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기로 촉발된 저축은행의 부실우려가 지난해 정부의 간접적 지원으로 진화된 바 있다. 저축은행의 부동산PF 물량을 캠코에서 대거 사들였다.
이에 따라 자산건전성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진정되는 양상이 보였다. 하지만 부동산PF를 매각한 대형저축은행들은 올해부터 부동산PF 물량에 대한 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 상황. 업계에서는 아직 경영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에 충당금 적립 부담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감독당국은 저축은행의 부동산PF 대출 증가에 따른 부실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고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12월 중 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부실 PF 채권을 매입하기로 했다.
또한 지난해 금융위기 여파로 시장상황이 전반적으로 악화되면서 정부가 부동산PF관련 대손충당금 적립 기한을 1년간 더 유예를 해줬다. 저축은행들은 강화된 부동산PF 관련 대손충당금 총액의 30%를 올해 말부터 우선 적립하고 내년 6월말 60%까지 12월말에 100%를 맞춰야 했던 것.
하지만 여전히 부동산 경기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1년간 충당금 적립을 연장해줘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저축은행 업계는 지난달 정부 및 감독당국에 충당금 적립 기한을 1년 더 연장해줄 것을 요청한 상황이다.
실제로 저축은행의 부동산PF 연체율은 악화되고 있다. 최근 한국기업평가는 대형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한국기업평가는 30일 국내 대형 저축은행의 후순위채 신용등급을 한 노치(notch)씩 하향 조정했다.
한국저축은행·솔로몬저축은행·현대스위스저축은행·토마토저축은행의 후순위채 신용등급이 각각 한 단계씩 떨어졌다.
한기평은 부동산PF를 포함한 건설 및 부동산업에 편중된 여신포트폴리오가 여전히 유지되는 가운데 예대마진 축소와 자산건전성 저하 등으로 수익성 저하와 더불어 자본완충력이 훼손되는 등 우려사항들이 실적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기평 관계자는 “지금 상태에서 자산건전성이 곤란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고 “이미 매각된 채권의 경우 사후정산 조건이 존재하고 있어, 향후 매각된 자산을 포함한 대출자산의 건전성 저하가 충당금적립부담 등에 따른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결산에서 저축은행들은 수익성이 악화돼 충당금 적립 비중을 지난해보다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한기평이 집계한 저축은행 전체 대손충당금/고정이하여신 비중을 살펴보면 2009년 6월말 결산 57.2%로, 2008년 6월말 63.1% 대비 5.9%p 하락했다.
한기평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예금자보호제도를 바탕으로 대부분의 자금을 수신으로 조달하고 있는 가운데 유사시 금리인상을 통한 자금조달 가능성과 저축은행중앙회를 통한 차입가능성 등을 감안시 일정수준의 유동성 위험은 대응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의 부실위기가 도래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실 사전 차단과 일정부문 수익성 확보를 위해서 당분간 충당금 적립은 유예해줘야 한다는 것.
B저축은행 대표는 “현재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쉽지가 않은 상황”이라며 “실제로 충당금을 올해말부터 적립을 하게 되면 일부 대형사의 경우 BIS비율이 5%대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고객들은 소문과 수치에 민감해서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이같은 상황을 당분간 이겨낼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지원해줘야 한다”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경기회복기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일정기간 수익성 확보를 위해 충당금 연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독당국도 다각적인 고심 끝에 충당금 적립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자산이 8조원이 넘어서는 등 대형화 되면서 부실이 발생할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다”며 “실익을 따져본다면 일정기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정부차원에서도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수익이 발생하기 어려운 시기에 충당금을 더 많이 적립하라고 옥죈다면 더욱 부실을 부추기는 일이 될 것”이라며 “한편, 관리감독기준 등과 대형사의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안”이라고 말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