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F비중 낮고 리스크관리도 적극적
PF부실의 먹구름이 잔뜩 꼈다. 중견건설사인 삼부토건, 동양종합건설이 PF부실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금융권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부실PF채권의 경우 은행권, 저축은행이 각각 6조3668억원, 4조1359억원으로 추정돼 건설사가 미분양에 따른 자금회수실패로 PF대출을 못갚으면 직격탄을 맞을 형국이다. 증권사도 이같은 먹구름에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 강도는 타업종에 비해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저축은행의 PF부실이 발행하는 초기단계에 대손충당금을 쌓는 식으로 클린화작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위험이 있는 PF잔액 약823억원(지난해 12월 기준) 가운데 부실을 대비해 약 618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충당금 비중을 약 75% 수준으로 대폭 높여 추가부실위험은 거의 없는 편이다. 지난해초 PF관련 건설사의 워크아웃으로 곤혹을 치렀던 유진투자증권도 지난해 1분기(10월~12월) 약 600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아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이밖에도 건설사를 계열사로 둔 대기업계 증권사인 한화, 동부증권 등도 PF관련 비중이 전혀 없는 청정지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도 증권사의 PF비중은 은행, 저축은행에 비해 규모도 작고 노출된 회사도 적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증권사의 PF잔액은 약 2조2000억원으로 제2금융권 전체PF잔액 27조8000억원에 비해 훨씬 낮다. 현재 우려의 시선을 받는 곳은 PF잔액이 몇천억원대인 일부 증권사다. 대표적으로 동양종금증권이 4800억원으로 가장 많고, 메리츠종금 3100억원, 우리투자증권 1950억원에 달한다.
◇ 배드뱅크 도입으로 PF회수 가능성도 높아
하지만 이들 증권사도 대부분 적극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쌓아 PF부실로부터 안전권이라는 평이다. 지난해부터 적극적인 PF회수에 나선 동양종금증권은 그 잔액이 과거 9000억원에서 최근엔 3500억원까지 줄었다. 이 가운데 부실채권에 속하는 고정이하여신은 1480억원으로 책정했으며 손실에 대비하는 대손충담금은 490억원으로 늘려 리스크관리를 한층 더 강화했다.
동양종금증권 관계자는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경기가 안좋으면 PF부실이 도미노처럼 영향을 받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고정이하여신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았다”며 “종금사라이센스 반납시인 11월까지 PF전액을 회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도 대규모 충당금을 쌓아 부실확산을 차단한 상황이다. PF잔액 1950억원 가운데 고정이하여신을 1750억원으로 잡아 충당금비중이 거의 90%에 육박한다. PF부실이 발생하더라도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반면 메리츠종금증권은 전체 3100억원 가운데 부실을 대비한 충당금은 약 227억원으로 타증권사에 비해 충당금비중이 낮다. 하지만 금감원 기준대로 충당금을 쌓았을 뿐 안이한 대응과 거리가 멀다는 입장이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기준에 따라 정상으로 분류된 자산이 많을 뿐 충당금의 절대금액이 적다고 대응이 안이하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오히려 정상으로 분류된 자산이 많아 그만큼 타회사에 비해 우량하다는 증거가 아니냐”고 반박했다.
한편 전문가들도 PF부실이 증권사로 확산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KB투자증권 박선호 연구위원은 “연체율이 높아도 증권사의 보유비중이 낮은데다 대부분 중개형태인 브리지론으로 부실이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며 “증권사들이 대부분 충당금을 적극적으로 쌓아 최악의 경우에도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한화증권 정보승 연구원도 “증권사는 전체규모나 개별규모도 크지않은데다 선제적으로 충당금도 적립해 PF부실로 추가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않다”며 “최근 배드뱅크도입으로 PF부실을 털어내는 길이 열려 오히려 회수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