겠다는 결단으로 읽힌다. 즉, ‘고육지책’일 수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과 중앙그룹은 지난 8일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의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은 각각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를 중점적으로 극장 운영과 영화투자 및 배급 등의 사업을 영위한다. 롯데컬처웍스는 롯데그룹의 유통 계열사인 롯데쇼핑이 지분 86.37%를, 메가박스는 중앙그룹의 영화관 사업을 전개하는 콘텐트리중앙이 지분 95.98%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 측은 “이번 MOU를 계기로 양 사의 강점을 결합, 사업 경쟁력과 재무 체력을 높여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겠다”며 “합병을 통해 콘텐츠 다양성 확대, 관객 서비스 개선 등의 영화산업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국내 극장산업은 CJ그룹의 CGV와 롯데시네마 그리고 메가박스로 삼분된 구도로 20여 년간 이어왔다. CGV가 지난 1998년 서울 강변에서 상영관을 열면서 국내 멀티플렉스 산업의 첫 시작을 알렸고, 이듬해 롯데시네마가 경기 일산점을, 2000년에는 메가박스가 서울 강남 코엑스에 멀티플렉스를 선보이며 1년 간격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말 기준 CGV는 전국 192개 극장과 1346개 스크린을, 롯데시네마는 133개 극장과 915개 스크린을, 메가박스는 115개 극장과 767개 스크린을 두고 있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합병에 이를 시 CGV의 극장 규모를 앞지른다. 이런 점에서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의 합병은 '신의 한 수'이자 '장밋빛 미래'로 비칠 수도 있어 보인다.

좀 더 들여다보자. 두 회사의 재정적인 상황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단적으로 지난해 12월 기준 롯데컬처웍스의 부채비율은 1125.3%, 메가박스중앙은 857.1%이다. 최근 실적만 보더라도 롯데컬처웍스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7711억 원이던 매출이 2024년 4517억 원으로 쪼그라들며 좀처럼 활기를 못 찾고 있다. 같은 기간 메가박스중앙은 3328억 원에서 3533억 원으로 매출이 그나마 선방했지만, 이익 면에선 지난해 127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5년째 적자가 지속됐다.

멀티플렉스 사업은 공간을 임대하는 만큼 고정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멀티플렉스 3사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다양한 공간 임대 사업을 펼쳐왔다. CGV는 극장을 클라이밍으로 만들고, 롯데시네마는 전시관으로 개조했다. 메가박스는 팝업 공간으로 꾸몄다.

무엇보다 영화 콘텐츠 산업이 극장에서 OTT로 넘어간 영향이 컸다. 코로나19 여파로 다수의 영화가 개봉 시점을 놓쳤고, 이마저 OTT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극장은 스크린에 걸 영화를 찾기 어려웠고, 스포츠 중계나 콘서트 실황과 같은 콘텐츠에 기대기 시작했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합작법인 점유율이 CJ CGV와 유사하거나 소폭 앞설 가능성은 있으나, 영화 산업 전체가 침체 국면에 접어든 상황이라 수익성 확보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짚었다.

롯데컬처웍스·메가박스중앙 로고. /사진=각 사

롯데컬처웍스·메가박스중앙 로고. /사진=각 사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에서 개봉한 일반 영화(해외 포함)는 1149편이다. 전년(1277편) 대비 10.0%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557편에 비해선 26.2% 줄었다. 그런 만큼 극장을 찾은 국내 총 관객도 2019년 1억1562만 명에서 2023년 6075만 명까지 빠져나갔다. 그나마 지난해 '서울의 봄(1312만 명)'과 '파묘(1191만 명)'가 나란히 1000만 영화에 등극하면서 전체 관객 수가 7147만 명으로 소폭 반등한 정도다.

올해 들어 상황은 다시 악화했다. 2024년 말 계엄과 탄핵으로 인한 정치적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극장가에 찬물을 끼얹었다. 영화 '하얼빈(491만 명)'과 '소방관(385만 명)', '미키17(301만 명)', '검은 수녀들(167만 명)' 등의 기대작들마저 주춤하면서 올해 1분기 국내 총 관객은 2082만 명을 기록, 전년(3091만 명) 대비 32.6% 떨어졌다.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은 CGV와 달리 내수 의존도가 크다. CGV가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미국 등 해외 5개 국가에서 극장 사업을 영위 중이다. 이들 국가에서만 349개 극장, 2445개 스크린을 두고 있다. 그에 비해 롯데시네마는 베트남에만 진출한 상태고, 메가박스는 내수 사업만 한다. 자연스레 CGV의 지난해 매출은 1조9579억 원으로, 롯데컬처웍스(4517억 원)와 메가박스중앙(3533억 원)을 합친 매출보다 두 배 이상 더 높다.

CGV는 지난해 CJ그룹 IT 계열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를 자회사로 품고, 기술관 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현재 CGV가 보유한 대표적인 기술관은 '4DX'와 'SCREEN X' 등이 있다. CGV는 이러한 기술관을 수출도 하고 있다. '4DX'는 73개 국가에 786개 스크린을, 'SCREEN X'는 43개 국가에 432개 스크린을 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롯데컬처웍스 역시 'Super Plex'와 '광음시네마' 등의 자체 기술관을 선보이고 있다. 메가박스중앙도 '돌비시네마' 등 기술관을 늘리는 추세다. 두 회사는 합병 시 240여 개 극장과 1600여 개의 스크린을 확보한다. CGV에 대항할 정도로 기술관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

나아가 두 회사 모두 롯데엔터테인먼트와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등의 제작사를 보유해 영화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실제 롯데그룹과 중앙그룹은 극장 외에 영화 투자나 배급, 제작에도 힙을 합치겠다는 구상이다. 양 사가 보유한 운영 노하우와 마케팅 역량을 통합해 K콘텐츠 개발에 시너지를 내고, 불필요한 예산과 비용을 줄인다는 것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와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간의 협력이 예상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대표작으로는 '신과 함께' 시리즈와 지난해 흥행에 성공한 '파일럿(471만 명)' 등이 있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는 '서울의 봄'과 최근 개봉한 '야당(301만 명)' 등을 만들었다. 두 회사 모두 영화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해본 만큼 콘텐츠로도 시너지를 내기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동경영 체제 하에서 합작법인은 단기적으로 비용 부담이 상존하나 운영 효율화, 콘텐츠 다양화, 특별관 중심 극장 경험 제공 등 다방면으로의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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