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신용카드 시장 ‘새 격전지’ 부상](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00808174558104466fnimage_01.jpg&nmt=18)
특히 KT가 KB카드와 합작사 설립에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카드업계 새판짜기의 키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만약 KT가 경영권 인수를 통해 카드시장에 진입할 경우 모바일 신용카드 시장을 둘러싼 SKT와의 주도권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산업은행과 우정사업본부 등 국책 금융기관들도 신규로 신용카드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든 카드시장에 신규 사업자가 늘어나면 과열 경쟁 등 부작용이 따를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은행계 카드, 내년에 사업분사 본격화될 듯
국내 신용카드사의 자산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이다. 카드대란 이후 금융당국의 엄격한 규제가 적용됐고, 카드사들도 리스크 관리에 어느 때보다 관심을 기울여왔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경기 회복에 따른 소비증가와 함께 부실 위험의 주체였던 연체율이 안정 추세를 보이고 있어 사업 부실화의 위험성은 낮다.
실제 금융당국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과 삼성,현대와 비씨 등 6개 전업카드사의 지난 6월 기준 연체율은 1.84%로 지난 3월(1.96%)에 비해 0.12%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1%대의 낮은 연체율을 기록하면서 신용카드사들의 연체율은 다섯 분기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전반적인 가계 채무 상환 능력이 호전되고 신용카드사들이 엄격한 연체채권 관리를 해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연체율 하락과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 등의 영향으로 일부 카드사의 순익도 크게 증가했다.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는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526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8.8%나 급증했으며, 현대카드의 상반기 순익도 1363억원으로 전년동기비 15%이상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 대란후 체질개선에 주력한 카드사들의 수익 개선이 본격화 되고 있다”며 “은행권도 신용카드 산업에 재 부흥기가 온것으로 판단하고 은행에 합병했던 카드사업의 분사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계 카드사 중 시장 점유율 2위 업체인 KB카드의 은행 분리가 확정됐다.
KB금융지주는 최근 KB카드 분사에 관한 조회공시 요구에 KB금융지주 이사회는 그룹의 카드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민은행 내 카드 사업 분사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답했다. 예정 대로 내년 1분기 독립법인으로 KB카드가 출범하게 되면 2003년 9월 옛 국민카드가 은행에 합병된 지 8년 만에 다시 독립하게 된다.
KB카드 시장 점유율은 지난 1분기 기준 14.5%에 달한다. 이는 선두 업체인 신한카드(21.2%)에 이어 두 번째다. <표 참조>
KB카드 뿐만 아니라 시장 점유율 확대에 주력해왔던 우리카드의 분사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농협도 카드사업 분사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양사 모두 아직 분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카드사의 별도 분리 작업은 올해 말을 기점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KT, 카드시장 새판짜기 ‘키 플레이어’ 부상
여기에 국내 2대 통신사인 KT 또한 우리은행이 갖고 있는 비씨카드 지분 27.65% 중 20% 이상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와관련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초 KT가 12% 인수를 제의했으나 최근 20% 이상 인수 의사를 밝혔다”면서 “양해각서 체결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금융 민영화와 맞물려 지분 매각이 지연됐지만 민영화가 공식 추진되고 있는 만큼 ‘전략적 결단’만 남았다.
이렇게 되면 KT는 지난 2월 신한카드가 갖고 있던 비씨카드 지분 14.9%를 인수키로 한 데 더해 비씨카드의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KT 관계자는 “비씨카드의 최대주주가 돼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인수가격 등은 아직 확정된 게 없어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신한카드와 우리은행은 SC제일은행과 하나은행이 보고펀드에 비씨카드 지분을 넘겼던 주당 14만4000원 이상으로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KT는 우리은행과 신한카드의 비씨카드 지분 외에도 국민은행(3%)과 부산은행(3%)의 비씨카드 지분 매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으며, 한국씨티은행, 대구은행, 기업은행 및 기타 지분을 추가 매입해 51%까지 지분을 늘리기로 했다. 현재 비씨카드 지분구성은 보고펀드(코리아글로벌 펀드 지분 포함 30.68%)가 대주주이고 우리은행이 27.65%, 신한카드 14.85%, 국민은행 4.95%, 부산은행 4.03% 등의 순이다. 〈표 참조〉
업계에선 KT가 비씨카드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되면 국내 최다 가맹점(300만개)을 보유한 비씨카드의 영업망과 KT의 거대 통신망이 결합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개 카드사와 통신사의 결합이 아닌 11개 은행 전체 카드 사업부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할 수 있다는 것도 전업계 카드사들이 KT와 비씨카드의 결합에 신경쓰는 이유다.
KT는 비씨카드 지분 매입 외에도 기존 신용카드카사와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최근 KB금융지주가 KT에 대해 구애의 손짓을 보냈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지난 2일 기자 간담회에서 “KT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기 위해 이석채 KT 회장에게 면담을 신청해 놓은 상태”라면서 “하나SK카드와 같은 형태를 띠지 않겠냐”고 밝혔다.
하나카드의 지분 49%를 4000억원에 인수한 SK텔레콤에 이어 KT가 카드업에 진출하게 되면 통신업계 양대 산맥이 카드업계에서 본격적으로 경쟁하게 되는 셈이다.
이밖에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산업은행과 우정사업본부 등의 카드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국가의 공적인 업무수행 성격이 강했던 양사가 신용카드 사업에 진출하는 것만으로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의 과열 경쟁을 막으려고 신규 진출을 원하는 업체들은 기존의 다른 카드사를 인수하는 방식을 선택하도록 유도했다.
◇ 내년 신용카드 시장 과열 경쟁 불가피
이처럼 전업 카드사에 버금가는 고객망과 가맹점망을 갖춘 KB카드가 독립해 카드 시장에 뛰어들고, KT 역시 비씨카드의 영업망과 자사의 거대 통신망이 결합해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고 기존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설 경우 과열 경쟁이 우려되고 있다.
전업계 카드사들은 통상 은행의 보수적인 영업 전략을 따라야 하는 은행계 카드사들과는 달리 독자적 판단에 따라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KB카드가 마케팅과 점유율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다른 카드사들 역시 생존을 위해 치열한 경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리딩뱅크인 국민은행을 뒤에 업고 있는 만큼 KB카드가 분사하면 카드업계 2위권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롯데카드, 하나SK카드, 우리카드 등 다른 카드사도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것”이라면서 “이렇게 될 경우 고객 확보를 위한 카드사의 경쟁이 과열로 치닫을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여기에 카드사들이 앞다퉈 통신과 결합한 컨버전스 상품을 내세우며 신사업 기회 창출에 나서고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더구나 경제활동 인구 1인당 카드 보유수가 4장이 넘는 상황에서 이런 움직임은 카드시장을 더욱 과열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경제활동인구 1인당 카드 수는 1990년 0.6장에서 1993년 평균 1.0장을 넘어섰으며, ‘카드대란’ 직전인 2002년 4.6장까지 급증했다. 카드대란 후 2005년 3.5장까지 하락했으나 2006년(3.8장)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지난해 4.4장으로 늘었다.
감독당국도 카드사들간 과당 경쟁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분사가 되면 독자적인 전략을 갖추고 마케팅과 점유율 확대에 더 힘쓰게 될 것”이라며 “다른 카드사들도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되기 때문에 영업이 지나치게 과열되지 않는지 카드업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카드사 지분 현황 〉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