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으로 시장구조개선 및 체질 강화 필요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내외적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나라의 금융불안이 반복되고 있다. 이같은 금융불안의 진원지가 외환시장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외국인 자금의 유출입이 잦은 주식자금에 집중되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외환시장의 규모가 작고, 외국인의 거래 비중이 매우 높은 데다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 및 글로벌 업무 역량이 취약하며 국가 외환건전성 관리에 있어 외환보유액의 시장 안정화 기능도 미흡하다. 외환 건전성 규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거나 부족했던 것도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기관의 글로벌 업무 역량을 확보해야 하며, 실질적인 원화 국제화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금융불안지수로 본 한국금융’이란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설명했다.
이에 본지는 이 보고서를 통해 금융불안 해소 방안을 살펴봤다.
◇ 글로벌 금융불안 여파 2008년 이후 위기설 반복
이 보고서는 금융불안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위해 지수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불안으로 한국은 2008년 이후 위기설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2008년 9월 채권시장발 위기설, 2009년 3월 외국인 자금이탈발 위기설 등이 나온 바 있다.
정영식 수석연구원이 “금융상황을 종합한 금융불안지수를 개발해 금융불안의 수준과 원인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경제연구소는 금융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SERI 금융불안지수(FSI)를 개발했다. 기존 개별 금융지표로는 현 금융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어 금융실상을 정확히 보여주려면 단일지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것.
SERI FSI는 자금중개시장, 외환시장, 주식시장 등 3대 부문을 종합해 지수를 구성했다.
FSI로 본 우리나라의 금융상황은 2010년 3월 이후 지수가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0년 들어 낮은 수준을 유지하던 금융불안지수가 3월 이후 상승세로 반전돼 5월에는 불안정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 하지만 아직까지는 위기 수준에는 미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5월의 금융불안지수는 과거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하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금융시장 불안에서의 외환시장 기여율은 62.88%로 높게 나타났다. 주식 및 자금중개시장의 기여율은 각각 32.0%, 5.2%를 기록했다. 자금중개시장 및 주식시장 지수는 상대적으로 안정하다고 설명했다.
정 수석연구원은 “자금중개시장의 경우에는 전반적으로 위기 이전보다 이후에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의 자금조달 여건을 보여주는 펀딩 스프레드는 총 25개 국가 중 위기 전 12위로 중간 수준이다가 위기 후 불안해져 18위로 하락했다.
◇ 외환위기 이후 금융불안의 진앙지 외환시장
이 보고서는 SERI FSI를 통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불안의 진앙지가 외환시장임을 확인했다고 분석했다. 한국 금융시장은 거의 완전 개방 수준에 도달했으며 외국인 자금이 주식투자에 주로 집중돼 자금 유출입이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OECD 가입 및 IMF 구제금융 지원조건 충족 등을 계기로 금융 개방 및 자유화 폭이 단계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현재는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 IMF에 따르면 한국의 자본시장 개방 및 외환거래제도 자유화 정도는 일본 및 스위스와 유사한 수준이다.
한국의 총 외국인투자 중 주식투자 비중은 2007년 기준 39.0%로 OECD 국가 30개국 중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 중 외환시장은 경제규모나 주식시장 규모에 비해 거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외환거래규모는 경제규모 대비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치고, 한국과 유사한 주식거래규모를 가진 국가에 비해서도 작은 상황이다.
2007년 기준 GDP 대비 총외환거래비율을 보면 한국은 5.4%로 미국 11.5%, 일본 10.6%, 대만 5.8%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외환시장에서 외국인 거래 비중이 높고 거래통화도 대부분 달러화로 구성돼 외국인의 영향력이 큰 점도 외환시장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0년 1분기말 현재 전통적 외환거래(현물환, 선물환, 외환스와프)에서 외은지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48.5%이지만 외환파생거래에서는 66.5%를 점유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과 달리 외환시장에서는 기관과 개인의 비중이 낮아 외국인의 움직임에 반대 포지션을 취할 세력이 약해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리스크 관리 및 글로벌 업무 능력 취약
이 보고서는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 및 글로벌 업무 능력이 취약한 것도 금융불안의 원인으로 꼽았다. 금융회사의 경쟁력이 세계 주요국에 비해 열세이고,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 능력도 낮아 금융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2010년 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금융부문 경쟁력 순위는 30위로 국가경쟁력 순위인 23위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금융회사는 규모에 비해 글로벌 업무 역량이 약해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시 자체 외화조달이 중단되고 외채상환 요구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은행 수 기준으로 80위권 은행을 3개를 보유해 세계 1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국내은행 해외지점의 영업형태는 본점의 필요자금 조달창구 역할을 하거나 영업대상도 현지 국내기업이나 교포 등 한국계에 집중돼 있다.
이 보고서는 정책당국의 비대칭적 규제 및 안전장치가 미흡하다고 설명했다.
미시 왼환건전성 규제의 경우 한국의 은행은 적용대상인 반면에 외국은행 지점은 적용이 배제돼 있는 상황이다. 미시 외환건전성이 충족되더라도 단기외채를 제한해 시스템 리스크를 방지할 수 있는 거시 차원의 외환건전성 규제가 미비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외환보유액이 외환시장의 안정화에 최종대부자로서의 역할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 해외에서 외화자금 자력 조달 역량 확보
이 보고서는 금융부문에서 촉발된 불안이 실물경제 침체로 야기되기 때문에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우선 단기적으로 감독 및 규제 강화에 집중하되, 금융시장 중에서 가장 불안정성이 높은 외환시장에 초점을 두고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최근 정책당국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자본유출입 관리 강화와 대응능력 확충을 골자로 한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규제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국내은행에만 적용되고 있는 외화유동성 규제를 외은지점에 동일하게 적용하고, 핫머니에 대한 감독 및 규제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 수석연구원은 “향후 추가 대책을 실시함에 있어 금융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시장이 안정된 시기를 택해 추진하는 운영의 묘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취약한 금융시장 구조 개선, 금융기관의 글로벌 업무 역량 확보 등 체질 강화를 통해 고질적인 금융불안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시장, 특히 외환시장의 구조 개선을 위해 외환거래 저변 확대, 시장조성자 육성, 이종통화 직거래 활성화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도 금융기관이 해외에서 외화자금을 자력으로 조달할 수 있는 역량을 점차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역내 경상 및 자본 거래에 있어 원화결제 확대 등 원화 국제화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외 경상거래, 세계 외환거래에 있어 원화 거래 비중은 매우 낮은 편이다. 한중일 무역거래 시 결제통화를 달러화에서 원화 등 당사국 통화로 점진적으로 전환하는 협정을 체결해 원화의 실질적 국제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금융불안지수로 본 한국금융 〉
주 : 각 구성요소의 기여율은 (각 구성요소 증감분/금융불안지수 증감분) X 100으로 금융불안
지수의 증감분에 각 구성요소가 기여한 비율을 의미(전체 합은 100)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